심상정 “‘오늘까지는’ 국민들이 산식을 알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제 말의 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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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오늘까지는’ 국민들이 산식을 알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제 말의 진의”
  • 조서영 기자
  • 승인 2019.05.15 1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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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150)〉 정의당 심상정 의원(경기 고양시갑)
‘17대 1등 국회의원’의 15년 정치 인생…“그런데 되겠어?”
3급수 정치가 ‘1급수’가 되는 방법…선거제도 개혁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조서영 기자]

2016년 4월 제20대 총선이 끝난 무렵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3년 전, 서강대학교 손호철 교수의 한국정치사 강의 특강에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정당 득표율이 8%라면 24석을 얻어야 하는데 고작 6석을 얻었다”며 아쉬워했다.

당시에는 그저 소수 정당의 ‘소리 없는 아우성’에 불과했던 이야기가 2019년 드디어 표면위로 올라왔다. 그것이 바로 ‘선거법 개정안’이다.

시작 전부터 가득 메운 강의실에는 축제를 마다한 어린 학부생들이 눈에 띄었다.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이 시작하자 박수를 받으며 등장한 심 의원은 14일 오후 ‘정치개혁을 위한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강연했다.

심 의원은 14일 오후 ‘정치개혁을 위한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강연했다.ⓒ시사오늘
심 의원은 14일 오후 ‘정치개혁을 위한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강연했다.ⓒ시사오늘

‘17대 1등 국회의원’의 15년 정치 인생…“그런데 되겠어?”

‘밑에서부터 걸어 올라가면서 보는 정치의 시선’을 좇아가자던 심 의원은 먼저 본인의 15년 정치 인생을 소개했다.

“반세기만에 최초로 진보 정당이 원내정당이 된 후, 저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1번으로 정계입문을 했어요. 4년 동안 열심히 해서 생긴 별명이 제가 얻은 별명이 ‘1등 국회의원’입니다. 당시 정치부 기자들과 동료 의원들이 국회의원 299명 중에 가장 잘한 국회의원을 뽑았거든요.

그리고 18대에 지역구를 갔습니다. 300명 중 1등이라면 지역구에서 압도적으로 당선될 것 같았는데 3500표 차로 똑 떨어졌습니다. 처음으로 현실정치의 쓴맛을 봤죠. 지역에 가보니 80%는 당만 보고 찍고, 기껏해야 20%만 정치인의 역량을 보고 투표했습니다. 한 자리 수밖에 안 되는 정당 지지율을 끌어 올리면서 당선이 돼야 하는데, 30-40%의 격차를 개인의 역량으로 돌파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했죠.

그래서 19대 때는 민주당과 야권 단일화를 했습니다. 하지만 전국 최소표 차 180표로 간신히 당선됐습니다. 당이 문제라고 해서 단일화 했는데 뭐가 문제지? 주민들이 그랬습니다. ‘작은 당 국회의원 만들어 놓으면 국비라도 따오겠어?’ ‘복지회관이라도 만들겠어?’ 

4년 정말 열심히 해서 20대 때는 단일화 없이 수도권 최다 득표자로 당선됐습니다. 유권자 중 새누리당 지지자 한 분이 그러셨어요. ‘나는 자네하고 생각이 달라. 그렇지만 심상정과 정의당이 힘을 갖는 것이 대한민국 정치를 위해 바람직해서 한 표 줬어’ 제대로 된 헌신적인 정치인이라면 진보-보수를 떠나서 박수를 칠 준비가 됐다는 대단한 믿음이 생겼습니다. 골이 깊은 것 같지만 만나보면 대다수 시민들은 좋은 정치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었습니다.”

심 의원이 3선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첫 번째는 “그런데 되겠어?”, 두 번째는 “그만 고생하고 큰 당 가는 거 어때?”였다. 하지만 심 의원은 큰 당에서 본인의 정치적 전망이 다양하게 열리는 것보다, 국민이 원하는 정치에 다가가기 위해 우둔하게 이 길을 15년째 고집했다.

3급수 정치가 ‘1급수’가 되는 방법…선거제도 개혁

“3급수에 2급수를 타면 그게 1급수가 됩니까?”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 말은 故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2004년 MBC ‘100분 토론’에서 한 말이다. 이는 노 의원이 의원 교체율이 1등인 한국이 정치가 안 바뀌는 이유를 빗댄 것으로, 정치를 바꾸려면 의원이 아닌 ‘체제’를 물갈이해야 정치가 바뀐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현재 선거제도 중 어떤 점이 가장 문제인가를 살펴보고, 그걸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선거제도 개혁의 논의의 핵심입니다. 선거제도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여야 이견이 없습니다. 첫째 소선거구제가 강화시켜 온 ‘지역주의’. 둘째 ‘대표성’, 청년문제 가장 심각하지만 청년들을 대표하는 정당이 어디 있습니까? 셋째 ‘비례성’, 전 세계적으로 2:1의 비율이지만 우리나라는 5.4:1입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해결책은 각 당의 이해득실만 따지고 있습니다. 

98년에 처음 제기된 이후로 20년 째 해결책에 대해 합의하지 못하다가, 결정적으로 여야4당이 한 목소리가 된 계기는 나경원 원내대표가 낸 개혁안이었습니다. 그 안은 의석 270석으로 하고 비례대표를 없애자는 안이었습니다. 아니, 비례성을 강화하자고 했는데 비례대표를 없애자고 한 겁니다. 이로써 패스트트랙이 급물살을 타게 됐습니다. 그래서 제가 정개특위 위원들에게 겉으로는 공격적으로 하지만, 사석에는 ‘여러분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얘기합니다.”

심 의원은 선거제도 개혁의 원인과 배경을 설명한 뒤, 내용을 간략히 설명했다.

“결국 ‘연동형 비료대표제’라는 건 정당 지지율에 비례해서 의석을 보장해주는 제도거든요. 예를 들어 10%면 30석을 얻어야 합니다. 만약 지역구에서 5석을 얻었다면 25석을 비례로 인정해주는 것이고, 30석을 지역구에서 얻었으면 비례대표를 안 주고, 35석을 얻었다면 초과한 5석을 인정해주는 것이죠. 이것이 오리지널한 독일식 제도로, 소선거구제가 갖고 있는 심판 기능에 더해 비례성과 대표성을 보완하기 위해 연동형을 결합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연동형을 하게 되면 부당한 초과 의석을 내놓아야 하니 양당은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민주당은 절반만 내놓겠다는 것이기에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하는 것이고, 한국당은 절대 못 내놓겠다는 것입니다. 현재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합의가 된 상태입니다.

이에 더해 확보된 비례대 안에서 애석하게 떨어진 2등을 배정하는 ‘석패율제’가 있습니다. 이는 각 당의 전략에 따르도록 남겨뒀습니다. 예를 들어 민주당의 경우 TK 지역만 석패율로 하는 겁니다. TK는 민주당이 당선되기 어렵기 때문에, 2등을 하더라도 석패율 제도로 의석을 주는 것이죠. 이건 자유한국당이 내놓은 안입니다. 그러니까 어느 정도 합리적인 안이 만들어진 셈입니다.”

끝으로 질의응답 시간에 심 의원은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국민은 알 필요 없다”는 발언의 논란과 관련 이렇게 답했다.

“법안이 만들어지고 합의된 날 기자간담회를 했어요. 몇 분의 기자님들이 산식을 달라고 해서 ‘산식은 없다. 오늘까지는 국민들이 산식까지는 아실 필요가 없다. 큰 원칙에 합의된 것이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의뢰했으니 그게 나오면 알려 드리겠다’고 한 것이 제 말의 진의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왜곡될 수가 있어요.”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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