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 최저임금, 대통령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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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뉴스] 최저임금, 대통령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나?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5.23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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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결정권 없지만 사실상 결정권 가진 공익위원 임명권 갖고 보유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대통령에게 최저임금을 결정할 권한은 없다. 다만 사실상의 최저임금 결정권이 있는 공익위원 임명권을 가질 뿐이다. ⓒ뉴시스
대통령에게 최저임금을 결정할 권한은 없다. 다만 사실상의 최저임금 결정권이 있는 공익위원 임명권을 가질 뿐이다. ⓒ뉴시스

지난 20일, <한국일보>는 청와대가 내년 최저임금 인상폭을 3~4% 수준으로 잡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청와대는 기사 내용을 즉각 부인했지만, 정부여당이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의심이 끊이지 않는데요.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최저임금 결정을 대통령이 하나?’

원칙적으로, 대통령은 최저임금 결정에 관여할 수 없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청와대가 개입할 수 없다”고 해명하는 이유가 이것인데요. 최저임금법 제13조에 따르면, 최저임금에 관한 심의와 재심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하도록 돼있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독립된 심의·의결기구이므로 대통령이 영향을 미칠 수 없고, 미쳐서도 안 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최저임금법 제14조를 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를 대표하는 위원 9명 △사용자를 대표하는 위원 9명 △공익을 대표하는 위원 9명 총 27명으로 구성됩니다. 이 가운데 근로자위원은 총연합단체인 노동조합에서 추천한 사람 중에서, 사용자위원은 전국적 규모의 사용자단체 중 고용노동부장관이 지정하는 단체에서 추천한 사람 중에서 고용노동부장관이 제청해 대통령이 위촉합니다. 쉽게 말해 노조 쪽에서 9명, 사용자 쪽에서 9명이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으로 들어온다는 거죠.

상식적으로 노조 쪽 9명은 큰 폭의 인상을, 사용자 쪽 9명은 동결이나 최소한의 인상을 요구할 겁니다. 그렇다면 결국 결정권은 공익위원 9명에게로 넘어가겠죠. 최저임금위원회 구조상, 최저임금 결정권은 공익위원에게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이 힘겨루기를 하고, 결정은 공익위원이 하는 형태로 이뤄져 왔습니다.

문제는 공익위원 임명권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입니다. 최저임금법 시행령 제12조는 ‘공익위원은 고용노동부장관의 제청에 의해 대통령이 위촉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대통령이 임명한 공익위원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구조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러다 보니 공익위원의 생각은 사실상 대통령의 생각인 경우가 많습니다. 원칙적으로는 개입이 불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정부가 최저임금을 결정하고 있다는 거죠.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특집대담에서 “(최저임금은) 결정권한이 대통령에게 있는 것이 아니고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독립적으로 결정하게 돼있는 것이어서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사실입니다. 법적으로 최저임금은 오롯이 최저임금위원회의 논의 결과에 따라 정해집니다.

그러나 이 말이 100% 진실이라면, 450원 안팎이었던 최저임금 인상액이 정권교체 후 두 배 이상 급격히 뛰어오른 점은 설명할 도리가 없습니다. 이렇게 보면 최저임금 결정은 ‘대통령이 결정하지는 못하지만 대통령의 영향권에 있다’고 말하는 게 옳을 것 같습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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