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에 걸린 사진과 YS의 신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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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에 걸린 사진과 YS의 신념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5.30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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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YS의 후예라는 한국당, 정말 YS의 뜻을 계승하고 있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자유한국당은 당사에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진을 걸어뒀다. 그들의 뜻을 계승한다는 의미다. ⓒ뉴시스
자유한국당은 당사에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진을 걸어뒀다. 그들의 뜻을 계승한다는 의미다. ⓒ뉴시스

몇 달 전 있었던 회사 브레인스토밍에서, 요즘 말로 ‘신박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역대 대통령의 입을 빌려 작금의 정치 상황에 대해 ‘따끔한 말’을 던지자는 아이템이었는데, 여러 현실적 어려움으로 채택되지는 못했던 기억이 난다.

돌이켜 보면, 이 아이디어가 세상에 나왔더라도 재미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모두 당사에 자신들의 ‘뿌리’가 되는 역대 대통령 사진을 걸어놓고 있지만, 이들이 정말 과거 대통령들의 뜻을 이어받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생길 때가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YS(김영삼 전 대통령)를 계승한다는 한국당의 행태다. 과연 YS가 지금의 한국당을 보면 뭐라고 충고했을까.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5·18 관련 법안 처리에 협조하라”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 2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한국당을 향해 아래와 같이 일갈했다.

“한국당은 김영삼의 후예인가 전두환의 후예인가.”

이 원내대표가 이 발언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5·18 관련 처리에 동참하라’는 것이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문민정부 계승을 자처하는 한국당은 5·18 망언 3인방 징계를 유야무야하고 국회 윤리위를 통한 징계도 무력화시켰다. 5·18 역사왜곡 처벌법 처리를 막고 진상조사위원회 출범도 지연시켰다”면서 YS의 ‘역사 바로세우기’를 언급했다.

실제로 YS는 5·18의 명예회복에 매우 힘쓴 지도자였다. 그 유명한 ‘23일간의 단식 투쟁’부터가 5·18 3주년에 맞춰 일어난 일이었으며, 대통령 취임 후에는 5·18을 기념일로 제정하고 민주묘지와 기념공원을 조성하기도 했다. ‘3당합당’을 통해 한 배를 타긴 했지만, 전두환·노태우 정권과 문민정부는 완전히 결이 달랐다.

그뿐만 아니라 ‘폭동’이나 ‘사태’ 등의 부정적 단어로 불렸던 5·18을 ‘민주화운동’으로 규정한 인물도 YS였고,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공포됐던 것도 문민정부 때였다. 이런 이유로 관련 단체들이 5·18 특별법 제정 20주년을 맞은 2015년 YS에 대한 감사의 뜻을 담은 공로패를 차남 현철 씨에게 전달하기도 했을 정도다.

이런 YS가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의 ‘5·18 망언’과 그에 대한 징계, 5·18 진상조사위원회 출범에 미온적인 태도 등을 봤다면 한국당에게 뭐라고 말했을까. 아마 “씰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얼른 협조 해”라고 하지 않았을까.

“하루빨리 국회로 복귀하라”

지난달 29일, 여야 4당이 선거법·개혁입법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발해 장외로 나가면서 우리 국회는 ‘개점휴업’ 상태다. 더 큰 문제는 국회 정상화로 가는 길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지어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민생투어’ 직후 “필요하다면 장외투쟁을 계속 이어 나가겠다”며 장외투쟁 지속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또한 YS의 신념에는 배치되는 결정이다. 서슬 퍼런 군부독재 시절에도, YS는 ‘국회 내에서의 투쟁’이라는 대원칙을 저버리지 않았다. 전두환 정권 때인 1985년, 정부여당에 유리할 수밖에 없는 중선거구제 하에서도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라며 기어이 총선에 참여해 ‘신민당 돌풍’을 이끌어냈던 사람이 YS였다. 심지어 신민당 총재 직무정지를 당하고, 억울하게 국회의원에서 제명되면서도 YS는 늘 국회에 서있었다.

“YS 대통령께서는 군사정부에 의해 사실상 제도권에서 추방당했지만 본인은 의회주의자로서, 의회중심 정치, 의회에서의 투쟁을 기본으로 했던 분이다. 누구보다도 의회주의자였다.”
-김덕룡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YS는 국회에서 제명됐음에도 국회에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김봉조 민주동지회장

YS는 민주주의자이자 의회주의자였다. 그는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믿었고, 그래서 국민이 지정한 ‘싸움터’인 국회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 YS가 한 달 넘게 국회 밖을 떠도는 한국당을 봤다면 “씰데없는 짓 그만 하고 국회로 돌아가라”고 꾸짖지 않았을까 싶다. 한국당이 정말 YS를 계승하고자 한다면, 말이 아닌 행동에서 YS의 신념이 묻어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닐까.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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