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짱 골퍼’ 최나연, 얼굴도 실력도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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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짱 골퍼’ 최나연, 얼굴도 실력도 짱!
  • 최진철 기자
  • 승인 2009.09.23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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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전 55기’의 기적 일궈내
 

‘얼짱 골퍼’는 미모뿐 아니라 실력도 겸비했다. 미녀 골퍼로 알려진 최나연(22·SK텔레콤)이 LPGA 투어 삼성월드챔피언십에 우승을 차지하면서 실력으로 만천하에 이름을 알렸다.
 
최나연은 21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토리파인스골프장 남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4라운드에서 1타를 줄이며 합계 16언더파로 우승했다. 미야자토 아이(일본)에 1타 앞선 극적인 역전 우승이었다.
 
17번 홀까지 미야자토 아이에 1타 뒤졌으나 마지막 18번 홀에서 1.5m 버디퍼트를 성공시키며 LPGA 투어 55번째 대회만에 챔피언 대열에 합류했다. 최나연은 우승상금 25만달러를 받았다. 올해 LPGA 한국선수 9승째다.
 
최나연은 국내에선 오래전부터 스타 골퍼였다. 아마추어 신분이었던 2004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ADT캡스인비테이셔널에서 당시 최고스타였던 박세리를 꺾고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때부터 최나연은 약간 중성적인 묘한 매력의 마스크와 깔끔한 스윙으로 많은 팬들을 거느리기 시작했다. 2005년 프로에 데뷔한 최나연은 2007년까지 국내에선 매년 1승씩을 거두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국내 굴지 기업 SK텔레콤의 탄탄한 후원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었던 이유도 ‘얼짱 골퍼’라는 상품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국 무대에 진출하면서 시련이 찾아왔다. 2007년 LPGA투어 퀄리파잉(Q)스쿨에 응시했지만 공동 20위에 그치면서 출전권을 따지 못했다. 지난해 대기자 신분으로 대회 때마다 예선을 치르거나 결원이 생길 경우만 겨우 출전할 수 있었다.
 
늘 비행기 티켓은 급하게 끊어야 했기에 다른 선수에 비해 훨씬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차를 타고 10시간 넘게 이동을 하기도 했다. 최나연은 뭐든지 스스로 해결하는 스타일이라 요즘엔 숙소에서 직접 밥을 해먹고, 빨래를 해가며 힘든 투어 생활을 했다.
 

“우승을 못하는 저주에 걸린 것 같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더한 스트레스가 바로 우승에 대한 갈망이었다. 절친한 후배인 신지애(21·미래에셋)를 비롯해 '세리키즈'로 통하는 1~2년 후배들이 LPGA투어를 정복하는 동안 최나연은 혼자서 그들의 우승만을 지쳐보고 있어야만 했다.
 
매 대회 때마다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지만 최종 라운드에서 맥없이 무너졌다. 결국 '새가슴' '국내용'이라는 등의 비난들도 쏟아졌다. 당시 최나연은 “우승을 못하는 저주에 걸린 것 같다”고 말할 정도도 풀이 꺾여 있었다.
 
하지만 최나연의 가장 강력한 힘은 포기를 하지 않는 뚝심이 있었다. 지난해 우승은 없었지만 27차례의 대회에서 단 한차례도 '컷오프'를 당하지 않는 일관성을 앞세워 상금랭킹 11위로 '풀시드'를 확보했다.
 
결국 최나연은 이번 대회에서 마지막홀 버디로 ‘54전 55기’의 기적을 일궈내며 이제까지의 마음고생을 한번에 날려 버렸다.
 
이날 최나연의 우승은 한편의 드라마와 같았다. 최나연은 3라운드까지 2위 신지애를 2타 차로 앞섰고, 6번 홀(파5)에서는 이글까지 잡아내며 공동 2위였던 신지애, 미야자토를 무려 7타 차로 앞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은 듯했다. 그러나 미야자토의 저력이 무서웠다.
 
그녀는 7,8,12번 홀에서 연달아 버디를 잡아 1타 차로 추격했고, 16번 홀(파3) 티샷을 홀 2m에 붙이며 한 타를 더 줄였다. 그 사이 최나연은 15번 홀(파4)에서 1m파 퍼트를 또 놓치며 결국 2위로 내려앉았다.
 

'행운의 여신'은 최나연을 외면하지 않았다

 
이때만 해도 미야자토의 대역전극이 마무리 짓는 듯 했다. 그러나 '행운의 여신'은 최나연을 외면하지 않았다. 미야자토가 18번 홀(파5) 두 번째 샷을 물에 빠트리는 실수를 범했다. 미야자토의 5m짜리 파 퍼트가 짧아 한 타를 잃은 덕에 공동 선두로 다시 올라선 최나연은 18번 홀에서 1.2m 버디 퍼트를 침착하게 성공시켜 극적인 우승 드라마를 완성시켰다.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인 최나연은 "이렇게 우승이 어려운지 몰랐다. 이번 우승으로 마음의 짐을 덜어낼 수 있어 너무 기쁘다. 가장 큰 산을 하나 넘은 것 같다"며 벅찬 감정을 털어놨다.
 
최나연은 지난 세월을 회상하며 "그 동안 우승을 못해서 너무 속상해 미국에 온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후반 들어 연속 보기를 범하며 역전을 허용한 시점을 들며 최나연은 "초반에는 리더보드를 보면서 경기했다. 전반에 경기가 잘 풀렸는데 너무 우승을 의식하면서 긴장이 된 것 같다. 11번홀에서 보기를 한 뒤 리더보드를 보지 않았다"고 전했다.
 
주변 사람들에 대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새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명 캐디 폴 푸스코에 대해 "우승 경험이 있는 캐디가 필요했다. 푸스코가 고비 때마다 마음을 다스릴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줬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또 최나연은 자신과 함께 무승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었던 김송희에게도 "비슷한 나이에서 우승 못한 선수가 나하고 송희였다. 내가 우승 못한 저주를 풀었느니 다음에는 네 차례라고 말해 줬다"고 말했다.
 
최나연의 우승 소식에 누구보다 기뻐할 이들은 고통을 함께 겪어온 가족들이었다. 최나연의 아버지 최병호씨는 "그저 딸이 자랑스럽다. 혼자 생활하느라 힘들텐데 옆에 있어주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다. 특히 한국기업이 주최하고 최고선수 20명만 보인 대회에서 우승해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또한 최씨는 "지난 2년간 우승을 못했지만 한번도 불행이라 여긴 적 없다. 나연이가 느렸다기보다는 신지애, 김인경 등 1년 후배들이 더 빨랐을 뿐이다"고 전했다.
 
최나연의 LPGA 우승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지난해 서희경은 3년간 무승으로 고생하고 후반기 첫 대회인 하이원컵에서 우승한 뒤 내리 6승을 챙겼다. 이처럼 최나연은 생애 첫 우승을 발판삼아 단골 우승자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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