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운정3지구 동시분양 "중흥은 투자, 대우·대방은 실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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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운정3지구 동시분양 "중흥은 투자, 대우·대방은 실거주"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06.14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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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미분양 막아라…건설3社 3000가구 동시분양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14일 오전 9시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 운정3지구 첫 공급에 나선 건설3사의 견본주택 오픈 1시간 전, 다른 수도권 현장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었던 미리 줄을 서있는 방문객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줄서기 없는 모델하우스의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 건설사 관계자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간다. 하지만 30분쯤 지나니 사람들이 조금씩 모여들기 시작했고, 분양 실무자들은 밝은 표정을 지으며 분주하게 발길을 옮겼다. 그렇게 운정3지구 동시분양은 막을 올렸다.

14일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 운정3지구 동시분양에 나선 대우건설, 중흥건설, 대방건설 등 3개 건설업체들의 견본주택 ⓒ 시사오늘
14일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 운정3지구 동시분양에 나선 대우건설, 중흥건설, 대방건설 등 3개 건설업체들의 견본주택 ⓒ 시사오늘

운정신도시는 정부의 3기 신도시 조성 계획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지역이다.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운정신도시연합회는 최근 연이어 열리고 있는 3기 신도시 반대집회를 주도하는 집단 중 하나다. 운정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집값 하락, 공급과잉 현상 등으로 시장 불투명성이 심화됐다. 또한 신도시 조성 초기에 약속됐던 광역교통망 구축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3기 신도시 문제가 불거지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극심하다. 운정3지구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공급과잉과 교통난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미분양·미계약 사태가 발생하면 전체 부동산 시장이 초토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건설3사가 이번에 동시분양을 계획한 배경이다. 대우건설, 중흥건설, 대방건설은 이날 경기 파주 와동동 1390번지 일대에서 동시에 견본주택을 열었다. 동시분양을 통해 집객·홍보효과를 극대화하고, 미분양·미계약을 최소화하겠다는 심산이다. 공급물량은 대우건설의 '운정신도시 파크 푸르지오' 710가구, 중흥건설의 '운정 중흥S-클래스' 1262가구, 대방건설의 '운정1차 대방노블랜드' 820가구 등 3개 단지, 2792가구 규모다. 건설사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극심했다. 한 업체는 기자들에게 보내는 메일에서 '언론에서 운정에 많은 관심을 가져준 덕에 분양자료를 보내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많은 고객들이 알고 있다'며 불편함을 내비쳤고, 또 다른 업체는 지역 부동산 관계사들에게 돌릴 홍보비를 비용 절감 차원에서 다른 현장에 비해 20~30%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막상 현장 분위기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건설3사의 동시분양임을 감안하면 방문객들의 수는 분명 많은 편이 아니었으나 활기가 넘쳤고, 특히 각 업체마다 내세우는 특장점이 다르기에 흥미진진하게 각 견본주택을 관람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A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처음에 많이 걱정했는데 오픈 첫날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와서 놀랐다. 주말에는 더 많은 방문객이 몰릴 것"이라며 "3기 신도시 여파가 있겠지만 GTX 호재를 타고 완판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3사3색
중흥, GTX 수혜·주부친화
대방, 학세권·광폭거실
대우, 브랜드 프리미엄·무이자

GTX-A노선 운정역(가칭, 예정) 최대 수혜 단지임을 강조하는 중흥건설 ⓒ 시사오늘
GTX-A노선 운정역(가칭, 예정) 최대 수혜 단지임을 강조하는 중흥건설 ⓒ 시사오늘

중흥건설의 운정 중흥S-클래스는 동시분양되는 단지 중 가장 GTX-A노선 운정역(가칭, 예정)과 가깝다는 걸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견본주택 앞에 'GTX 역세권 프리미엄을 누리다'라는 문구가 적힌 기차 모형을 갖다놨고, 아이들이 즐길 수 있게 설치한 미니 놀이기구 역시 기차였다. 단지는 운정역 부지에서 도보로 약 15~20분 거리에 있는 A29블록에 전용면적 59~84㎡, 710가구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슬쩍 들여다본 견본주택 세대 내부에서는 신혼부부가 많은 신도시 특성에 맞춘 특화설계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주부친화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거실 면적을 줄인 대신, 안방과 주방을 넓게 구성한 게 독특했다. 주방 옆 보조주방, 실외기실, 안방 내 드레스룸·파우더룸 등이 여유롭게 꾸며졌고, 공용화장실보다 안방 화장실이 더 널찍했다.

여러 가지 무상제공 품목들을 제시한 대방건설 ⓒ 시사오늘
여러 가지 무상제공 품목들을 제시한 대방건설 ⓒ 시사오늘

반면, 대방건설의 운정1차 대방노블랜드는 광폭거실 설계를 적용해 거실에 주안점을 뒀다. 또한 현관 바로 앞에 팬트리를 적용하는 등 수납공간을 많이 확보한 게 눈에 띄었다. 다만, 거실을 넓게 잡다보니 보조주방이 세탁기나 빨래 건조기가 작은 사이즈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면적이라는 지적이 방문객들 사이에서 나왔다.

운정1차 대방노블랜드는 A28블록에 전용면적 59~109㎡, 820가구 규모로 들어선다. 대우건설, 중흥건설에 비해 상대적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만큼, 이를 만회하기 위해 시스템 에어컨, 콤비냉장고, 손빨래 하부장, 주방바닥 타일시공 등 여러 가지 무상제공품목을 제시했다. 또한 같은 GTX 수혜단지면서도 중흥S-클래스는 갖추지 못한 초등학교 부지를 곁에 뒀음을 강조하며 역세권·학세권 단지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눈치였다. 건설3사 중 유일하게 구40평형을 가진 것도 주목할 만하다.

운정신도시 파크 푸르지오는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브랜드 리뉴얼 이후 처음 선보이는 단지다. 분양 성패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 중 하나다. ⓒ 시사오늘
운정신도시 파크 푸르지오는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브랜드 리뉴얼 이후 처음 선보이는 단지다. 분양 성패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 중 하나다. ⓒ 시사오늘

대우건설의 운정신도시 파크 푸르지오는 앞선 두 단지와는 다소 거리가 떨어진 A14블록에 위치해 있어 GTX 역세권이라고 보긴 어렵다. 그러나 운정1·2지구, 경의중앙선 등과 상대적으로 가까워 입주 초기부터 운정신도시의 기존 인프라를 그대로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운정신도시에서 3대 대장단지 중 하나로 불리는 '푸르지오' 브랜드에 대한 프리미엄도 강점으로 떠오른다. 실제로 견본주택 내 안내원들은 시종일관 '새로워진 푸르지오', '브랜드 프리미엄' 등 구호를 외치며 방문객들의 환심을 사려는 모습을 보였다.

중흥S-클래스, 대방노블랜드와 비교하면 세대 설계는 다소 애매한 느낌이다. 중흥처럼 주방이나 안방을 강조한 것도, 대방처럼 거실이나 수납공간을 강조한 것도 아니다. 다만, 입주예정자들이 직접 안방 내 드레스룸, 주방 옆 알파룸 등을 선택(유상옵션)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대우건설은 가장 높은 분양가(3.3㎡당 1220만 원)를 책정한 점을 고려해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제공한다. 이를 감안하면 중흥, 대방에 비해 더 분양가가 저렴하다는 게 대우건설의 주장이다. 그러나 푸르지오의 경우 기본적인 설계를 유상으로 선택해야 함을 따져보면 전체적인 분양가는 3개사가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GTX 메리트, 과연 있는지 의문"
"분양가 생각보다 비싸, 3기 신도시 기다린다"

현장에서 만난 방문객들 대부분은 이번 동시분양의 성적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특히 GTX-A노선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목소리가 많았다.

서울 마포에서 왔다는 ㄱ씨(34, 남)는 "1100만 원 후반에서 1200만 원 초반으로 합리적인 분양가를 선보인다고 홍보하고 있는데, 사실 생각보다 비싸다.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운정신도시 집값이 뚝 떨어진 점을 반영하지 않은 것 같다"며 "3기 신도시 수혜 지역인 고양 원흥~삼송 쪽 분양가가 1600만~1700만 원대인데, 차라리 조금 더 보태고, 조금 더 대출받아서 확실한 지역에 집을 사는 게 더 합리적이라는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운정신도시 주민 ㄴ씨(57, 여)는 "GTX 운정역이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강남까지 30분대라고 하는데, 솔직히 경의중앙선 문산역에서 일산까지 20~30분대라고 해서 문산을 일산 생활권이라고 하지 않지 않느냐. 같은 논리로 운정을 강남 생활권이라고 할 수 있느냐. 아무리 GTX가 들어서도 파주는 파주"라며 "3지구에 청약통장을 쓰는 것보다 차라리 운정신도시 아이파크 분양권을 사는 게 더 낫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지역 부동산 시장의 한 관계자는 "투자 목적이라면 중흥에 1표를 던지고 싶다. GTX와 가장 가깝고 같은 역세권인 대방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가 있어 메리트가 있다. 거기다 중소형 타입 대단지 아파트"라며 "실거주로는 대방과 대우가 낫다. 대방은 40평형이 있어서 4~6인 가구가 살 물량도 갖췄고, 초등학교 부지가 있어서 자녀를 둔 세대가 살기 편할 것이다. 푸르지오는 3지구 흥행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1·2지구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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