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 검증 않는 여당 국회의원…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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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 검증 않는 여당 국회의원…괜찮나?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7.09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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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후보자 검증보다는 편들기 치중하는 여당 의원들…국민 대표 의무 제대로 하고 있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청문회는 행정부 견제를 위해 입법부에게 주어진 권능이다. ⓒ뉴시스
청문회는 행정부 견제를 위해 입법부에게 주어진 권능이다. ⓒ뉴시스

8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점심시간 직전 질의에 나선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2013년 국정감사에서 윤 후보자가 국가정보원 대선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한 상부의 외압 의혹을 밝힌 동영상을 재생한 후 이렇게 말했다.

“윤석열 후보자의 저러한 정의로운 발언이 결국 촛불혁명을 가져왔고 오늘의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켰다, 저러한 기백으로 검찰을 이끌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윤석열 후보자가 꼭 검찰총장이 돼서 부당한 지시를 절대 받지 않고 검찰의 길을 갈 것이다, 이렇게 확신하는데 제가 믿어도 됩니까.”

기자들 사이에서 실소(失笑)가 터져 나왔다. 한 기자는 작은 목소리로 “윤비어천가네 윤비어천가”라고 중얼거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이 상징적인 장면은 윤 후보자 청문회, 나아가 우리나라 청문회 시스템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줬다.

인사청문회란 대통령이 임명한 행정부 고위공직자의 자질과 능력을 국회에서 검증하는 제도다. 국무총리, 감사원장, 대법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등은 비선출직임에도 막강한 권한을 갖는 직책이기 때문에, 국회라는 대의(代議) 기관에서 간접적으로나마 국민의 검증을 받으라는 의도다.

그러나 윤 후보자 청문회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부분의 청문회에서는 ‘국회의원 대 후보자’가 아니라 ‘여당 대 야당’ 구도가 펼쳐진다. 후보자가 낙마(落馬)할 경우 지명권자인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 갈 수밖에 없으므로, 여당은 후보자 검증보다는 야당의 공세를 막아내는 데 더 치중하기 때문이다. 청문회에서 여당이 후보자의 ‘호위 무사’를 자처하는 것은 정권을 막론하고 매번 반복되는 그림이다.

하지만 청문회는 삼권분립 원칙 하에서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도록 마련해둔 장치다. 대통령의 막강한 인사권을 견제할 수 있도록 국회에 부여한 권능이다. 그렇다면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들은 대통령의 인사권이 ‘제대로’ 행사됐는지 확인하고 국민에게 보여줄 의무가 있다. 여당 의원이라고 해서 후보자를 감싸기만 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 어긋나는 태도다.

특정 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은 늘 이중적 지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 대표이자, 정당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 대표로서의 지위와 정당 일원으로서의 지위가 상충된다면, 국회의원은 국민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후보자 ‘호위 무사’로 나선 국회의원들의 모습에서 씁쓸함이 느껴지는 이유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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