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문희와 함께하는 Bye, 혐오의 시대①] 어느 날 나는 벌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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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문희와 함께하는 Bye, 혐오의 시대①] 어느 날 나는 벌레가 됐다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9.07.14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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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관리 전문가 송문희 교수와의 해법에 앞서
카프카의 ‘변신’과 인간의 벌레화인 요즘에 대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프롤로그>

어느 날 나는 벌레가 됐다. 내 이름은 그레고리다. 하지만 내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비록 모습은 벌레로 변했지만, 동생도 아버지도 내가 그레고리임을 알고 있다. 적어도 나는 가족으로서 인식됐다. 동생에게는 오빠였고, 아버지에게는 아들이었다. 하지만 그 같은 대우는 오래가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차츰, 가족들도 나를 진짜 벌레 보듯 했다. 그레고리임을 잊어갔다. 치워 없애고 싶은 혐오의 대상으로 간주됐다. 그렇게 나는 완전한 벌레가 됐다. 버려졌다.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의 줄거리다. 20세기의 위대한 소설가 카프카는 선견지명이 있었다. 인간의 벌레화를 다룬 그의 책 <변신>은 200여 년 전에 쓰였지만 인간의 존엄성 훼손 시대를 예고했다.

케이블·위성TV Q채널 다큐멘터리 ‘히틀러의 홀로코스트’화면.©뉴시스
케이블·위성TV Q채널 다큐멘터리 ‘히틀러의 홀로코스트’화면.©뉴시스

 

심지어 책이 쓰이고 한참 후에 일어난 유태인 대량학살의 비극 앞에서도 카프카의 <변신>은 회자됐다. 책을 통해 던져진 카프카의 물음, ‘인간의 존엄성이 어디까지 침해받을 수 있는가’지가 상기된 것이다.

홀로코스트의 만행을 저지른 독일의 히틀러는 유태인을 벌레라고 불렀다. 벌레니까 나치에 의해 학살을 당해도 된다는 논리였다. 그 같은 지시에 의해, 살충제로 인해 벌레가 죽어나가듯 가스실에서 죽어나간 시체더미는 처참히 버려졌다. 그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논한다는 것은 오히려 분노에 가까운, 먼 나라의 얘기일 뿐이었다.

소설은 ‘혐오’로 들끓는 오늘날도 정확히 관통하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특정 부류의 사람을 지칭해 벌레 충자를 붙여 부른다. 진지한 사람에게는 진지충, 한국 여성과 남성을 각각 폄훼할 때 쓰는 페미충과 한남충, 엄마들을 비하하는 맘충, 정치에 관심 많으면 정치충, 학교 급식을 먹는 청소년들은 급식충, 노인은 틀니를 끼는 세대라고 해서 틀딱충. 인간 경시 풍조라는 말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이 같은 신조어는 이제 보편 다반사가 됐다. 우스갯소리나마 서로를 벌레로 부르는 현상은 이미 익숙한 일이 된 것이다. 

이런 사회 풍조의 영향 때문인지 인간을 벌레도 그냥 벌레가 아닌 더 큰 혐오적 시선의 기생충에 빗댄 영화도 등장했다. 얼마 전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작품이다. 상생과 공생이 아닌 기생이 될 때 양자 모두 파괴될 수 있다는 양극화 시대의 폐단을 혐오적 인식으로 바라보며 기생충의 생존 습성으로 묘사한 것이다.

그래도 요즘의 ‘충 시대’를 가장 대표하는 것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성 혐오다.  ‘페미충 vs 한남충’으로 엿볼 수 있는 남녀 간의 갈등, 그 폐단이 낳은 젠더 혐오인 것이다. 수년전 여성 혐오의 일베 사이트가 등장한 이후 이제는 남성 혐오 사이트 워마드가 생겨 사회적 우려가 되고 있다. 성 갈등을 부추기고 사회적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양 극단의 혐오적 사이트인 이 두 곳을 폐쇄해야 한다는 법안까지 (하태경 의원) 마련된 상황이다.

정치 평론가이자 갈등 관리 전문가, '펭귄 날자'의 저자 송문희 고려대 정치리더십센터 교수ⓒ시사오늘
정치 평론가이자 갈등 관리 전문가, '펭귄 날다'의 저자 송문희 고려대 정치리더십센터 교수ⓒ시사오늘


"젠더 감수성 키우기"

나아가 근본적 접근을 통한 성 화해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왜 이런 사회구조적 문제가 나왔는지를 살펴보고 남녀 모두 인권 감수성, 젠더 감수성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이는 ‘젠더 감수성’을 높이는 교양서적 <펭귄 날다>의 저자 송문희 고려대 정치리더십센터 교수가 얼마 전 <시사오늘>을 만나 한 제언이다.

그는 정치평론가이자 갈등관리 전문가이다. 젠더, 정치, 장애, 사회 문화적 갈등 관리에 대한 전 범위를 다루고 있다.

우선 성 갈등에 대한 진단과 해법.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노력해야 하는지 알아보겠다.

<송 교수와의 본격적인 얘기는 다음에 계속.>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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