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이란①> 한국 경제 ‘동반성장’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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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이란①> 한국 경제 ‘동반성장’으로 통한다
  • 박세욱 기자
  • 승인 2011.08.16 1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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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소기업‘더불어 산다’가치 확산…양극화 해법 열쇠 '주목'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세욱 기자]

지난달 2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2009년 2월 이후 11차례에 걸쳐 116개 대기업에 대한 동반성장협약 이행 평가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동반성장 협약은 대기업과 중소 협력사 간에 맺는 것으로 체결 1년 뒤 공정위가 이행 실적과 협력사 만족도 등을 평가해 양호 이상의 등급을 받을 경우 조사 면제 등의 인센티브를 준다. 최우수와 우수 등급을 받은 기업에는 직권조사와 서면 실태조사를 각각 2년, 1년씩 면제하고, 양호 등급의 경우 1년간 서면 실태조사를 받지 않는다.

그간 최우수 등급을 받은 기업은 포스코·현대차·기아차 등이었는데 올해는 66개사(56.9%)가 양호 등급 이상의 평가를 받았다.

평가 등급별로는 △최우수(100점 만점에 95점 이상) 3개사 △우수(90점 이상) 37개사 △양호(85점 이상) 26개사다. 이들 116개 대기업이 1만1838개 협력사에 지원한 자금은 2조8633억 원, 납품단가 인상액은 1조1936억 원으로 집계됐다.

하도급 및 유통 분야 21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실시된 최근 11차 조사에서는 LG이노텍이 ‘우수’평가를, 대림산업·삼성엔지니어링·현대건설·GS건설·GS홈쇼핑 등 5개사는 양호 등급을 받았다.

앞으로도 공정위는 매 분기 대기업을 대상으로 협약 이행평가를 실시 발표해 대기업의 참여를 독려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동반성장을 대하는 재벌 대기업들의 태도가 여전히 미온적이고 수동적이라는 평가다. 협력업체와의 관계를 개선해야 된다는 관념은 갖고 있으나 아직 '갑을' 관계의 타성에 젖어 자신의 내부 시스템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대기업은 동반성장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야 하며, 정부 또한 경제 구호가 아닌 진정성에 무게를 두고 동반성장에 힘을 실어줘야 할 때다.

▲ 지난 4월13일 삼성그룹 계열사와 협력사간 기업상생을 위한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협약식을 개최하고 정운찬 위원장 및 삼성그룹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대기업 편중주의 한계점 봉착

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핵심 전략은 대기업을 통한 고도의 수출 드라이브 정책이었다. 정부는 수출 위주의 대기업을 위해 금융지원 및 세제를 비롯해 노동문제와 관련 온갖 특혜를 제공하며 사업하기 좋은 여건을 마련했다. 이로 인해 수출 한국의 위상을 떨쳐 글로벌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 할 수 있는 초석을 다졌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재벌’이란 한국 특유의 대기업 그룹이 형성되면서 비록, 이들 재벌이 한국 경제에 이익으로 작용했지만 이에 반해 중소기업들은 점점 쇠퇴하며 대·중소기업간 불균형 구조는 더욱 심화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결국 IMF 위기로 줄 도산하는 중소기업들이 생겨나면서 그동안 대기업 편중주의에 따른 구조적 문제점들이 모습을 드러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중소기업간 구조를 개선해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를 줌으로써 불균등 해소는 물론 상호 협력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동반성장’이다. 최근 동반성장이 한국 경제 현안에 있어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얼핏 대·중소기업 간 보다 원활한 협조와 약자인 중소기업의 배려차원 정도로 비쳐지지만, 실제 상호 비즈니스 협력을 통해 한쪽의 일방적인 이득이 아닌 ‘함께 배불리자’라는 균등 가치를 추구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이 하루 아침에 바뀔 수는 없을 것이다. 아직 대기업들의 호응도 미약하며 일각에선 동반성장에 대해 냉소를 보내기도 한다. 이에 <시사오늘>에서는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과의 인터뷰에 맞춰 정부와 동반성장위원회가 새로운 기업 정책으로 내놓은 동반성장정책을 훑어봤다.

일반적으로 중소기업은 틈새분야에 대해서 아주 깊은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만 거대한 팀을 이뤄 복잡한 환경 속에서 프로젝트를 관리해 본 경험이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반면 대기업은 대단히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지만 특정 기술 분야에 대한 전문성은 중소기업에 비해 부족하다.

이에 동반성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다른 역할을 하면서도 함께 힘을 합해 더 큰 기술적 진보와 혁신을 만들어 내는 것을 강조한다.

대기업은 복잡한 거대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 서로 다른 전문기술과 비즈니스 접근법을 가진 다양한 구성원들을 거대한 하나의 팀으로 연결하는 데는 확실한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역할이 요구된다.

정 위원장은“중소기업과 대기업이 다윗과 골리앗의 관계에 머물지 말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 포스코가 동반성장 지원단을 구성해 협력 중소기업을 지원키로 한 가운데 포스코 포항제철소 조봉래 소장이 협력업체에서 현장체험을 하고 있다. ⓒ뉴시스

대·중소기업 공존…포스코가 대표적

같은 맥락에서 대기업들도 협력업체들과 상생하는 발전 모델을 지향하는 차원에서‘성과공유제’를 도입해 협력업체와 원가절감이나 부품공동개발 등을 함께 하고 납품단가 인상이나 신규사업 우선권 배분, 거래기간 연장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성과공유제를 대표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대기업이 바로‘포스코’(POSCO)다.

지난 2004년 성과공유제를 처음 시행한 포스코는 현재까지 총 1192건의 과제를 613개 협력기업과 공동으로 수행해 402억 원의 성과보상금을 지급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성과공유제를 기존 1차 협력기업에서 2~4차 협력기업으로 확대했으며, 또한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테크노파트너십과 연계해 성과공유제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패키지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성과공유제에 대해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모든 개선활동은 중소기업과 함께 품질과 가격을 협의하면서 상생하는 콘셉트로 추진해야 한다”면서 “대·중소기업이 장기적인 동반자 관계로 발전하려면 일회성 정책보다는 성과공유제도를 통해 보다 효과적인 동반성장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가운데 통상 중소기업의 영역이었던 MRO(기업 소모성 자재), SSM(기업형 슈퍼마켓)은 물론이고 외식사업, 웨딩사업, 식료품사업 등에 대기업들이 무차별 진출하면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설 자리가 없어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최근 사조그룹의 포장두부 시장 진출이다. 두부산업은 1983년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지정된 이래 중소기업 사업영역으로 보호받으며 전통적 소상공인의 업종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다 2006년 고유업종제도가 폐지되면서 CJ 대상 등 대기업이 차례로 두부시장에 뛰어들었다. 포장두부 시장 규모는 지난해 3074억 원. 이 중 풀무원이 50.4%로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지난달 막대한 자금과 기계화된 시스템을 바탕으로 사조그룹이 두부시장에 뛰어들면서 갈수록 좁아지는 두부시장에서 중소기업의 몫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대기업의 강자독식체제와 시장지배력이 지속되면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잠식됨은 물론, 창업의지까지 꺾어버릴 우려가 높다.

대기업 두부 사업 진출…강자독식체제 우려

지난해 삼성·현대차·LG·SK 등 4대 그룹 전체 매출(해외 매출 포함)은 603조3000억 원으로 이는 우리나라 전체 GDP의 51%에 해당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기업 세전 순이익률은 2007년 7.9%에서 작년 8.4% 늘었지만, 중소기업은 3.8%에서 2.9%로 감소했다.

동반성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개인들의 금융부채는 937조원으로 2009년 말보다 8.9% 늘었다. 2009년 말 기준 우리나라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144%로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당시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인 129%보다 많았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동반성장위원회는 중소기업의 적합업종을 선정하고 상호출자제한을 둬 대기업의 시장 독점을 규제했다. 중소기업 적합 업종과 선정 가이드라인은 제도 운영의 효율성(시장규모, 중소기업 수), 중소기업 적합성(최소효율규모, 생산성), 부정적 효과 방지(소비자만족도, 협력사피해, 수입비중, 대기업 수출비중), 중소기업경쟁력(R&D비율, 경쟁력 수준) 등이 포함돼 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확정하고 현재 중소기업의 신청접수를 받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달 7일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기반으로 대기업의 범위를 분류,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을 선정했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재벌들이 포함됐는데 이들은 중기 적합업종이나 품목으로 선정되면 시장 여건에 따라 해당 사업을 포기하거나 사업 확장을 자제해야 한다. 이들 기업은 중기 적합업종과 품목으로 지정된 사업 분야에 새로 진입하기도 어려워진다.

대기업의 동반성장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정운찬 위원장은 ‘초과이익공유제’라는 카드를 제시했다.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제안한 초과이익 공유제는 각 대기업이 자율적으로 협력사가 기여한 부분을 평가해 초과이익의 일부를 ‘동반성장기금’(Profit Sharing Fund)으로 조성하자는 것이다.

이 기금의 적용 여부와 지원 규모 등은 협력업체들의 기여도 등을 평가해 대기업이 자율적으로 정하자는 것이 핵심 개념이다.

▲ 정운찬 위원장이 대구의 전통시장을 방문, 소상공인에게 동반성장 체감도를 듣고 있다. ⓒ뉴시스

초과이익공유제…'애플' 사례처럼 대기업·협력사 '윈윈'하자는 것

동반성장위원회는 기업들이 초과이익 공유제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동반성장기금 설치 및 운영이 우수한 대기업에 대해 정부사업 참여시 우대하거나 세제지원 등의 인센티브가 이뤄지도록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는 일을 담당할 예정이다.

아울러 초과이익공유제의 참여도를 동반성장지수 평가에 반영해 동반성장에 노력하는 대기업에게 혜택을 제공된다.

미국의 애플사에서 운영하는 앱스토어(App Store)에서는 개인이나 기업이 수익을 창출하면 애플사의 수익도 자동으로 늘어가게 된다. 애플 제품의 판매량이 늘어나면 앱스토어 기업들의 수입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다. 애플의 이런 하위 기업들과의 협력 구조를 우리나라 대기업과 협력사에도 도입해 서로 윈윈(Win-Win)하자는 게 이익공유제의 기본 취지라 할 수 있다.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정 위원장은“대기업이 엄청난 초과이익을 남길 때 협력중소기업은 이자율에도 못 미치는 이윤으로 간신히 적자를 모면하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이것이야 말로 우리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협력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결국 대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또 “대기업의 초과이익공유를 통해 우리의 기업 생태계가 건강해진다면 대기업의 경쟁력도 향상될 수 있고 우리경제도 장기적인 선순환을 통해 건강한 시장경제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동반성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관계 변화에서부터 출발해 근본적으로 조직적인 변화가 선행돼야 가능하다. 오직 실적을 기준으로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양극화 등의 문제가 심각한 지금, 자원배분에서 가장 효율적이라는 시장제도를 보다 튼튼하고 내실 있게 만들기 위해 동반성장이라는 처방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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