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일본 버르장머리’ 발언과 ‘원인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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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일본 버르장머리’ 발언과 ‘원인착각’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9.08.10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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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YS의 대일강경책과 외환위기는 무관했다
정치권은 '물타기'에 악용 말아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병묵 기자]

ⓒ시사오늘 그래픽=김유종
정치권 일각선 YS의 ‘일본 버르장머리’ 발언을 정쟁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마치 YS의 발언을 대일관계 악화, 나아가 IMF 환란까지 이어붙이는 것은 당시의 진실을 왜곡함은, 물론 YS와 문민정부를 이용한 정치적 물타기에 지나지 않는다. ⓒ시사오늘 그래픽=김유종

한일관계가 얼어붙으면서 최근 다시 주목받은 발언이 있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놔야 한다"는 말이다. 1995년 11월 중국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당시 열렸던 기자회견 때 나왔던 코멘트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지난 달 "아베정부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놔야 한다"고 오마주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치권 일각선 YS의 이 발언을 정쟁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마치 이 발언으로 인해 일본에게 경제적 보복을 당했고, 나아가 외환위기가 촉발됐다는 해석과 함께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은 지난 달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고 했다가 1997년 IMF위기 때 일본이 우리의 도움 요청을 거절했다"고 적었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일본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는 YS의 말이 IMF (위기의) 동기가 된다"면서 "소위 일본이 우리나라 어음 가지고 있는 걸 다 돌려버렸다"고 주장했다.

결론부터 언급하면 두 발언 모두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아르헨티나 대사를 지내기도 한 최양부 전 청와대 농림수산경제수석은 지난 달 본지 인터뷰에서, "IMF 때 일본은 자금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국제적 시스템 상 지원할 수가 없었다"면서 "문민정부 때 한일관계 마찰은 주로 한일어업협정이 중심이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또한 YS의 당시 발언의 배경을 살펴보면, 일본 총무청 장관 에토 다카미는 "한·일 합방으로 일본이 좋은 일도 했다"고 망언한 뒤다. 이는 역사적 문제에 대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써의 당연한 반박이었다.

YS의 발언이 남긴 강렬한 인상 때문에, 일종의 '원인 착각'상태에 빠지기 쉽다. 미국의 심리학자 차브리스는 저서 〈보이지 않는 고릴라〉에서 "우리는 이전에 일어난 사건이 이후에 일어났거나 일어난 것처럼 보이는 사건의 원인이라고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존재하지 않는 연관성을 인식하는 원인 착각 상태"라고 적었다. YS의 발언으로 인해 일본과의 관계가 나빠졌으며, 경제문제까지 이어졌다는 것은 이러한 ‘원인착각’이다.

차브리스에 따르면 '원인 착각'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필요 이상으로 원인 추론을 펼치는 데서 나온다. 유 의원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해야 하는 입장에서, 박 의원은 김대중(DJ) 정부의 대일정책을 부각시키기 위한 '정치적 인용'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치 YS의 발언을 대일관계 악화, 나아가 IMF 환란까지 이어붙이는 것은 당시의 진실을 왜곡함은, 물론 YS와 문민정부를 이용한 정치적 물타기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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