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삼성이 하면 토론 없이 결정나” 전직 연구원의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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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삼성이 하면 토론 없이 결정나” 전직 연구원의 토로
  • 박세욱 기자
  • 승인 2011.08.19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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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세욱 기자]

LG전자의 선임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한 직원이 퇴직하며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앞으로 보낸 장문의 이메일이 최근 인터넷에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5년간 LG전자에서 CTO(최고기술책임자) 소속 선임 연구원으로 근무한 최모씨는 지난 4월 카카오톡으로 이직 후 지난 16일 자신의 블로그에 퇴사 당시 구본준 부회장에게 보냈던 이메일을 게재했다.

최씨는 이메일을 통해 LG전자에서 근무할 당시 느꼈던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그는 “삼성이 어떻게 한다더라 하면 토론 없이 의사결정이 난다”고 하는가 하면 “회사에서 연구원들을 철부지 중고생 대하듯 사소한 것까지 간섭하는데 주인의식이 생길 리 만무하다”는 등 따끔한 지적도 서슴지 않았다.

▲ LG전자의 전 선임연구원이었다고 밝힌 최모씨가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에게 보낸 메일 게재된 블로그 캡처화면.

최씨는 “지난 4월 퇴사를 하면서 그동안 생각했던 바를 정리해서 CEO에게 메일을 보냈는데 아쉽게도 CEO로부터 답장을 받지 못했다”며 “사실 CEO가 답장을 할 회사라면 그렇게 떠나지도 않았겠다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LG전자의 발전을 위해 바뀌었으면 하는 부분을 건의했고 LG전자가 방향을 바로 잡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이메일 공개 이유를 전했다.

그는 먼저 LG전자는 이노베이션(Innovation, 혁신)을 외칠 뿐, 실제 이노베이션을 하겠다고 ‘주장’만 하는 회사라고 지적했다. 이노베이션은 위험감수(risk-taking)가 가능한 문화 속에서 가능한 것인데 회사는 연구원들이 위험감수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디어가 구현될 지도 확실치 않은데 프로젝트 초기부터 투자 수익을 계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나친 보안 탓에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제품을 만들 기회를 놓치게 되거나 그만큼 엄청난 기회비용만 생겨난다고 꼬집었다. 그는 “LG전자는 보안이라는 이유로 접근이 막힌 사이트들이 의외로 많다”며 “아이디어 조사 차원이나 기술에 대한 궁금증으로 인터넷에서 검색하다가 막히면 대부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실제 최씨가 IT업계 경쟁사인 KT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알아보기 위해 해당 홈페이지를 접속했지만 보안으로 인해 접근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어 홈엔터테인먼트(HE) 본부의 경우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보안상의 이유로 개인 컴퓨터가 아닌 중앙서버에 접속 후 작업을 하는데 이는 개발자들의 생산성을 엄청나게 갉아먹고 있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최씨는 LG전자 내부의 비합리적인 의사결정 문제점 강조했다. 자유로운 토론 문화가 없고 특히 최고 경영진이나 연구소장이 언급하면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그대로 의사 결정이 난다는 것이다.

더욱이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어떻게 한다고 하면 이 역시 비판적인 토론 없이 의사결정이 난다고 말했다. 최씨는 “비록 상부에서 코멘트가 있는 경우라도 또, 경쟁사가 그렇게 하더라도 의사 결정시에 관련자들이 반드시 이유를 이해하고 필요하면 이를 반박할 수 있는 조직 문화가 돼야 진정으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와 함께 말로는 '주인의식을 가져라'고 말하면서도 연구원들을 주인으로 대하는 것이 아닌 철부지 중고생으로 대하듯 사소한 것까지 간섭하는 점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서초 R&D캠퍼스에서 본부와 연구소를 불문하고 지각을 체크해 각 조직별로 통계를 매일 보고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회사가 연구원들을 주인으로 대하지 않는데 주인의식이 생길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현재 이글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네티즌들 사이 반응이 뜨겁다. LG전자에서 최씨와 함께 근무한 이모씨는 “조직문화와 관련된 문제제기는 참으로 공감한다”며 “그러나 이노베이션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2004년 처음 들었는데 그때 그걸 해야한다고 물었던 CTO는 스스로도 그게 무엇인질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07년 LG전자를 퇴사했다고 밝힌 한 누리꾼은 “금성사일때 입사해서 LG전자일때 퇴사했는데 대부분 직원들이 1등 의식이 전혀 없고 자사 제품에 대한 애정도 없는 게 사실”이라며 “그동안 LG전자에서 쭉 근무했던 사람들은 승진이 잘 안되고 외부에서 영입이 돼 임원이 되는 게 참 어이가 없고 애사심이 절로 떠나게 된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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