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청문회’ 늦추자는 한국당…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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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청문회’ 늦추자는 한국당…왜?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8.19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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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이 촉발한 ‘진보의 위선’ 논란…한국당 입장에선 꽃놀이패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 일정을 두고 여야가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시사오늘 김유종
조국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 일정을 두고 여야가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시사오늘 김유종

여야(與野)가 또 맞붙었다. 이번에는 조국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 일정을 두고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오는 30일 이전에 7명 고위공직후보자 청문회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자유한국당은 꼼꼼한 검증과 국민의 알권리 확보를 위해 일정을 여유 있게 잡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청문회 일정을 둘러싼 여야의 기싸움이 ‘숨겨진 목적’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의 ‘페르소나(Persona)’로 불리는 조 후보자의 청문회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평가와 직결될 수 있는 만큼, ‘청문회 정국’을 최대한 축소 또는 연장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지적이다.

‘법대로 하라’는 與, ‘알권리 보장하라’는 野

기본적으로 민주당은 인사청문회법에 의거, 오는 30일 이전에 모든 청문회를 끝내자는 방침이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즉시 본회의에 보고하고 위원회에 회부해야 하며(제6조 제1항), 국회는 임명동의안이 회부된 날부터 15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마쳐야 한다(제9조 제1항).

청와대가 국회에 청문요청안을 제출한 것이 지난 14일이므로, 인사청문회법을 준수할 경우 오는 29일까지는 7명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마쳐야 한다. 때문에 민주당은 이달 내에 모든 청문회를 마무리하고, 9월에는 정기국회를 열어 민생법안 처리는 물론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대처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더해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18일 “(청문보고서 채택 기한인) 9월 2일까지 못하게 되면 청와대에서 한 번 더 재송부를 요청하게 되고, 그 기간 내에도 채택이 안 되면 임명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까지 폈다. 한국당의 협조 여부와 관계없이, 청와대가 조 후보자 임명을 강행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반면 한국당은 여야의 연찬회 일정을 이유로 청문회를 9월 초까지 진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기국회에 대비한 한국당의 의원 워크숍이 27~28일, 민주당 의원 워크숍이 30일로 예정돼 있어, 무리하게 법정 기한을 맞추려 하면 후보자들에 대한 꼼꼼한 검증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논리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18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청문보고서 채택 시한이 지난 이후에도 인사청문회를 진행한 전례가 있다. 부득이한 경우 탄력적으로 여야가 합의해왔다”며 “연찬회 일정도 있는데 여당이 무조건 채택 시한을 지키자고 하는 것은 한마디로 부실한 청문회를 유도하는 것이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한국당 이만희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민주당이 이번 인사청문회를 8월 안에 끝내자고 밀어붙이는 것은 스스로 후보자의 부적격성을 인정하는 것이자 국회의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며 철저한 검증을 바라는 국민의 요구를 저버리는 것”이라면서 “실제 현 정권에서 법률이 정한 기한을 넘겨 청문회가 개최된 경우만도 7번에 달한다”고 비판했다.

속내는 ‘진보 vs 보수’ 헤게모니 다툼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청문회 일정에 대한 여야의 대립이 진보와 보수간 헤게모니 다툼 성격을 띤다고 본다. 우선 민주당은 가능한 청문회 일정을 앞당겨 문 대통령의 측근이자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조 후보자를 보호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청문회가 늦어질수록 야당과 언론에 의한 ‘검증 공세’는 거세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반대로 한국당은 조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이득도 커진다는 판단이다. ‘진보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조 후보자가 입는 상처는 고스란히 진보 진영의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조 후보자는 지명 5일 만에 각종 의혹에 휩싸이며 ‘진보의 위선’ 논란을 촉발했다.

조 후보자는 배우자와 두 명의 자녀가 사모펀드에 74억5500만 원 규모의 출자 약정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로부터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으로 사회주의 혁명을 추구하다가 사모펀드로 자본주의적 재테크를 했다하니 눈부신 변신이라고 할 수 있다”는 냉소를 받았다.

그밖에도 동생의 위장 소송과 위장 이혼 등의 의혹이 매일같이 언론을 장식하자, 진보 진영 전체에 대한 공세도 확산되는 모양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좌파는 뻔뻔하고 우파는 비겁하다. 조국 후보자를 보면 그 말이 명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어디 조국 한 사람뿐이겠느냐”며 조 후보자에 대한 논란을 진영 싸움으로 확산시켰다.

여기에 PK(부산·경남) 출신에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교수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거치며 유력 대권 후보로 도약한 조 후보자 이미지에 상처를 낼 수 있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조 후보자는 MBC가 의뢰하고 <코리아리서치>가 13일부터 14일까지 수행해 15일 공개한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17.6%), 황교안 한국당 대표(13.6%), 이재명 경기도지사(6.4%),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5.1%), 박원순 서울시장(4.9%)에 이어 6위(4.4%)에 오른 바 있다.

이와 관련, 19일 <시사오늘>과 만난 정치권 관계자는 “청문회가 열리기 전에는 후보자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가 나오는 게 당연한 만큼, 한국당은 청문회를 최대한 미루고 싶어 할 것”이라며 “요즘 사람들을 만나 보면 민주당 지지자들도 ‘조국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너무 심하지 않냐’고 하는데 한국당은 이런 분위기를 계속 끌고 가고 싶어 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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