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채용'에 대입준비 학생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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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채용'에 대입준비 학생만?
  • 김신애 기자
  • 승인 2011.09.22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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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고졸사원 자격요건에 '수능응시예정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신애 기자]

“학생들 대학 다니기 힘들다고 반값등록금 외쳐봐야 정부는 등록금 대책은 뒷전이고 기업들한테 고졸채용 늘리라고만 압박하고, 기업들이야 당연히 우수 인력을 뽑고 싶을 거고, 그러니까 이런 우스꽝스러운 채용조건도 나오는 거 아니겠습니까”

대우조선해양의 고졸채용 공고를 접한 한 시민의 반응이다. 지난 7월 고졸행원을 채용한 기업은행에 이명박 대통령이 방문한 후 공공기관을 비롯한 여러 은행과 대기업에서 고졸채용 소식이 들리는 것을 염두에 두고 ‘울며 겨자 먹는’ 기업들의 고졸 채용을 시사한 것.

대우조선해양(대표 남상태)은 21일 고졸사원 모집을 시작했다. 이번 대우조선해양의 고졸 채용은 ‘우수 고졸 예정자 정규직 채용 및 육성프로그램’으로 가칭 ‘중공업 사관학교’ 프로그램이다.

사측에 따르면 중공업 사관학교에서는 첫 1년 동안 기본소양 과목 및 현장 순회교육을 받게 된다. 이후 군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고 향후 3년간 전문 멘토를 지정해 실무 부서에서 실무경험을 쌓는다. 이와 함께 집중 어학교육도 함께 실시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사관생도들이 4년간의 교육기간을 통해 장교로 임관되듯, 우수 인력을 조기에 양성해 궁극적으로는 회사의 중공업 전문가를 육성하는 자체 교육기관이 될 것”이라며 “성적은 우수하지만 일반 대학 진학이 어렵거나, 진학 이외에도 다른 경로를 찾던 고등학생들에게 취업을 통한 새로운 성장 경로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 대우조선해양 채용 e-브로셔 ⓒ 대우조선해양

고졸채용인데, 수능을?

그러나 고졸 출신을 육성해 대졸자와 같이 대우하고, 중공업 전문가로 키우려는 대우조선해양의 채용의도가 순수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은 지원 조건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고졸사원 모집의 지원 자격은 △고등학교 3학년 학생으로 2012년 2월 졸업 예정자 △내신 성적 우수자(3-1 학기 기준) 또는 학교장의 추천을 득한 자 △2012년도 대입 수능시험 응시 예정자 이다. 

바로 고졸 채용에 수능시험 응시가 자격 요건으로 있는 것이다. 사측에서 ‘우수 고졸예정자’를 내세우더라도 수능 응시를 자격 요건에 두는 것은 사실상 전문계고 졸업자들의 지원 기회를 배제시키는 것이라는 여론이 있다. 올 수능 원서접수는 이미 마감됐기 때문에 일찍이 취업을 계획하고 수능을 치르지 않는 학생들, 특히 전문계고 학생은 지원기회가 없다는 것. 

실제 전문계 학생들의 수능 지원율은 지난해에 비해 줄어들기도 했다. 지난 14일 조선일보 보도내용에 따르면 올 수능 응시자 중 전문계고 학생들이 4년제 대학 진학을 목표로 응시하는 직업탐구영역의 응시가자 작년 4만4136명에서 올 3만3428명으로 24.3% 줄었다.

이에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수능응시 자격요건에 대해 “이번 공채는 대학을 충분히 갈 수 있는 우수학생을 채용해 조선해양분야 전문가로 육성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우수 학생을 변별하기 위한 기준으로 수능점수를 요건으로 한 것”이라며 “수능점수는 동일 점수 응시자 중 참고자료일 뿐, 실업계고 졸업생의 상대적 차별을 좁히기 위해 각종 자격증 소지에 우대정책을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접수 안했는데 어떡하라고…”

우수 인력 채용을 위함이라는 사측의 설명에도, 고졸채용에 수능시험을 봐야한다는 조건에 많은 누리꾼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자체 평가 등 다른 방법으로 선별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수능 요건을 내놓음으로써 응시 접수를 하지 않은 고졸자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취업을 결정한 학생들은 일반적으로 수능 접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홈페이지에서 공고계열 고등학교 3학년 재학 중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수능시험 응시 조건에 놀랐다며 “제가 처음엔 진학을 생각하다 마음을 바꿔 취업 쪽으로 옮겨 수능시험 응시자격 기간 때에 그냥 넘겼습니다. 취업을 준비하는데 저처럼 수능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수능을 안쳐도 된다는 생각에 넘어갔지만 채용조건에 들어가 있어 수능의 필요성을 뒤늦게 알아차릴 수도 있습니다”라고 응시 자격 없음을 아쉬워했다.

이밖에도 “고졸 취업생을 뽑는데 왜 수능 점수가 필요합니까. 대학진학생을 뽑는 겁니까? 순수하게 어려워서 취업을 원하는 특성화 학교 학생이 경쟁이 되겠습니까? 다른 평가 시험을 본다면 이해가 가지만 특성화고 학생은 자격이 주어지지도 않는 현실이 안타까워 적습니다. 고려 부탁합니다”

“내신하고 면접만 평가하면 되지 수능은 왜 보는데. 정성적인 평가 보단 정량적인 평가를 추구하는건가”

“고졸인재를 뽑으시는데 꼭 수능점수를 반영해야 하는 건가요. 저는 진학보단 취업을 선택하고 수능을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접수기간도 끝난 마당에 수능 점수를 반영하신다니요. 꼭 수능을 봐야하는 건가요” 등의 글이 이어졌다. 

반면, 수능을 응시자 조건을 옹호하는 입장도 일부 있었다. 안주영이라는 이름의 한 작성자는 “획기적인 공고에 박수를 보냅니다. 첫 시행인 만큼 정확하고 타당성 있는 근거를 마련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먼저 내신을 보면 각 학교마다 다를 겁니다. (실업계,대도시,농어촌지역등..실력의 차이도 나겠지요?).하여, 수능중심으로 채용한다면 전국 어디서나 공정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고 의견을 표했다.

이어 “'대우사관'이라는 단어가 자랑스러울 만큼의 실력자를 모집해야 훗날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선구적인 회사라는 이미지로 남고 싶거든요(현 정부에 어쩔 수 없이 모집하는 것이 아닌....)현재 귀사의 채용이 실업계고교 중심이 아닌 전국의 모든 고3학생 중심이기 때문에 수능의 기준에 한 표를 보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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