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박람회 주관사 ‘갑질’에 참여기업 시름 깊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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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입주박람회 주관사 ‘갑질’에 참여기업 시름 깊어져
  • 홍성인 기자
  • 승인 2019.12.27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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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보수 예치금 임의사용… 사용용도 안 밝히는 경우 많아
행사 전 불공정 계약 조건 제시에도 ‘벙어리 냉가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홍성인 기자) 

중대형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 입주를 앞두고 ‘입주박람회’가 열리는 것이 이제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입주민들이 가전, 인테리어 등 입주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와 물품을 저렴하게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어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입주박람회가 이권 사업으로 인식되면서 이 행사에 참여하는 중소업체들이 적지 않은 피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인천 청라신도시 D 단지 입주박람회에 참여한 업체들은 주관사로부터 예치금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시사오늘>에 취재를 요청했다.

입주박람회에 참여한 기업들이 부당하게 예치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입주박람회 주관사에서 예치금 반환과 관련해 내부 SNS에 공지한 내용. ⓒ시사오늘 홍성인 기자
입주박람회 주관사에서 예치금 반환과 관련해 내부 SNS에 공지한 내용. ⓒ시사오늘 홍성인 기자

이들은 입주박람회를 통해 계약을 맺은 입주민들이 혹시라도 참여기업의 불성실한 사후관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와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참여기업을 상대로 걷는 예치금이 확실한 사유 없이 반환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입주박람회 주관사가 참여기업으로부터 걷는 예치금은 50~100만 원 정도. 이 금액 중 적게는 30%, 많게는 60% 정도를 공제한 금액을 돌려준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참여기업으로 참여한 A 대표는 “예치금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예치해뒀다가 받는 돈”이라면서 “특별한 하자보수가 없음에도 예치금을 공제하고 준다는 것은 주관사가 횡령에 가까운 행위를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예치금 명목이 하자보수에 대한 책임인데 그 부분은 우리 스스로 충분히 이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러한 불공정 행위는 해당 단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청라 D단지 외에도 원주 L단지, 시흥 B단지, 평택 G단지, 광교 C단지, 원주 E단지, 배곧 C단지, 신흥덕 L단지, 청라 H단지, 배곧 C단지 등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졌다.

오랜 기간 이러한 일이 발생했음에도 이들이 관련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은 입주박람회에 참여기업으로 들어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신축 아파트단지에 인테리어, 가전, 인터넷 등의 기업이 개별적 홍보활동을 ‘입주예정자협의회’(이하 ‘입예협’)에서 차단하고 있어 사실상 입주 예정자들에게 기업을 알리기가 쉽지 않다.

입예협 역시 보다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입주와 관련된 필요한 부분은 ‘입주박람회’를 통해 해결하고 있으며, 이 박람회를 진행할 주관사를 선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 주관사들 중 일부가 일종의 ‘갑질’ 행위를 한다는 점이다. 예치금 중 일부를 돌려주지 않는다거나 박람회 참가비를 지속적으로 늘려 참여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입주박람회 주관사 ‘갑질행위’ 도 넘어

주관사들이 박람회 참가비를 늘리는 데는 입예협의 요구사항과 맞물려 있다. 입예협이 박람회 주관사를 상대로 기부채납 형태로 단지 내에 시설이나 물품을 기여할 것을 종용하고, 주관사는 이에 대한 부담을 참여기업에게 넘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입예협의 요구사항 정도에 따라 참여기업의 박람회 참가비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입예협은 주관사에 적게는 수천 만 원에서 많게는 억대의 금액 상당의 시설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이런 부분이 청탁 등의 문제로 공론화하지 않고, 마치 주관사가 자발적으로 실행하는 것처럼 비춰지지만 실상은 입예협의 요구에 의해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 제보한 참여기업들의 설명이다.

박람회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B기업 대표는 “주관사의 박람회 참가비를 인상하는 부분에 항의하면 바로 참여 기업에서 제외된다”며 “주관사는 우리 말고도 참여 기업이 줄을 섰다고 엄포를 놓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기업이 박람회를 참여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미 거론한 것처럼 아파트 단지 내에 영업할 수 있는 방법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윤이 많이 남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참여한다는 것이다.

예치금 문제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C기업 대표는 “박람회 참가비는 입예협이 요구하는 사항까지 감안해 책정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며 “혹시라도 예산을 잘못 책정해서 벌어진 일이라면 주관사에서 책임져야 할 문제지 참여기업에 문제를 떠넘기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예치금을 썼다면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증빙하는 서류는 아무 것도 없었다”며 “모든 것이 주관사의 일방적 행위이고 참여기업은 그냥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내용에 거론된 A주관사 관계자는 “관련 내용에 대해 노코멘트 하겠다”고 일축했으며, B주관사 관계자는 “최근에는 예치금을 걷지 않고 보증보험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며 “과거 2년 전에 입예협의 요구에 의해 하자보수 명목으로 예치금을 걷었고, 관련 내용이 종료되면 다 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산업2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노력한 자만이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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