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종희 기자]
요즘 정치권에서는 2012년 대선이 지난 1997년 대선과 비슷하게 돌아갈 것이라는 얘기가 설득력 있게 흘러나오고 있다.
1997년 대선에서는 당시 여당 후보였던 이회창 자유선진당 전 대표가 야당 후보였던 김대중(DJ) 전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이회창 대표는 당시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사이가 좋지 못했다.
특히, 선거를 얼마 앞두고 YS가 DJ의 불법정치자금 의혹 수사를 못하도록 검찰에 지시하자 이회창 전 대표측은 YS 인형을 불태우는 행사를 가져 YS와 상도동계를 분노케 했다. 선거 결과는 DJ의 승리였다.
그 당시 상황에 대해 YS는 지난해 "현직 대통령이 특정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기는 어려우나 대통령이 안 되게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세종시 문제 등으로 이명박(MB) 대통령과 갈등을 빚자 YS가 박 전 대표를 겨냥해 던진 충고다.
이 가운데 "2012년 대선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DJ 역할을, 박 전 대표가 '이회창' 역할을, MB가 YS 역할을 맡는" 시나리오가 정치권 일각에서 그려지고 있다.
안 원장은 최근 들어 이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이지만 지난 2003년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 대통령과 함께 '제8기 서울대 평의원'으로 활약했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미래기획위원회와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에 참여하고 국무총리 후보로도 검토됐다고 한다.
MB가 이처럼 자신과 친분이 있는 안 원장의 길을 열어주는 대신 자신과 세종시 문제 등 여러가지 사안에서 대립해왔던 박 전 대표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 시나리오의 골자다.
6일 정치권에 30여년간 몸 담은 한 인사는 "이 대통령이 안철수에게 이런 저런 자리를 준 것을 보면 좀 키우려고 한 게 아니냐"하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또 "박 전 대표의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비판하는 YS가 부산 출신의 안철수를 밀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안철수 원장이 야권에 호의적이고 MB정부에는 부정적인 것처럼 비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하면서 "MB 입장에서는 박 전 대표보다는 안 원장이 대통령이 되는게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야권에서 안 원장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그는 여·야 어디도 아닌 제3의 정치 세력을 만들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 이미 인기를 잃은 기존 야권에 들어가기보다는 '안철수 신당'을 만들어 참신함을 살려나간다는 것이다.
이 경우, 지금의 야권으로서는 속이 타들어 가겠지만 MB 입장에서는 그냥 상황을 관망하면서 공정한 선거관리를 하면 된다는 얘기도 나온다.
결국, 안 원장의 등장은 박근혜 전 대표와 민주당 등 야권에게 큰 난관임에 틀림없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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