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직원 70억대 ‘셀프대출’…풀리지 않는 의구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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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직원 70억대 ‘셀프대출’…풀리지 않는 의구심들
  • 박진영 기자
  • 승인 2020.09.02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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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4년여간 벌어진 일…왜 이제서야 덜미 잡혔을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진영 기자]

ⓒIBK기업은행
ⓒIBK기업은행

국책은행인 기업은행 직원이 가족명의의 회사에 76억원의 부동산 담보 대출을 해주고, 부동산 29채를 사들여 부당하게 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일 윤두현 미래통합당 의원실이 기업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취급의 적정성 조사 관련' 문건에 따르면, 서울의 한 지점에서 근무한 A차장이 지난 2016년 3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가족이 대표이사로 있는 법인 등을 통해 29차례에 걸쳐 총 75억 7000만원 상당의 부동산 담보대출을 실행했다.

A씨는 76억원 상당의 대출금을 받아 경기도 화성 일대 아파트와 오피스텔, 부천 연립주택 등 총 29채의 부동산을 사들였고, 시세차익으로 수십억원에 달하는 이득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실제 차익 실현을 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기업은행 측은 최근 법인의 부동산 투기 관련 점검을 하다 해당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으며, 여신·수신 업무 취급 절차 미준수 등 업무 처리 소홀 사례로 판단하고, 해당 직원을 이해 상충 행위 등의 이유로 지난 31일 면직 처리했다. 또 76억원 상당의 대출금을 회수하는 방안과 A씨에 대해 업무상 배임등의 혐의로 형사고발 조치 등을 검토 중이다.

윤두현 의원은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다른 시중은행보다 내부통제 기준이나 직원 개개인의 내부절차 규정이 더 잘 지켜져야 함에도 이런 문제가 발생하도록 뒀다는 것은 규정에 허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셀프대출' 어떻게 가능했나…부실한 시스템이 문제였나 

A차장은 가족 명의의 법인 대출을 본인이 직접 취급하면서 사실상 '셀프대출'을 받았다는 비판이 크다. 은행원 본인은 시스템상 대출 심사에서 제한을 받지만, 친인척 등을 포함한 가족들은 제한하기 어렵다는 시스템상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대부분 시중은행들은 은행원 본인과 직계비속 등에 대한 대출을 본인이 직접 실행할 수 없도록 감시체계를 마련하고 있지만, 기업은행은 이같은 심사가 허술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은행은 은행원 본인에 대한 대출 심사는 제한되지만, 가족에 대한 심사를 제한할 수 있는 내부 규정이 허술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기업은행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은행원 가족 관련인의 범위를 확대해 대출 거래를 제한할 수 있는 내부 시스템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몇억대 대출 심사에 은행원 개인의 재량이 어느정도 개입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특히, 보통 최종 대출승인은 지점장이 하는데, 몇 년에 걸쳐 직원과 관련된 법인에 70억원 이상의 대출이 실행되는 동안 지점장이 몰랐다는 사실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A은행 관계자는 "예금담보대출이 아닌 이상 부동산 담보 신규대출의 경우, 보통 지점장 전결로 진행된다"면서, "보통 신규든 재대출이든 직원들이 감사를 고려해 가족 관련 대출은 피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해당 지점장이 관련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지점장도 취급 부주의 등 관리소홀을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은 개인의 일탈로 볼 수 있다"면서, "가족이 관계인인 법인 회사에 대출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됐기에 징계가 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부터 4년여간 벌어진 일…어떻게 이제서야 덜미가 잡혔나

A차장은 4년 동안 29차례의 부당대출을 실행하면서 한번도 걸리지 않았다. 어떻게 이제서야 내부 감사에서 덜미가 잡혔는지, 4년이란 오랜 기간동안 내부 감사에 걸리지 않고 어떻게 대출을 실행해 왔는지도 의문점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번 사건은 흔히 일어나지 않는 특이한 케이스"라면서, "내부 감사에서도 쉽게 걸릴 수 있는 형태가 아니기에 그동안 걸리지 않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B은행 관계자는 "4년 동안 70억이라는 거액의 대출이 실행되는 동안 주변 동료나 상급자들이 알 수도 있었을 것"이라면서, "다만, 법인에 대한 대출이다보니 드러날 수 있는 가능성이 적을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또 C은행 관계자는 "일반 시중은행에서는 기업대출을 실행할 경우, 더 꼼꼼이 따지는 경향이 있기에 법인이라서 문제가 덜 드러났다고 하는 것은 좀 의아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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