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환 ˝통일국시 발언, 박정희 정권 때부터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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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환 ˝통일국시 발언, 박정희 정권 때부터 생각˝
  • 윤종희 기자
  • 승인 2012.04.27 1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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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진술´ 출판기념회서 ˝마음에 맺힌 것…말한 것 만으로도 감사˝ 울먹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종희 기자]

지난 1986년 전두환 정권 시절 국회 본회의장에서 '통일국시' 발언을 해 9개월 간 구속된 바 있는 유성환 전 의원이 당시 상황을 담은 회고록 <최후진술>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유 전 의원은 '우리나라 국시는 반공이 아니라 통일이어야 한다'고 발언했다는 이유 만으로 군사독재정권에 의해 소위 '빨갱이'로 매도당했다. 비록 나중에 대법원에 의해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정치적으로 반신불구가 되는 아픔을 겪었던 유성환 전 의원이 당시 상황에 대해 소상히 밝힐 기회를 얻은 것이다. 

▲ 유성환 전 의원의 국시발언 사건은 전두환 정권의 폭압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뉴시스
유 전 의원은 2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념회에서 "마음에 맺힌 것을 말씀 드릴 수 있는 것 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울먹였다. 그 동안 겪은 억울함이 컸음을 에둘러 토로한 것이다. 

그는 특히 통일국시에 대한 소신을 마음에 담게 된 시점에 대해 "박정희 정권 때 '혁명공약 1호'로 반공을 국시로 내세웠는데 그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언젠가 내가 국회에 들어가면 이 나라의 국시는 반공이 아니라 통일이라고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유 전 의원은 반공이 국시가 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18세기 이율곡 선생은 국시는 돈이나 권력 등으로 만들 수 없는 모든 국민이 옳다고 생각하는, 삼척동자도 아는 것이라고 했다"며 "따라서 경제발전 등 특수한 목적을 위한 수단을 국시 수준으로까지 올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박정희 정권 당시 사회 분위기는 반공을 넘어 멸공 수준이었다"며 "하지만 국시와 국책은 다르다"고 거듭 강조, "반공 정책은 더 강화해야 하지만 국시는 반공이 아니라 통일임을 민족에게 말하고 싶었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이날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축사에서 "우리 헌법 전문을 보면 우리나라 국시는 통일"이라며 "유 전 의원이 말한 통일이 바로 이 헌법 전문에 나와있는 통일과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의장은 이어 "국회의원은 면책특권이 있음에도 전두환 정권은 유 전 의원이 본회의 발언 자료를 기자들에게 돌린 것을 꼬투리 잡았다"며 전두환 정권에 제대로 대항하지 못한 당시 국회에 대해 "그런 엉터리 국회가 어디에 있느냐. 지금도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누구나 말해야 하는 걸 말하는 사람이 없을 때 유 전 의원이 과감하게 통일국시를 얘기했다"며 "유 전 의원이 9개월 간 옥고를 치르면서 수난을 겪었지만 우리 정치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고 평가했다.

김 전 의장은 "통일문제를 몇몇 권력자들이 통치수단으로 이용하는 차원이 아닌 민족 숙원 사업으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며 "유 전 의원이 용기를 가지고 통일 역사를 역동화 시켰다. 영원히 자랑할 수 있는 무공훈장"이라고 말했다.

▲ 유성환 전 의원 ⓒ뉴시스
박찬종 전 의원은 "1986년 10월 국시발언 당시에 전두환 정권의 단말마적인 폭력이 자행됐다"며 "야당을 휘어 잡는 방법으로 터무니 없는 죄를 유 전 의원에게 뒤집어 씌웠다"고 분개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이 일은 전두환 정권에 대한 분노를 폭발시켰다"며 "1987년 1월 14일 박종철 사건과 맞물려 6·29 직선제 개헌 운동으로 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박 전 의원은 "유 전 의원의 구속이 없었으면 1987년 6·29 선언이 1988년이나 1989년, 또는 1990년 6·29 선언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의원은 "유 전 의원은 1980년대 민주화 투쟁 당시 현역 의원으로 구속된 유일한 분"이라며 "영등포 교도소 교도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둘이서 찬송가 부르면서 눈물로 기도했던 것을 잊을 수 없다"고도 술회했다.
 
손주항 전 의원은 "현재 아무 것도 모르는 종북·친북 세력이 가볍게 통일을 얘기하고 있다"고 개탄하면서 "6·25 동란 때 M1 소총을 들고 반공투쟁을 한 진정한 반공주의자인 유성환 전 의원이 국회에 남아서 통일과 관련해 바른 말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인제 의원은 "1986년 엄혹했던 권위주의 시절에 유 전 의원은 통일의 새벽을 알리셨다"며 "(그런데) 지금 이 순간에 통일을 말하는 정치인이 있는지 자성한다"고 말했다.

박경옥 민주동지회 운영이사는 "전두환을 오늘 왜 초청하지 않았는가"라고 울분을 터뜨리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이날 기념회에는 유 전 의원과 친한 상도동계 전직 국회의원들과 민주화운동 동지들이 대거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아울러 이인제, 조원진 등 현역 의원과 신용하 전 서울대 교수, 홍일식 전 고려대 총장 등도 얼굴을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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