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산(명승 67호), 훼손과 보존이 따로 따로…
스크롤 이동 상태바
북악산(명승 67호), 훼손과 보존이 따로 따로…
  • 강정화 기자
  • 승인 2012.05.16 11: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승을 파헤치는 수방사,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 안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강정화 기자]

군부대가 환경을 보호를 위해 잠정 중단한 공사를 마구잡이로 파헤치고 있다. 자연경관 훼손과 산사태 위험을 우려하는 주민들이 안전진단을 요구했으나, 그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공사는 계속되고 있다. 청와대 옆, 북악산 명승지 제67호다.

15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 북악산 끝자락에는 공사 관계 구조물이 이미 세워져 있었다. 녹음이 짙어가는 수풀 사이로 공사장 구조물이 드러나 볼썽사나웠다.

▲ 북악산 전경에 설치되는 군막사로 인해 국가 지정 명승지가 훼손의 우려를 낳고 있다.ⓒ시사오늘

수도방위사령부(이하 수방사)는 1980년 지어진 북악산 막사에 대해 오래전부터 증ㆍ개축 또는 이전ㆍ신축 등 다양한 개선 방안을 모색해 왔다. 이에 지난해 말부터 신축 공사를 진행사고 있는 것. 군 막사 외부는 물론 내부도 크게 낡아 신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사에 들어간 수방사 북악산 막사 신축 예정지는 국가 지정 명승지이고, 더욱이 산사태 우려까지 있어 공사에 문제시 되고 있다. 이에 시민ㆍ환경단체와 주민들은 새로운 부지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과 환경단체 측 전문가로 참석한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는 현장을 둘러본 후 “(부지가) 낙석 등 재해 영향권 아래 있다"며 "충분히 제2의 우면산 산사태가 일어날 수 있는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군이 부지 기반조사는 성실히 했겠지만 부지 윗부분인 암석지대 조사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우면산도 인재적 요소가 있는 만큼 또다른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더 구체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방사 측은 한 언론 취재를 통해 “청와대 경비를 위해 복무중인 병사들이 현대적 시설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서울 성곽 근처에 있던 두 곳의 낡고 비좁은 막사를 헐고, 기존 면적의 절반 남짓한 425평 규모의 새 막사를 짓고 있다”며 “건축 부지에 대한 안전진단과 문화재청 승인 등을 거쳤으므로 절차상으로도 문제없는 공사”라고 밝혔다.

지난해 6월 문화재청은 군이 외부 업체에 의뢰해 실시한 안전진단 결과를 토대로 건축을 허가한 바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은 명승지 훼손을 우려한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을 역임한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유물로 치면 국보나 다름없는 명승지인 북악산을 훼손하는 공사가 청와대 경비를 이유로 합리화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는 2010년 초에도 서울 성곽 인왕산 구간에 군사시설 공사를 강행하다가 환경운동연합의 거센 반발을 샀다.

북악산은 한양의 북현무에 해당하는 북쪽 주산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자연유산으로 평가받는다. 사적 제10호인 북악산 성곽과 사적 462호인 서울 부암동 백석동천이 있어 문화적 가치도 높은 명산이다.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북악산 성곽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