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왜 김영환 석방에 소극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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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은 왜 김영환 석방에 소극적인가
  • 윤진희 기자
  • 승인 2012.05.17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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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 일행 구금 50일째…김문수 제외하면 ´미온적 태도 뚜렷´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희 기자]

주사파 대부로 불리다가 전향한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 씨와 한국인 3명이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국가안전청에 구금된지 50일째다.

김씨 외에도 중국당국에 체포된 3인은 전북 지역 출신의 유재길, 강신삼, 이상용씨로 확인됐다. 이중 유재길씨는 무소속 유성엽 의원의 친동생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가 이들에게 내린 죄명은 '국가안전위해죄'이다. 이 죄는 최고 사형까지 처해질 수 있고, 우리나라로 치면 국가보안법 위반에 해당한다. 이처럼 무거운 혐의를 갖다 붙였으면서도 중국 당국은 김씨 등 4명이 왜 구금되었는지 조차 제대로 된 설명을 않고 있다. 또 지난 15일에는 김씨의 변호사 접견도 거부한 상태다.

현재 중국 당국이 우리 정부에 답한 사안으로는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이 16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정부의 유관 부문이 법에 따라 조사, 처리 중”이라고 언급한 것이 전부다.

때문에 가장 우려시 되는 것은 이들의 신변 안전 문제이다. 중국 정부가 외부와의 접촉을 철저히 차단한 상황이어서 김씨 일행을 고문할 가능성도 배제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앞서 중국 당국은 지난달 26일 김씨를 제외한 한국인 3인이 영사 접견을 거부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구금 당사자들이 영사접견포기각서를 자의에 의해 작성한 것인지 그 진위 여부 조차 확인할 길이 없다.

sbs 8시 뉴스에서 김영환 구금 사태에 대해 보도하고 있다. ⓒsbs8시뉴스

김영환 석방대책위는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중국 정부가 외국인을 강제 억류하고 있으면서 변호사 접견 신청마저 기각한 것은 비인도적인 처사"라며 "외교부장관은 김영환 씨와 3인의 한국인 구금문제에 대해 주중중국대사를 직접 소환하여 따져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중국 정부는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김영환 씨와 3인의 한국인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어떤 근거로 억류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제시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중국 공안 당국이 근거 없는 무리한 수사, 꿰맞추기식 조작 수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그것도 아니면 이 사건이 국내 언론에 공개된 이후 공안 당국이 뒤늦게 국가안전위해죄를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판단해 사건 자체를 공개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해 북한의 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중국정부가 북한의 요구를 고려해 김씨 일행을 대신 구금시켰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김씨 일행은 중국 내에서 탈북자 지원 혹은 북한 민주화 운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김 씨의 활동이 눈엣가시로 비쳐질 수 있는 문제이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설령 그렇다 쳐도 그게 중국 공안 당국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대체 김씨 일행이 중국 체제에 어떤 위협을 가했다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아울러 "중국 정부가 김씨 일행에게 씌운 혐의는 중국 체제에 위협을 가할 때나 적용되는 어마어마한 죄목에 해당한다"며 "중국 체제 전복을 위해 반역이나 간첩, 분열선동, 무장폭동 등을 했을 때나 적용되는 혐의"라고 부연설명했다. 이어 "자기 나라 문제도 아닌 일로 김씨 일행을 막무가내로 구금시킨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김씨 일행 구금 사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조용한 외교'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부 당국은 김씨 일행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하고는 있지만 구금 된 지 두 달이 되어 가는데도 이들이 왜 구속됐는지 조차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 당국이 변호사 접견을 거부하며 강경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도 이를 해결할 뾰족한 대응책도 강구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 정치권의 반응 또한 온도차를 드러내고 있다.

그나마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은 김씨 일행의 빠른 석방을 촉구하는 논평을 냈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이에 대한 논평 조차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정치적 입장을 떠나서 엄연히 우리나라 국민이 별다른 이유없이 외국에 구금된 상태인데도 수수방관적 자세를 취한다면 문제가 있다는 비판적 시선도 잇따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대권 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경기지사의 노력은 돋보이고 있다. 지난달 김영환 씨가 영사접견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김문수 경기지사의 중재가 아니었다면 어려웠을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지사는 전날 "강철 김영환이 중국국가안전부에 체포되어 48일간 구금되어 있다"며 "탈북자와 북한인권을 돕는 것은 우리 국민의 마땅한 의무이지 범죄가 아님을 중국당국은 알아야 할 것이다. 중국 정부가 김영환씨를 빨리 석방하기 바란다"고 트위터를 통해 거듭 요구하기도 했다.

그런데, 김 지사 외에는 다른 여야 대선주자들은 이번 사태에 눈을 감은 모양새다.

중국의 후진타워와 친분이 있다며 국제 외교력은 자신있다고 전한 새누리당 정몽준 전 대표도 이번 문제에 대해서는 딱히 관심이 없는 듯 보인다. 

가장 강력한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김씨 일행 구금에 관해 일언방구 강조하는 바가 없다. 어찌보면, 외교 분쟁까지 비화될 수 있는 이번 사태가 그의 외교력을 검증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현재까지 특별한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그는 최근 탈북자 인권문제에 대해 소극적인 행보를 보였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논평 조차 내지 않은 민주통합당은 수수방관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선주자들을 비롯해 굵직한 정치권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해 이번 사안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으나, 통합진보당 김재연 당선자는 지난 3월 2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내정간섭이 될 수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의 인사들도 이런 입장과 비슷해 석방 촉구에 무대응을 하는 것은 아닌지, 혹여이번 사안을 중국의 내정 문제라고 보는 것은 아닌지 궁금한 가운데, 이들이 향후 어떤 입장을 밝힐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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