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보수가 있는 곳으로 옮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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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보수가 있는 곳으로 옮길까?
  • 윤진희 기자
  • 승인 2012.05.2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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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당 탈당 後 관측 분분…이인제와의 동거동락 어려웠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희 기자]

자유선진당 이회창 전 대표가 자신이 창당했던 선진당에서 물러났다.

이회창 전 대표는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그동안 몸담아왔던 선진당을 떠나고자 한다. 선진당 창당 후 고락을 같이 해오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저를 믿고, 힘을 보태주신 당원 동지 여러분에게 뜨거운 고마움과 고별의 인사를 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전 대표는 탈당하는 배경에 대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고 공동체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긍지와 신념으로 당을 일궈왔다"며 "우리 당이 `자유선진당'으로 있는 동안, 즉 개명을 하게 될 전당대회 이전에 당을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선언했다.

그는 또한 지난 4.11 총선에서 선진당이 5석에 그치며 지역 군소정당으로 전락한 처지와 관련, 그간의 심경도 전했다. 이 전 대표는 "4ㆍ11 총선의 참담한 선거결과는 우리에게 충격이었다. 크나큰 좌절과 실망에 빠진 당원 동지들을 보며 저는 자괴감을 금할 수 없었다"고 소회를 말했다.

현재 선진당은 이인제 비상대책위원장을 중심으로 당명 개정을 추진 중에 있다. 1천만원의 상금을 걸고 진행하는 당명 공모는 7∼16일, 당선작 발표는 21일, 당명 개정안 최종 의결은 전당대회가 열리는 29일에 가질 예정이다. 이와 관련, 이인제 비대위원장은 당의 쇄신과 개혁을 주장하는 가운데 보수가 아닌 탈이념화 노선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는 "선진당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개혁과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중"이라며 "국민의 마음과 당원 동지의 뜻을 소중하게 담아 나라를 위하고 당을 살리는 개혁과 변화를 일구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아울러 "국내외적으로 참으로 힘든 이 때에 우리 당이 자유 대한민국과 이 땅의 7천5백만 국민, 그리고 통일을 위해 오로지 정도로 가는 올곧은 정당이 돼주기를 기원한다"고 당부했다.

ⓒ뉴시스

이 전 대표의 탈당 소식에 정치권에서는 여러 해석과 관측을 내놓고 있다. 게중에는 이인제 비대위원장과 한 지붕 아래에 살기가 어려웠던 것은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것은 이 비대위원장이 선진당 안에서 탈이념화를 추구하는 만큼 보수를 대표하는 이 전 대표로서는 이러한 이념 선회에 동조할 수 없었을 거라는 해석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 전 대표가 선진당을 탈당함으로서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고 내다보기도 한다. 이 전 대표가 당적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를 영입하고자 하는 정당 혹은 정치적 계파가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전 대표가 탈당을 발표하면서 "정계 은퇴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던 것으로 미뤄보면, 어떤 형태로든 그의 정치이념을 살릴 수 있는 정치행보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자신과 맞는 곳이 있다고 한다면 그곳으로 들어갈 테고, 뜻이 맞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면 그들과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가 새누리나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일정 정도 자극제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기대한다.

그 중 한 방편으로, 정통 보수진영의 한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새누리당으로 들어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대항마로 나설 수 있다는 얘기도 한다. 보수주의자들이 봤을 때 박 위원장은 경제민주화와 복지 등 일정 부분 좌클릭으로 이동한 상태여서 보수를 대표하기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보수로 무장된 인물이 필요하고, 그 적임자가 이 전 대표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로서 이러한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여야 통틀어 박 위원장이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그 누구라도 박 위원장을 대적하기에는 어려운 현실이다. 또한 이 전 대표의 경우는 한 때 강력한 대권주자에 해당됐지만 두 번의 실패 이후 그를 거론하는 이들은 얼마 없는 상황이다.  

어쨌든 이 전 대표는 당분간 휴식기를 맞겠지만, 보수재결집이 필요한 시기를 맞게되면 어떤식으로든 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어느 곳으로 걸음을 옮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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