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민의 의학이야기> 휴가철의 숨은 복병, 치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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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민의 의학이야기> 휴가철의 숨은 복병, 치질
  • 이창민 자유기고가
  • 승인 2012.07.27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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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창민 자유기고가)

여름 휴가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지만 1년에 한번쯤은 아무 생각 없이 노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서 어떤 이는 지난 겨울부터 지금까지 헬스클럽에서 오로지 이 순간을 위해 몸을 만들어 오기도 했다. 허나 예기치 못했던 그것이 하필 지금 나를 괴롭힌다.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그것. 치질…. 며칠 후면 휴가를 떠나기로 한 마당에 참 난감하기 그지없다. 민망해서 남에게 하소연하기도 어렵다. 물론 최선의 치료는 수술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당장 숙소 예약까지 해 놓은 마당에 이제와서 취소하고 수술을 받기란 어렵다. 더욱이 1년 동안 계획해 놓았던 일인데….

매년 이맘때면 진료실에서 이런 푸념을 늘어놓는 분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물론 상황에 따라 근본적인 수술 등의 치료를 해야 하는 것이 정답이기는 하나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그래서 오늘은 치질을 안고 휴가를 떠나야하는 당신을 위해 도움말을 준다. 단, 경우에 따라서는 만사를 제쳐놓고라도 응급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으므로 휴가를 떠나기 전에는 반드시 외과병원을 방문하여 현재 상태를 확인한 후 전문의의 조언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아무리 바빠도 휴가를 떠나기 전에 병원에서 진찰을 받은 후 적절한 약을 처방받도록 하자. 이러한 약은 휴가지에서 증상 완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휴가를 떠남에 있어서 치질과 관련된 첫 번째 걸림돌은 장시간의 운전이다. 쿠션감이 좋은 방석을 깔고 앉아 운전하는 것이 좋고 고정된 자세보다는 가끔씩 엉덩이를 살짝 들거나 좌우로 움직여서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것이 좋다. 또한 되도록 자주 휴게소에서 쉬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치질의 가장 큰 적은 변비다. 하지만 치질의 통증 때문에 변을 참다 보면 변비가 악화될 수 있고 평소와 다른 음식 섭취로 인해 변비가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의 덫에 걸릴 수 있다. 이를 어느 정도 예방하기 위해서는 휴가를 떠나기 전부터 매일 일정 시간에 배변을 하도록 하고, 아침 기상 후 바로 물을 마시는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또한 적당한 아침식사는 장운동을 자극하여 배변기능을 원활하게 해준다. 반대로 설사도 치질에는 좋지 않으므로 예기치 않은 장염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날음식은 피하고 익힌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피서지에서는 술이 빠질 수 없는 존재이기는 하나 치질 환자에게는 적이 된다. 과도한 음주는 항문부위의 혈류장애를 악화시켜 상황을 나쁘게 만든다. 따라서 술을 피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여의치 않다면 얼굴이 달아오르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볍게 천천히 소량만 마시는 것이 좋다.

치질 환자의 휴가철 복장은 최대한 느슨하고 통풍이 잘되어야 한다. 특히 허리를 너무 졸라매는 것은 복압을 증가시키게 되어 치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 다행히 적당한 수영은 해도 상관이 없으며 혈액 순환을 촉진 시키는 의미에서 치질 완화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가벼운 산책도 무방하다. 그러나 장시간 앉은 자세를 취해야 하는 자전거타기, 낚시, 포커게임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숙소에 와서는 좌욕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타지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좌욕 방법은 넓은 대야에 미지근한 물을 받은 후 엉덩이를 살포시 담그고 손으로 환부를 부드럽게 마사지를 하는 것이다. 좌욕은 혈액순환을 촉진 시키며 환부를 청결하게 하여 치질 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는 하루 4회 정도의 좌욕이 권장된다.

치질은 매우 흔한 병이고 부위의 특성상 다소 우스갯거리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그 고통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아무쪼록 제대로 된 관리와 치료를 통해 모처럼의 여름휴가를 즐겁고 알차게 보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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