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역사 인식 문제로 사면초가에 처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인혁당 유가족이 동의하면 만나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13일 "피해당하신 분에 죄송하다고 위로 말씀 많이 드렸다. 유가족이 동의하면 뵙겠다"고 전했다.
그간 박 후보는 중도층과 2040세대 표심을 얻기 위해 광폭 행보를 벌였다. 하지만 5.16과 인혁당 사건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일반 여론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박 후보는 5.16쿠데타를 쿠데타로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박정희 정권 시절의 날조·조작 사건으로 유명한 인민혁명당(인혁당)에 대해서도 "역사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일축했다.
『"5.16 당시로 돌아가 볼 때 국민이 초근목피로 보릿고개를 넘기면서 세계에서 끝에서 2번째로 할 정도로 살았고…그 당시 안보적으로 굉장히 위험한 위기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하신 것이고 그 후에 나라 발전을 돌아볼 때 5.16이 오늘의 한국을 만들었다, 바른 판단을 하셨다고 생각한다. 옳으니 그르니 하는 것보다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ㅡ7월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 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주최 토론회에서ㅡ』
『"유신에 대해서도 이제 많은 평가가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당시 이제 아버지가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그렇게까지 하시면서 나라를 위해서 노심초사하셨습니다. 그 말 속에 모든 것이 다 함축돼 있다, 이렇게 저는 생각하고요…다양한 평가가 있기 때문에 이제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생각이고요."ㅡ9월 10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ㅡ』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나. 그 부분에 대해서도 앞으로의 판단에 맡겨야 하지 않겠는가."ㅡ9월 10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ㅡ』
특히 인혁당 사건은 중앙정보부에서 유신을 반대한 인물들 관련, 선고 18시간 만에 사형을 집행시킨 유신 시대의 대표적인 조작사건이다. 유가족을 비롯해 당시 피해를 당한 이들은 아직도 뼈아픈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그런데도 박 후보는 역사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불에 기름을 부은 것 마냥 유신 시대를 치 떨려 하는 이들의 반발은 커졌다.
故 장준하 선생 동지인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은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박 후보가 인혁당 관련 역사적 판단에 맡기자고 말한 것에 대해 "(조작)사실로 드러난 일을 왜 역사에 맡기냐"며 "박정희 유신독재 정권이 얼마나 악랄하게 사람을 죽이고 민주주의를 죽이고 해방 통일운동을 죽였는지는 반드시 밝혀져야 할 일"이라고 전했다.
또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은유적인 화법으로 박 후보의 역사관을 비판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자신의 아바타 격인 '깜이 엄마'를 화자로 세워 한 편의 시(?)를 적었다.거꾸로 가는구만 / 냄새가 나네 / 휭하니 가 버린 / 여전하구먼…
여론이 악화되자 박 후보는 한발 물러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버지 일과 관련해 사적인 감정에 치우친 듯한 모습이 발목을 잡고 있어 뒤늦은 사태 수습에 나선 듯 보인다. 하지만 진정성이 빠진 채 정치공학적 자세로 임한다면 역효과만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박 후보가 이번 사안만큼은 정치공학적 유불리 문제로 다가가지는 않을 거라고 내다봤다.
박상헌 공간미디어 연구소장은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 "박 후보는 아버지 시대가 물러났다는 안타까움에 정치를 하게 된 경우"라며 "당내에서도 이해를 못 받고 지지층에서도 이해를 못 받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정치공학적 유불리 문제로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본인 스스로 알을 깨는 아픔이 있지 않고서는 박 후보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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