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SC은행 등 직원 평가프로그램, ˝직원 목숨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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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SC은행 등 직원 평가프로그램, ˝직원 목숨 위협한다˝
  • 박지우 기자
  • 승인 2012.09.19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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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평가 프로그램이 퇴출용, 직원 학대용 프로그램?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지우 기자]

최근 KT의 ‘인력퇴출 프로그램’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KT를 비롯한 SC은행 등 대기업의 직원 평가 프로그램이 직원들의 목숨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있다.

KT 인력퇴출 프로그램 ˝극비로 추진˝

지난 12일 국회 정론관에서는 KT 퇴출프로그램이 본사 차원에서 현재까지 진행 중이라는 양심선언이 있었다.

KT의 인력퇴출 프로그램인 ‘부진인력(C-Player, CP) 관리 프로그램’ 기획에 참여했던 전 KT 직원 박찬성씨는 “2003년부터 2005년까지 KT 기획조정실에서 일하며 퇴출 프로그램 기획과 수행에 참여했다”고 폭로했다.

박씨는 “당시 매출액 대비 인건비를 19%대로 유지하는 ‘중기인적자원관리계획’을 수립하라는 지시에 따라 부장을 포함한 5명이 전담반을 구성해 작업했다”며 2004년 9월 작성했다는 ‘중기인적자원관리계획’ 기획안을 공개했다.

그는 이어 “2007년까지 1470명을 퇴출시켜 적정인력 3만6600명을 유지하는 계획”이었다며 “‘명퇴거부자’, ‘직위미부여자’, ‘D고과자’, ‘해사행위자(민동회)’ 등을 CP로 분류해 관리”토록 했다고 밝혔다.

또 “인재경영실에서는 퇴출프로그램 가동이 불법적인 것임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관련 담당자 이외에는 극비로 추진됐다”고 덧붙였다.
 

▲ 지난해 4월 'KT 인력퇴출 프로그램 폭로 및 양심선언 기자회견'에서 반기룡(오른쪽 세번째) 관리자가 양심선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 자리에서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KT는 중기인력자원관리계획이라는 고용학대 프로그램을 만들어 퇴직을 거부할 경우 회사 차원의 징계와 임금체불, 전환배치, 지위를 부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노동자들을 끊임없이 학대했던 것”이라면서 “KT는 10여 년간 집계된 사망자만 266명(자살자 15명)”이라고 지적했다.

KT의 CP프로그램은 지난해 4월 KT 지점에서 CP담당자로 직접 퇴출 업무에 관여하던 반기룡씨가 양심선언을 하고 지난해 12월 본사가 1002명의 직원을 CP로 분류한 문건이 확인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KT가 2005년 작성한 ‘부진인력 1002명 명단’에는 KT의 진보 성향의 노동자들이나 노조 간부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고, 이 중 602명은 이미 퇴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KT 측은 “일부 지사에서 이런 문건을 작성했으나 시행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노동자 죽음으로 내모는 고용학대 프로그램˝

퇴출 프로그램 문제는 KT뿐만이 아니다. 지난 6월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의 한 지점장이 투신자살했다. 자살 현장에서 발견된 자필유서에는 실적 압박에 대한 괴로움을 토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SC은행 노조 측은 사측의 과도한 실적 요구가 지점장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주장했다.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성과급제와 기존의 후선발령제가 문제라는 것이다.

SC은행은 올 초부터 ‘원팀인센티브제’를 도입, 개인별·지점별·본부별로 영업 목표를 부여하고 달성 여부에 따라 성과금을 차등해 지급해 왔다. 문제는 성과금 지급을 위해서만 측정돼야 할 영업실적이 인사와 연계된 개별 평가에 쓰여질 수 있다는 것.

SC은행은 그동안 실적 저조 직원에 대한 퇴출 프로그램인 ‘후선발령제’ 도입을 주장했지만 노조의 반대로 유보된 상태였다. 하지만 지점장들에 대해서는 후선발령제가 이미 시행되고 있고 원팀인센티브제 도입이 후선발령제를 확대시킬 수 있다고 노조는 우려했다.

또 SC은행은 6개월마다 직원들의 성과를 평가하고 등급을 매기는 ‘성과향상프로그램’을 도입해 올 초 영업실적이 저조한 600여 명의 직원에게 ‘경고’ 방침을 통보하기도 했다.

SC은행 노조 관계자는 “과다한 업무와 무리한 목표가 한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지부 차원에서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SC은행 측은 “직원의 자살 사유가 성과에 대한 업무 스트레스로 확인된 바 없다”며 “‘성과향상프로그램’은 직원들을 징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성과 개선을 권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노동계 한 관계자는 “오늘날 사회 전반적으로 경제적인 필요에 따라 근로자들의 인권이 무너지는 것이 안타깝다”며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직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강압적인 시스템이 아닌,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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