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현 변호사의 Law-In-Case> 채무면탈 위해 기존회사와 동일한 신설회사를 설립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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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현 변호사의 Law-In-Case> 채무면탈 위해 기존회사와 동일한 신설회사를 설립했다면?
  • 안철현 자유기고가
  • 승인 2012.10.28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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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철현 자유기고가)

(주)동호는 (주)성수에 대해 10억 원의 대여금청구소송을 제기해 2011년 8월경에 그 판결이 확정됐다. 그런데 성수는 이미 2008년 7월경에 부도가 났고, 금융기관의 대출금 등을 변제하지 못하던 중 성수가 소유하고 있던 공장이 경매되기에 이르렀다. 

성수의 직원인 최 씨는 2009년 9월경 위 경매절차에 참가해 공장에 대한 매각대금 9억 원을 완납하고 공장의 소유권을 취득했다. 그리고 최 씨는 2009년 12월경 별도로 (주)성수기계를 설립하고 현물출자를 원인으로 낙찰 받은 위 공장에 관하여 성수기계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했다.

그러자 동호는 성수기계를 상대로 대여금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성수기계가 기업의 형태·내용은 실질적으로 성수와 동일하나 성수의 동호에 대한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라는 것이다.

우리 주위에도 동호와 같은 사례가 적지 않다. 물론 위 사실관계만으로는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겠지만 동호의 주장은 가능한 것일까? 위 사례에서 서로 상반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보고 나름의 판단을 해 보기 바란다. 참고로 위 사례는 실제 있었던 것으로 우리 법원에서는 동호의 주장을 배척했다.

먼저 성수와 성수기계가 실질적으로 동일한 회사로 보이는 사정으로는 △최 씨는 성수의 직원이었는데, 성수가 부도나는 등 어려움에 빠지자 위 공장이 있던 곳을 사업장으로 하는 반포기계라는 상호의 사업체를 등록했다. △최 씨가 공장을 경락받기 위해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대출받은 7억 원은 성수기계가 설립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성수기계가 인수했다.

△성수의 대표이사 강 씨의 며느리가 성수기계 주식의 33%, 딸이 25%를 각 보유하고 있다. △성수의 대표이사 강 씨는 성수기계가 설립된 이후에도 성수기계가 제공하는 승용차를 이용하고 대외적으로 성수기계의 대표이사 명칭을 사용했다. ⑤ 성수기계는 성수와 유사한 상호를 사용하면서 성수의 연혁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대의 사정들은 △최 씨는 2010년 11월경 김 씨에게 주식 2000주를 양도하면서 본인계좌로 5000만 원, 강 씨에게 4000주를 양도하면서 같은 계좌로 9000만 원, 강 씨의 며느리에게 4500주를 양도하면서 같은 계좌로 1억 원을 각각 송금 받았다. △최 씨는 위 각 주식을 양도하면서 이에 따른 신고를 하고 세금을 납부했다.

△성수와 성수기계의 임원, 주주, 근로자들의 구성은 서로 다르다. △성수기계는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대출받은 돈을 전부 변제했다. △성수기계 소유의 위 공장은 최 씨가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경락받은 후 현물출자 했다. △성수기계의 핵심기술은 성수기계가 설립된 후인 2010년 10월 및 2012년 2월에 각각 등록됐다.

우리 법원은 기존회사가 채무를 면탈하기 위해 기업의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신설회사를 설립했다면 신설회사의 설립은 기존회사의 채무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 달성을 위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한 것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이런 경우 기존회사의 채권자에 대하여 위 두 회사가 별개의 법인격을 갖고 있음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으므로 기존회사의 채권자는 위 두 회사 어느 쪽에 대하여서도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과연 기존회사의 채무를 면탈할 의도로 신설회사를 설립한 것인지 여부다. 그 여부는 기존회사의 폐업 당시 경영 상태나 자산상황, 신설회사의 설립시점, 기존회사에서 신설회사로 유용된 자산의 유무와 그 정도, 기존회사에서 신실회사로 이전된 자산이 있는 경우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는지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위 사례에서 법원은 성수기계의 손을 들어줬지만 재판부에 따라서, 그리고 당사자들의 주장과 입증의 정도에 따라 얼마든지 결론을 달리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그렇지만 위 사례를 통해 동호의 입장에서 무엇을 검토해야 하는지 정도의 감은 잡을 수 있겠다. <안철현 법무법인 로투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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