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원로회의’에 거는 기대 [金亨錫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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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원로회의’에 거는 기대 [金亨錫 시론]
  • 김형석 논설위원
  • 승인 2024.05.26 07:2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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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주변 秘線 라인은 모두 내쳐져야”
“역대 정권에서 그렇게 겪고도 여전히 秘線인가”
“속성상 그들은 ‘제 살길’ 찾는 데만 골몰”
“공식 자문기구만 잘 활용해도 국정에 큰 도움”
“국가원로회의, 싱크탱크로 거듭난다니 기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형석 논설위원]

오명 전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이 지난 5월 10일 사단법인 국가원로회의 상임의장으로 취임했다. 사진은 지난 2017년 10월 30일 서울 역삼동 터키문화원에서 열린 헤르메스 씨콘 시즌4, 7차수업에서 오 전 부총리가 축사를 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오명 전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이 지난 5월 10일 사단법인 국가원로회의 상임의장으로 취임했다. 사진은 지난 2017년 10월 30일 서울 역삼동 터키문화원에서 열린 헤르메스 씨콘 시즌4, 7차수업에서 오 전 부총리가 축사를 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뒤늦게나마 국민과의 직접 소통에 나서고 있어서 다행이다. 민생현장 탐방, 야당과의 대화, 기자회견 등 소통을 위한 일차적인 통로를 밟는 중이다. 이왕 나섰으니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한다.
                                      
그러나 이른바 비선(秘線) 라인, 또는 멘토라고 안팎에 소문이 난 이들과는 차제에 관계를 정리하는 게 나을 듯하다. 지난 2년 동안 그들은 자신의 상품가치나 높였을 뿐 대통령이나 정부 업무, 나아가 국가 발전을 위해 기여한 바는 거의 없었다고 본다.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일부는 오히려 국정의 정상적인 발걸음까지 흐트러뜨리는 부작용을 빚었다. 일일이 그 사례를 들 필요조차도 없겠다. 윤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회담이 끝난 후 자신이 물밑 조율을 했다고 떠벌려 회담 성과를 반감시킨 것 하나만으로도 비선에 의한 부작용은 확연하게 드러났다.

기자회견 폐지 등 모든 공식 창구 기능의 정지가 그들 ‘정치 바라기’ ‘龍山(용산) 바라기’들로서는 일종의 찬스가 돼온 셈이다. 요는, ‘소통을 위한 창구는 공식 기구여야 한다’는 그 당연하고도 상식적인 얘기를 하는 것이다. 

이른바 비선(秘線)은 안 되는 까닭

국가 간 민감한 문제가 걸려있는 외교 협상 등에서는 물론 사전에 물밑 조율을 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들은 정상회담에 누가 될 언급은 전혀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밀 준수에도 철저하다. 수십 년이 흐른 후 회고록 등을 통해 비사(祕史)를 밝히는 정도다. 

하지만 회담이 끝난 지 며칠도 되지 않아 자신들이 尹·李 회담 사전조율 역할을 맡았다며 자랑하는 건 듣도 보도 못한 경우다. 

언젠가부터 우리 정치권에 등장한 이 비선(秘線)이란 말의 사전적 정의는 ‘몰래 어떤 인물이나 단체와 관계를 맺고 있음. 또는 그런 관계’라고 돼 있다. 풍기는 느낌부터가 음습하다. 정치권에 기생하면서 크고 작은 스캔들의 진원지가 돼왔다. 우리 사회에 아직 정착되지 않은 ‘로비스트’와도 또 차별화되는 아름답지 못한 부류다. 

세상에 욕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더욱이 정적과의 날 선 대립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 만큼 위험부담이 매우 큰 ‘장터’인 정치권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비교적 ‘욕심이 만만치 않은’ 사람들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극히 일부인 존경받는 정치가(statesman)는 ‘욕심 플러스 사명감’까지 있는 분들이니, 거기서 예외로 치자. 

어쨌든 정력적이고 욕망이 대단한 인간상, 그게 보통 정치인들의 본질이며 그 욕망을 채우기 위한 정상적인 노력의 결실이 당이나 정부 등 공식기구 진입을 통해 이뤄진다. 그렇게 정상적으로 성취되는 게 자신과 국가에 보탬이 되는, ‘정치’라는 행위다. 

문제는 ‘안타깝게도’ 그 공식 채널에 끼어들지 못한 사람들이다. 대통령 또는 유력 정치인 주변을 기웃거리며 어떻게 해서든 정치인 또는 고급 관료의 길을 뚫어보려는 사람들. 당연히 국가와 정권에 도움은커녕 폐해를 끼칠 뿐이다. 

대통령이나 정치권 유력인사를 상대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뻔하다. 눈에 띄어야 하니 어떻게 해서든 튀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 비정상적이거나 일탈하는 행위도 서슴없이 저질러야 한다. 말썽이 안 날 수가 없다. 앞서 언급한 대로 소통을 위한 창구는 공식창구여야 하고, 또 비선이 근본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다. 

‘국가원로회의’ 등 공식 자문기구 

대통령이 국정의 효율적인 집행을 위해 자문하거나 의견을 나눌 만한 곳으로는 몇 개 공식 기관이 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국민경제자문회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원로회의 등이다. 대통령이 직접 의장을 맡거나 또는 헌법기관으로서 각각 제 역할을 해온 기관들이다. 

이 기관들 기능만 제대로 작동해도 대통령에 대한 직·간접적 자문은 충분하다. 이 기관들이, 이 기관들의 구성원들이 대통령의 무리 없는 ‘멘토’인 셈이다. 

이 중 국가원로회의는 지난 1991년 김수환 추기경 등 국가 원로 33인이 주축이 돼 창설했다. 그러나 이후 거의 유명무실화해 왔다. 예외 없이 고위층들의 지나친 욕심 때문이었다. 

지난 10일 이 기관 상임의장으로 취임한 오명 전 부총리는 취임 일성으로 구체적인 발전방향에 대해 언급했다. 안보, 교육, 문화, 법치에 관한 원로회의 의견을 모으고 석학포럼도 만들겠다고 했다. 한마디로 ‘일’을 하겠다는 것. 그의 족적으로 보아 일을 대충대충 할 것 같지는 않다. 

오 의장은 육군사관학교 18기 졸업생이나 군인의 길을 걷지는 않았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뉴욕주립대로 건너가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 1980년대 내내 당시 체신부 차관, 장관을 역임하며 정보통신산업 초석을 다졌다. 당시 체신부는 정부 부처 중 가장 ‘끗발 없고’ 인기 없는 부처였다.

이후 교통부, 건설교통부(현재 국토교통부) 장관을 하며 인천공항, 경부고속철도 건설 등 대형 국책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다. ‘일 잘하는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장관 재직 당시 총선이 치러질 때, 여당의 출마 압력을 거세게 받았으나 끝까지 고사, 제 자리를 지킨 일화로 유명하다. 정치는 자신의 분야가 아니라고 말한다. 특히 그 점에서 자문회의 수장 역할에 적합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원로회의 성격상 국정 사안마다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야 없겠지만, 국정 일선에선 한 발짝 떨어져 정파에 치우치지 않은 의견을 낼 수 있을 것이다. 남북관계라든지 대미·대일·대중 관계를 비롯한 외교 문제, 그리고 국가의 큰 방향 등에 관해 정제되고 사려 깊은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무엇보다 싱크 탱크로서 거듭나겠다니, 그 구체적인 실현 방안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당연히 원로회의에 대한 당정의 존중이 전제돼야 성공적인 자문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넓은 세상, 높은 하늘’을 모르고 설쳐대는 몇몇 저질 정치꾼들에게 바른 삶의 전범(典範)을 원로들이 보여줄 수 있다면, 그것도 작지 않은 부수 효과가 될 수 있겠다.  

김형석(金亨錫) 논설위원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 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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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2024-05-26 22:05:04
"All the lines around the president must be thrown out."
"Is it still a good thing after going through that in previous regimes?"
"In nature, they're only preoccupied with finding their way to live."
"If you make good use of the official advisory body, it will be of great help to state affairs."
National Senior Council Expects to Become a Think Tank

[Sisa Today, Sisa ON, Sisaon = Editorial writer Kim Hyung-seok]



Former Deputy Prime Minister and Minister of Science and Technolo

김형석 2024-05-26 20:38:54
어느 분이 영문 번역을! 을매나 쌩큐인지... 하우 머치 쌩유인지 아이 돈 노 ㅎㅎㅎ...



"All the lines around the president must be thrown out."
"Is it still a good thing after going through that in previous regimes?"
"In nature, they're only preoccupied with finding their way to live."
"If you make good use of the official advisory body, it will be of great help to state affairs."
National Senior Council Expects to Become a Think Tank

[Sisa Today, Sisa ON, Sisaon = Editorial writer Kim

김형석 2024-05-26 07:45:36
이 [金亨錫시론]은 오늘로 마감합니다.

2년 가까이 변변찮은 이 칼럼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지면을 내주신 ‘시사오늘’ 회사에도 고맙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내내 평안하십시오!

- 김형석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