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非은행 확대 5년…이제 10년후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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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非은행 확대 5년…이제 10년후를 본다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4.05.26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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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우리금융지주 재출범…非은행 포트폴리오 빈약
他금융지주比 경쟁력 저하 우려…포트폴리오 확대 추진
손태승, 자산운용사·캐피탈등 인수…증권사, 결실 못맺어
임종룡, 포스증권 흡수합병 단행…추가 M&A카드 만지작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2019년 1월 14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겸 우리은행장이 서울 중구 우리금융지주 본점에서 우리금융지주 출범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br>
2019년 1월14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겸 우리은행장이 서울 중구 우리금융지주 본점에서 우리금융지주 출범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2019년 1월 우리은행이 지주회사로 전환됨에 따라 재출범한 우리금융지주의 당면과제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였다. 야심차게 금융지주회사로 재출범한 우리금융이었지만 당시 우리은행외 실적을 기대할 수 있는 계열사는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뿐이었다. 지주 전환 첫해인 2019년엔 그 어느때보다 종합금융그룹이라는 위상에 걸맞는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가 절실했다.

“오늘 오전에 우리금융지주 출범식이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우리 임직원들은 종합금융그룹으로의 위상을 도모하고 금융종가로서 화려한 부활을 다짐했습니다. 우선 지주 출범 초기에는 지주 체제를 조기에 안착시키는데 역점을 두고 1등 종합금융그룹 도약을 위해 비은행 부문 M&A도 적극 추진하고자 합니다. 비은행 M&A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충하여 수익원을 다양화하고 계열사간 시너지를 제고하여 우리금융지주의 가치를 극대화시키겠습니다.”

-2019년 1월14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회장 겸 우리은행장 기자간담회 발언中

실제로 손태승 체제의 우리금융은 재출범과 동시에 국제자산신탁, 동양자산운용, ABL글로벌자산운용 등을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당시 인수된 기업들은 지금의 우리자산신탁, 우리자산운용, 우리글로벌자산운용이다.

이처럼 소규모 자산운용사를 공격적으로 인수한 우리금융의 다음 M&A 대상은 증권사였다. 증권업 재진출은 손태승 전회장 재임기간 내내 계속된 염원이자 숙제였다. 우리금융지주 재출범 이듬해인 2020년 상반기 동학개미 열풍이 불면서 다른 금융지주들이 계열 증권사를 바탕으로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챙기고 있을때 우리금융은 여전히 우리은행만 의존하는 형편이었다.

당시 우리금융은 증권업 포트폴리오 부재를 뼈저리게 느꼈다. 2020년 상반기 4대금융의 순이익을 보면 우리금융만 6000억원대에 간신히 턱걸이한 상황에서 타 금융지주들은 1조원대를 훌쩍 넘겼기 때문이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금융은 당연하게도 증권사 M&A를 최우선 과제로 뒀지만 마땅한 매물을 찾지 못한 채 당초 인수 후보 목록에 있던 아주캐피탈(現 우리금융캐피탈) M&A에 집중했다. 결과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던 자산신탁, 자산운용사 M&A와 달리 우리금융캐피탈의 경우 우리은행과 우리카드, 우리종금과 더불어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잡았다. 실제로 2019년 우리금융 편입후 우리금융캐피탈의 순이익은 2020년 590억원, 2021년 1410억원, 2022년 1830억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2022년 기준 우리카드 순이익이 2040억원, 우리종금이 600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은행 핵심 계열로 자리잡은 셈이다.

우리금융캐피탈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와중에도 손태승 회장은 증권사 M&A를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2022년 상반기에는 우리금융이 SK증권을 인수한다는 구체적인 얘기가 나돌았지만 SK증권측이 최대주주인 J&W파트너스를 통해 확인한 결과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 공시를 하면서 해프닝으로 일단락되기도 했다. 결국 손태승 전 회장은 증권사 M&A라는 최대 숙원을 해결하지 못한채 임종룡 현 회장에게 바통을 넘기게 됐다.

 

지난해 3월24일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서울 중구 우리금융 본사 강당에서 열린 우리금융 제9대 회장 취임식에서 앞으로의 경영전략에 대해 밝히고 있다. ⓒ우리금융그룹

손 전 회장에 이어 2023년 3월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한 임종룡 회장의 숙원 역시 증권업 재진출이었다.

임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증권사 M&A 의지를 재차 밝혔다. 당시 그는 “증권·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조속히 확대하고 비금융분야에서도 새로운 미래먹거리를 찾는 등 그룹의 사업구조를 다각화할 것”이라며 “기존의 비은행 자회사들 역시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여 그룹이 균형있는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결과부터 얘기하자면 임 회장은 취임 2년차에 우리금융의 증권업 재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다. 다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우리금융은 당초 M&A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대형증권사를 물색했지만 마땅한 매물이 없자 중소형 증권사로 범위를 넓혔다. 당시 우리금융 행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형, 중소형 가리지않고 매물로 나온 증권사라면 일단 M&A 후보로 올려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뜬금없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한 것도 당시 마땅한 매물이 없는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이었다. 이미 우리금융저축은행(舊 아주저축은행)을 둔 상황에서 미(未)보유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아닌 저축은행 인수 검토를 추진함으로써 손태승 체제에서 만들어진 증권사 우선 M&A 전략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했다. 이후 우리금융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검토를 중단하고 사실상 철회하면서 임종룡 회장 역시 증권사 M&A 최우선 전략을 고수한 것으로 읽힌다.

실제로 임 회장은 취임 2년차에 들어 ‘한국포스증권’ 인수 및 우리종금과의 합병을 코앞에 두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련 인가 절차만 정상적으로 마무리되면 올해 (가칭)우리투자증권(우리종금+포스증권)이 출범하게 된다.

우리금융이 인수하는 ‘포스증권’은 세간의 M&A 후보에서 벗어나는 초소형 증권사다. 포스증권은 오프라인 지점 영업망도 갖추지 않고 온라인 펀드상품을 주로 판매 한다. 올해 2월 진행된 우리금융 2023년도 실적 IR에서 우리금융이 포스증권 인수 검토를 공식화한 후에도 우리금융이 바라는 리테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이와관련 우리금융은 메리츠종금증권(現 메리츠증권) 사례처럼 종금업 라이선스 보유를 강점으로 우리투자증권을 빠르게 키워나가겠다는 복안이다. 증권사 M&A를 통한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라는 목적은 달성했지만 ‘증권사 육성’이라는 새로운 숙제를 안게 된 셈이다.

이는 손태승 전 회장 재임 당시 아주캐피탈 인수 사례와는 결이 사뭇 다르다. 당시 손 전 회장은 57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아주캐피탈 인수에 쏟아부었지만 곧바로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효과를 누리면서 지주 차원의 수익성 개선을 이뤄냈다. 반면 임 회장은 포스증권 인수(흡수합병)에 별다른 자금을 투입하지 않았다.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포스증권과 우리종금과의 흡수합병을 통해 최대한 자본을 아끼면서 증권업 라이선스를 확보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임 회장의 M&A 전략에 우려를 표하기도 하지만 아직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포스증권 흡수합병으로 아낀 M&A 실탄이 두둑하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에 따르면 비은행 M&A 투입 여유자금은 1조8000억원 수준이다. 우리금융은 무리한 M&A로 보통주자본비율이 하락하는 이른바 ‘오버페이’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여유자금내에서 보험사 인수 또는 중소형 증권사 추가인수 및 합병 가능성은 다분하다.

우리금융 역시 추가 증권사 인수에 대해 매력적인 매물이 나온다면 "검토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여기에 최근 매물로 나온 롯데손해보험 인수에도 적극적인 의향을 드러낸 상황.

임종룡 회장에게 있어 포스증권 흡수합병은 우리금융의 증권업 진출 마침표가 아니라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의 물꼬인 셈이다. 이에따라 임 회장 체제 M&A 전략의 성패는 (가칭)우리투자증권 육성 결과와 보험사, 중형증권사 등 추가 M&A 인수 흐름을 지켜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투자증권 출범 후 종금업 라이선스 만료까지 10년이라는 시한이 남아있는 만큼 임 회장이 쏘아올린 ‘증권사 재진출’ 전략에 대한 성적표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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