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어린이 독서왕´ 선정 도서, 삼성 이건희 칭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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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어린이 독서왕´ 선정 도서, 삼성 이건희 칭송?
  • 방글 기자
  • 승인 2013.04.26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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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독서 프로그램의 재벌홍보 논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방글 기자)

“이건희 회장은 어디로 갈지를 알고, 이기겠다는 마음이 강한 분이랍니다. 투자는 과감하게 합니다. 잘못되면 망하게 됩니다. 그러나 투자할 때마다 성공했습니다. 어떻게 가능할까요? 비결이 있습니다. 많이 생각하는 것이지요. (중략) 이것이 바로 이건희 회장의 경영방식입니다. 그는 조직도 귀하게 여기고 사회 공헌을 위해 해야 할 일을 꾸준히 합니다. 기업이 해야할 일입니다. 최고의 자리는 힘들고 외로운 자리예요. 잘할 수 있게 박수를 보냅시다.” (한 권으로 배우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 이야기 中, 이지교육)

KBS가 오는 9월 방영 예정인 <어린이 독서왕>이 선정한 ‘한 권으로 배우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 이야기’ 중 일부분이다. 최근 KBS가 기획 중인 프로그램 <어린이 독서왕>을 놓고 반대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 ‘재벌 홍보’ 논란까지 더해져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 16일 어린이도서연구회는 KBS <어린이 독서왕>이 선정한 도서 40종을 분석해 발표했다. 그들은 “추천할 만큼 우수한 책은 없고 24종은 재미있게 읽을 만하나 평이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 나머지 16종에 대해선 “결함이 많고 유사도서가 많으며 수준이낮은 책”이라고 의견을 내놓았다.

특히 앞서 소개한 <한 권으로 배우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 이야기>에 대해서는 “재벌에 대한 지나친 홍보가 담겨있다”고도 말했다. 이 책은 ‘문화편’ 마지막 장인 ‘자랑스러운 한국, 한국인’의 절반을 ‘한국을 빛낸 기업인들’에 할애했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어린이 독서왕>이 선정한 일부 책들이 지나치게 ‘편향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그 중 <한 권으로 배우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 이야기>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정주영 현대그룹 전 회장, 박태준 포항제철 전 회장 등에 대한 칭송내용을 담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어린이도서연구회 여을환 사무총장은 “이번에 선정된 출판사들을 보면 꾸준히 양질의 책들을 출판해 온 출판사들도 있지만 일부의 경우 최근에 출판사로 등록하는 등 문제가 있다”며 “특히 역사전공자가 아닌 사람이 역사 관련 서적 집필자로 들어가는 등 내용적 측면에도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책 읽는 재미 빼앗는다는 지적도…

‘재벌 홍보’ 이외,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비판도 이어진다.

어린이책시민연대는 22일 <어린이 독서왕>폐지 촉구 성명을 발표하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독서시험을 보게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것은 시험이나 스펙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초등학생 학부모와 교사들을 볼모로 시청률을 높이기에만 급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여러 방송에서 진행하고 있는 춤이나 노래 같은 오디션은 원하는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지만 이 독서 오디션은 교육청의 후원을 받아 학교 단위에서부터 단계를 거치는 것이기 때문에 교육청이나 교사의 권유가 강요가 되는 학교시스템에서 모든 학생들이 참여할 수밖에 없고 여기에서 자유로울 학교와 학부모는 없다”고 말했다.

또, “KBS가 학교 독서교육을 흔드는 독서왕 대회를 즉각 폐지하여 공영방송으로서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어린이책시민연대는 ‘평등한 책읽기’, ‘자유로운 책읽기’, ‘꿈꾸는 책읽기’라는 3가지 가치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시민단체다.

출판사는 <어린이 독서왕> 반대여론에 ‘비난’…

한편, 출판사들은 <어린이 독서왕> 반대 여론에 ‘반박’하고 나섰다. 그린북, 크리용하우스 등 <어린이 독서왕>선정 도서에 이름을 올린 출판사 20여 개는 23일 “KBS와 교육청이 주관해서 하는 독서운동이면 관심을 갖고 지켜보며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린이 독서에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어린이 독서왕>은 이미 서울 교육청 지부별로 진행하는 독서 골든벨의 연장선상에 있다”며 “기존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가 독서교육을 확대하자는 공영방송의 행보에 딴죽을 거는 것에 의문이 든다”고 유감의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 “매일 쏟아져 나오는 어린이책들은 아이들을 만나지도 못하고 창고에 있는 경우가 다수”라며 “베스트셀러, 교과서 수록 도서만 팔리는 쏠림 현상을 보완해 어린이책 출판 환경을 좀 더 확대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KBS한국어진흥원 역시 비판 의견을 수렴해 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KBS한국어진흥원의 한 관계자는 “독서문화운동은 다양하게 전개될 수 있고 ‘어린이 독서왕’도 그런 차원에서 기획되고 진행된 것”이라며 “이것이 그렇게 나쁜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급적 외부의 비판적 의견을 수렴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쪽으로 가고자 하는 바람”이라고 의사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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