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일본자금 루머광고 '자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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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일본자금 루머광고 '자뻑'?
  • 이상택 기자
  • 승인 2010.04.05 2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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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재판 이후 4년 만에 뜬금없이 광고 또 등장
노이즈 마케팅이냐, 애국 마케팅이냐 호사가 입방아
 
“진로에 대한 악성루머는 사실이 아닙니다.”
지난 3월 중순 주요 일간지에는 이 같은 제하의 큼지막한 진로 참이슬 광고가 실렸다. 아침 에 나눠주는 무가지를 시작으로 한달여 동안 종합지와 경제지에도 돌아가며 게재됐다. 이 광고에서는 “진로는 2009년 10월 재상을 통해 국민기업으로 거듭났다”며 작년말 기준 주주현황까지 세세하게 기록했다.
 
광고에는 하이트홀딩스 53.46%, 리얼디더블유 10.27%, 우리 사주 5.79%, 신용협동조합 2.56%, 자기주식 2.39%, 개인투자자 14.25%, 기타 기관투자자 11.28% 등 주요 주주들의 명부가 자세하게 적시됐다. 한국거래소에 찾아가 상장기업의 주주 명부를 보는 것처럼 낱낱이 공개한 것이다.
 
그러면서 광고 하단에는 “진로 일본자본설과 같은 근거 없는 악성루머가 86년간 대한민국을 대표해온 국민기업 진로의 자긍심을 상하게 하고 있다”며 “진로는 앞으로도 대한민국 대표 국민기업으로서 최선을 다 하겠다”는 문구로 설명을 마무리했다.
 
또한 맨 바닥에는 참이슬 상표에 표시돼 있는 오리지날(Original)과 프리(Free)의 그려진 빨강과 파랑은 태극마크를 상징한다며 ‘진로=대한민국’임을 다시한번 강조했다. 그런데 진로가 왜 갑자기 이런 광고를 내보냈을까. 
 
▲ 진로가 지난달 중순부터 주요 일간지에 '진로의 일본자금 유입설은 근거가 없다'는 뜬금없는 광고를 내보내 그 진의가 무엇인지 관심을 모으고     ©시사오늘

◇ 이런 광고 왜? 참이슬 애주가도 갸우뚱
 
지난 2006년에도 진로의 일본 자금 유입설이 제기됐다. 당시에는 진로가 하이트맥주에 인수된 무렵에다 한참 ‘참이슬’과 두산의 ‘처음처럼’이 치열한 시장 경쟁을 벌일 때라 경쟁사의 의도적인 작전(?)으로 치부됐다. 그 만큼 진로에 대한 국민들의 믿음이 컸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두산의 판촉요원이 유언비어 유포죄로 진로에 의해 고소돼 재판을 받기도 했다.
 
이 사건은 두산 판촉 아르바이트생들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인정되지만 일부러 유언비어를 유포한 혐의는 없다며 법원이 무죄판결을 내려 일단락되면서 국민들의 뇌리에서도 잊혀졌다.
 
그런데 뜬금없이 4년 만에 다시 진로의 악성루머 광고가 나오자 시민들은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더욱이 이미 지나간 것을 진로 스스로가 까발리는 식으로 광고를 낸 것은 진짜 뭐가 있어서 그런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직장인 김지웅(44,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씨는 “진로의 일본 자금설이 있었는지도 몰랐는 이번 광고를 보고 알았다”며 “일부러 그런 것인지, 상황이 심각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익보다는 손실을 받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참이슬을 즐겨 먹는다는 직장인 서재흥(47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씨도 “진로에 진짜 일본자금이 들어 있느냐”며 “괜한 광고가 되레 오해를 불러 일으킨 것 같다”며 회사측의 경솔함을 지적했다.
 
경쟁사인 롯데주류의 관계자도 “괜히 우리가 오해를 받고 있다. 도대체 진로가 왜 그런 광고를 시작했는지 모르겠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진로측은 “영업 일선에서 아직도 일본 자금설이 나와 영업에 지장이 있다는 불만이 나와 이 같은 광고를 게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로 관계자는 “시골에서는 전후사정을 모르고 진로에 일본자금이 들어 있는 소문을 믿는 사람들이 있어 영업에 어려움이 있다”며 “이 때문에 진로 자체를 거부하는 사례가 부득이 광고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진로가 단순히 지역 시장에서의 영업 때문에 이런 광고를 냈다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증권가에서도 여러 가지 억측이 난무하는 등 진로의 속내가 무엇인지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 박문덕회장 불법 증여 관련 '희석용' 說도  
 
우선 노이즈 마케팅 일환이란 설이다. 진로의 일본 자금 유입설을 음해로 몰아 붙이면서 진로 참이슬에 대한 간접 광고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애국 마케팅도 한 몫한다.
 
광고에 나왔듯이 상표에 나와 있는 빨강과 파랑이 태극을 뜻한다는 것은 진로는 민족자금으로 만들어진 회사라는 점을 강조하는 아주 좋은 소재가 된다. 최근에는 진로가 아예 병뚜껑에 태극 마크 문양을 넣는 소문도 있어 애국 마케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다음으로는 시장 점유율 회복 차원이다. 아직도 국내 소주시장에서 진로의 권력을 절대적이다. 전국시장의 반이상이 진로산 소주로 채워진다. 하지만 경쟁 제품인 처음처럼(당시 두산주류)이 등장하면서 국내 대표 소주인 참이슬의 인기도 예전만 못하다. 참이슬은 올들어 1월 점유율이 50.6%로 50%선을 넘어섰지만 작년 12월 점유율은 47.2%까지 곤두박질 치는 수모를 당했다.
 
이에반해 처음처럼은 지난해 월별 평균 점유율이 15%, 총 누계로는 13.1%로 10%대 안 되던 시절과는 중량감이 확실시 달라졌다. 진로가 올 들어 전국 상권에서 점유율 50%를 넘어섰다고는 하지만 서울지역의 유흥상권에서는 처음처럼의 점유율이 39%까지 치고 올라왔다는 사실은 진로에게는 상당한 위압감을 주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함께 예상과 달리 기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진로의 주가도 불안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재상장시 진로의 1주당 발행가는 4만원. 하지만 현재 평균가는 3만5000원선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다. 이는 기대가 6만원에 비해 무려 40%가량이 빠진다. 
 
이로인해 하이트맥주가 진로를 사들이면서 돌려줘야 하는 대금에 문제가 생겨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는 것. 해결 방법중의 하나가 현재 거론되고 있는 진로 주식을 토대로 한 해외교환사채(EB) 발행이다. 
 
하이트홀딩스는 EB발행이 성사되면 진로 인수금융 투자자의 풋옵션 행사시 사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오는 4월20일 신협이 작년에 매입한 진로 주식 585억원어치와 7월19일에는 (유)리얼디더블유 풋옵션 2309억원에 대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회장이 불법 증여 혐의로 국세청으로부터 380억원의 세금 추징을 통보받았다는 발표와 관련 여론의 질타를 의식해 진로광고가 등장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오고 있다.
 
물론 이는 박 회장 극히 개인적인 문제고, 박 회장측이 국세청에 ‘과세전적부심’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겸손과 도덕성을 평소 강조해온 박 회장에게는 아픈 상처임에는 틀리없기 때문이다.      
 
한국증권 이경주연구원은 "진로에 대해 증권가에서 도는 얘기는 아직 없다"며 "광고가 그런식으로 게재되고 있다면 관심 유도를 위한 마케팅 측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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