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4월, 코스닥시장 퇴출 ‘칼바람’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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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4월, 코스닥시장 퇴출 ‘칼바람’ 무섭다
  • 박세욱 기자
  • 승인 2010.04.06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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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社 상장폐지 확정...녹색성장산업株 대거 몰락
최근 코스닥시장에 퇴출 칼바람이 종잡을 수 없이 불어 닥치고 있다.
 
한계기업은 물론이고 우량주로 평가되던 기업들까지도 속속 퇴출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가 강력한 육성 의지를 밝힌 녹색산업 관련 기업들조차 속속 횡령 자본잠식 등으로 퇴출되면서 '그린 버블' 경계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는 예전 한계기업들이 일시적으로 매출을 올리거나 증자 등을 통해 자본잠식률을 낮추면 퇴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지만, 한국거래소가 코스닥기업에 대해 상장폐지 실질심사제도가 도입되면서 이 같은 편법 상장 유지가 어려워 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거래소는 퇴출 사유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상장 유지에 부적합한 기업을 가려내 퇴출시키기 위해 지난해 2월 4일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금융 감독당국의 시장 정화와 회계법인 감사 강화로 인해 소액주주는 속병을 앓을 수밖에 없는 상황. 소위 개미들은 허탈하다 못해 패닉에 빠져있다. 공시, 재무제표, 정부인증, 증권사 리포트를 믿고 투자한 개미들은 충격에 휩싸이고 만다.
 
한 예로 코스닥시장의 대표적인 태양광업체 네오세미테가 퇴출설이 돌면서 하한가로 곤두박질쳤다. 일반투자자는 물론 한국거래소 관계자들도 ‘설마’하는 반응이었다.
 
태양광용 실리콘 잉곳과 발광다이오드(LED) 웨이퍼를 만드는 선두권 녹색성장주로 꼽히는 데다 시가총액도 4000억원대에 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오세미테크가 감사의견이 거절된 감사보고서를 거래소에 제출하면서 우려는 현실이 됐다. 수백억원대의 이익을 냈다는 회사 측 실적과 애널리스트 평가를 믿고 큰 돈을 투자한 투자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거래소와 회사에는 울분에 찬 투자자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 11개社 상장폐지 확정...실질심사 강화 탓
 
한국거래소는 지난 1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총 48개사가 퇴출 사유 발생으로 상장폐지 위기를 맞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유가증권시장 3개사, 코스닥시장 8개사는 실제 상장폐지가 확정됐다.
 
상장폐지가 확정된 기업은 유가증권시장의 서광건설(001600)산업과 에이치비이에너지(017300), 조인에너지(004820) 등 3곳과 코스닥시장의 사이노젠(064060), 유퍼트(060670), 일공공일안경, 중앙바이오텍, 코레스, 모젬, 에듀아크, 모보 등이었다.
 
또한 상장폐지 사유 발생기업이 37개사에 달했다.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기업이 양 시장을 합해 30개사, 상장폐지 실질심사에 포함될 수 있는 기업이 7개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의견 거절기업은 유가증권시장은 고제(002540), 성원건설(012090), 유성티에스아이(024870), 제로원인터랙티브(069470), 케드콤, 태창기업, 현대금속 등이고 코스닥시장은 네오세미테크(089240), 단성일렉트론(085990), 메카포럼, 보홍, 쓰리디월드, 에스피코프, 엑스로드, 오페스, 이루넷, 인젠, 하이스마텍, 해원에스티, CL, JS, 쏠라엔텍, 아구스, 에버리소스, 에이스일렉, 제넥셀, 지엔텍홀딩스, 테이크시스템, 스카이뉴팜, 올리브나인이었다.
 
또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심사 중인 기업은 마이크로로봇(037380), 모라리소스(018890), 비엔알(023670), 트루맥스, 샤인시스템, 위지트, 초록뱀 등이다.

 
▲ 12월 결산법인들의 2010년 주총이 지난 3월 대부분 막을 내렸으나 이중 11개사가 상장폐지가 확정되는 등 잔인한 4월이 될 전망이다.     © 뉴시스

◇ ‘네오세미테크’ 퇴출 위기, 일반투자자 충격
 
이번 퇴출 위기 기업들의 면면이 만만치 않아 시장 충격은 더욱 컸는데 그 중 네오세미테크가 코스닥 시가총액 28위로 한때 시가총액 1조원에 육박했던 회사임에도 감사의견 거절기업이 되면서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다.
 
인천 남동공단에 위치한 네오세미테크는 태양광 및 발광다이오드(LED) 등 현 정부의 주력산업이라 할 수 있는 ‘녹색성장’사업의 핵심주자다.
 
2008년 6월 디앤티를 인수하며 코스닥기업 모놀솔라로 우회 상장한 네오세미테크는 2008년말 산업은행으로부터 ‘글로벌스타’ 인증 기업으로 채택됐고, 지식경제부가 ‘차세대 화합물 반도체 솔라셀용 Ge단결정 기판소재’ 기술 개발사업자로 지정한 기업이다. 지난해에는 한국수출입은행장이 직접방문하기도 했다.
 
네오세미테크는 지난해 11월에는 성장성 대비 저평가됐다며 목표주가 1만8700원을 제시한 증권사 분석보고서가 나오기도 했고, 지난 2월 지난해 매출 1453억원에 영업이익 312억원, 순이익 246억원을 기록했다는 자체 실적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감사 결과 매출 979억원, 영업이익 19억원에 순손실 223억원으로 대폭 악화된 실적이 나왔다. 외부감사인은 이 회사가 총자산의 35%를 차지하는 유형자산의 거래와 장부가액을 적절히 기록하지 않을 수 있는 중요한 취약점이 있다며 감사범위 제한에 따른 '의견거절'을 제시했다.
 
지난주 상장한 지 2년6개월밖에 안 된 디지털 영상저장장치(DVR) 업체 아구스(시총 334억원)에 이어 퇴출 징후가 없었던 기업들이 잇달아 상장폐지 기로에 놓여 코스닥시장에 '퇴출 안전지대'가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네오세미테크의 대주주 지분은 20% 남짓으로 대부분 소액주주들이 보유하고 있어 퇴출이 확정될 경우 피해는 3000억원을 웃돌 전망이다. 최근 퇴출된 한국기술산업의 규모를 넘어서는 사상 최대 규모다.
 
◇ 녹색산업 관련 기업들 속속 퇴출 '그린 버블' 경계론 대두
 
눈에 띄는 점은 퇴출 위기에 내몰린 기업 가운데 녹색성장 기업이 많다는 것이다. 네오세미테크에 이어 올해 상장폐지 1호로 기록된 비엔디도 바이오디젤 사업으로 기대를 모았던 회사다.
 
2008년 3월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전주에서 열린 농림수산식품부 업무보고를 받은 직후 이 회사를 방문해 시장의 비상한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불과 2년이 채 안된 올 1월 29일 회계처리 위반으로 퇴출됐다.
 
코디콤(풍력발전) 코어비트(바이오디젤) 동산진흥(신재생에너지) 등도 녹색산업을 전면에 내세워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다 결국 사라졌다. 퇴출 위기를 맞은 메카포럼폴켐 유퍼트는 각각 LED 사업을 추진했고 클라스타는 탄소나노튜브 사업을 진행했었다.
 
시장 주력으로 떠오른 녹색 테마주들도 거품이 빠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 애너리스트는 “네오세미테크 사례는 중소기업의 회계처리가 얼마나 부실한지, 녹색성장 테마에 얼마나 거품이 끼어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48개사의 상장폐지 위기기업 발생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이는 투자회사 66곳을 포함, 모두 96개사가 퇴출됐던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것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작년 말 전부 80개사 이상의 기업이 퇴출되면서 코스닥시장이 깨끗해졌다는 평가가 많았다"며 "올해 감사시즌에 50개사 가까이 퇴출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의외"라고 평가했다.
 
분명 올해 퇴출 칼바람의 일등공신은 분명 회계법인이다. 그러나 회계법인들이 깐깐하게 감사를 진행하면서 소액주주들이 예상치 못했던 피해를 볼 가능성도 높아진다. 분식회계나 횡령 가능성, 내부통제 미흡 등은 소액주주가 미처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에게 "감사시즌에 들어서면 보다 꼼꼼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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