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5만 원 권…불법자금으로 은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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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5만 원 권…불법자금으로 은닉?
  • 박시형 기자
  • 승인 2014.06.05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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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 원 편의성 환금성, '환영'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

지난해 말 5만 원 권 회수율은 48.6%에 그쳤다. 국민 1인당 평균 18장이 시중에 풀렸지만 실제로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5만 원 권은 발행 첫 해 회수율이 7.3%에 불과해 지하경제 배만 불렸다는 비판을 받아오다 이후 매년 늘어 2011년과 12년은 평균 60%에 육박해 고액권으로써 자리 잡는듯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갑자기 어디론가 숨어 들어버렸다.

5일 한국은행 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월 5만 원 권 발행 잔액은 43조8510억 원으로 화폐발행잔액 3분의2를 차지한다.

기존 고액권이던 1만 원 권 잔액은 5만 원 권 발행 이후 급격히 줄어들며 4월에는 28%까지 줄었다. 반대로 환수율은 5만 원 권의 경우 48.6%, 1만 원 권은 94.6%를 보이고 있다.

이렇다보니 시중에 풀린 5만 원 권 매수만도 8억7702만 장, 국민 1인당 17.8장 가량 보급됐다.

은행에서 출금되면 돌아오지 않는 특이한 성질 때문에 올 초 설 명절에는 품귀현상이 빚어지며 1인당 지급이 제한되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중에는 이미 풀릴만큼 풀렸지만 어디엔가 쌓여있다는 이야기다.

▲ 경북지방경찰청은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던 양모 씨 자택에서 5만 원 권 뭉치 29억 원 어치를 발견했다. ⓒ뉴시스

가장 큰 계기는 불법·범죄 자금을 현금으로 은닉하는 수가 늘어난 것으로 추측된다.

일례로 지난 22일 경북지방경찰청은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 양모 씨가 아파트 베란다에 5만 원 권으로 29억 원을 감춰둔 것을 찾아냈다. 또 2012년 유명 여성병원을 운영하는 여의사 자택에서는 안방 장롱, 베란다, 책상 등에서 5만 원 권으로 총 24억 원이 발견되기도 했다.  2011년 발생한 5만 원 권 마늘밭 사건은 이미 유명한 일이다.

이처럼 불법 행위에 5만 원 권이 환영받는 이유는 편의성과 환금성 때문이다.

지난 2002년 1만 원 권을 사과상자에 가득 채울 땐 5억 원, 007가방에는 1억 원이 들어갔던 사례가 있었는데 액면가가 5배 늘어나면서 훨씬 많은 금액을 쉽게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앞서 언급한 도박사이트 운영자금 은닉 사례로 예를 들면 같은 금액을 1만 원 권으로 숨겨둔다고 가정했을 때 100만 원 2900뭉치를 가로 약 1.2미터, 세로 2미터, 두께 17센티미터 짜리 싱글침대로 만들어 숨겼어야 한다.

5만 원 권 뭉치는 불과 580뭉치. 사과상자 하나와 007가방 하나면 충분하다.

게다가 5만 원 권의 경우 수표와 달리 신분을 밝히지 않아도 돼 출처를 숨긴 채 환전할 수 있다. 일련번호가 있어도 유동이 많아 추적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기업 비자금 조성이나 탈세, 해외 반출에 주로 사용된다.

특히 중국에서는 원화가치가 쌀 때 사두려는 교포들이 늘어나면서 위안화 대비 원화가 떨어질 때마다 5만 원 권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기도 한다.

통화당국은 5만 원 권의 폐해가 드러나는데도 '환수율 하락'은 경제학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구경만 하고 있다.

신원섭 한국은행 발권국장은 "현금수요 증가가 고액권을 중심으로 늘고 있지만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며 "환수율 하락도 5만 원 권만의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5만 원 권이 출시된 것은 지난 2009년 6월로 곧 만 60개월을 맞게된다.

우리나라 지폐 유통수명이 1천 원 권, 40개월, 5천 원 권 65개월, 1만 원 권 100개월로 추정되는만큼 첫 발행된 5만 원 권이 다시 한국은행으로 돌아가는데는 최소 40개월이 남아있어 환수율을 따지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하지만 LG경제연구원 보고서는 캐시 이코노미(Cash Economy)의 증가에 대해 '지하경제 확대의 경고등'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캐시이코노미는 거래가 신용카드, 계좌이체 등 기록에 남는 방식이 아닌 현금으로만 이뤄지는 경제를 뜻한 용어로 지하경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 보고서는 캐시이코노미로 인한 지하경제 확대는 세수 감소를 초래할 위험성이 크다며 이를 방지하고 지하경제 규모를 줄여나가려는 방안을 다각도로 시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정부가 추진중인 금융정보 분석원 정보 활용과 재산 추적기능 강화, 조세회피방지 규정 보완 같은 방안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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