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선거 안하려 "적어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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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선거 안하려 "적어 왔어요"
  • 시사오늘
  • 승인 2010.06.02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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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 총 8장 헷갈려 생각해둔 후보 쪽지에 적어와
"누가 누군지 알 수가 있어야 말이죠. 그래서 어제 우리 가족은 '작업'(?)을 마쳤어요"

6·2지방선거일인 2일 오전 10시20분께 경기 안양시 부림동 제5투표소 평촌도서관. 김인순씨(61)가 백발의 시어머니(91)를 부축하고 투표소로 들어섰다.

거동이 불편한 시어머니를 기표소 안까지 모셔다 드리고는 가로 세로 4㎝×7㎝만한 크기의 쪽지를 건네 드렸다.

두 차례 걸쳐서 모두 8번을 찍는 이번 투표가 여간 헷갈리지 않아 미리 생각해 둔 후보 이름과 기호를 쪽지에 적어 온 것이다.

김씨는 "어제 후보들 공보자료를 보고 쪽지를 만들었다"며 "가족들마다 쪽지 하나씩 들고 투표했다"고 말했다.
 
▲ 6.2지방선거에 사상 유례없이 입후보자가 난립한 가운데 투표를 위해 김인순씨(61, 경기도 안양시)가 시어머니(91)를 부축하고 투표소로 향하고 있다. 김씨는 후보자가 많아 마음에 드는 후보를 쪽지에 적어왔다고 털어놨다.     © 뉴시스

광역단체장부터 교육의원까지 민선 사상 최대의 투표용지인 8표가 발행된 이번 선거에 각 투표소마다 이같은 진풍경이 펼쳐졌다.

아들(32)과 함께 투표소를 찾은 김택희씨(70·여)도 미리 준비한 쪽지를 보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김씨는 "방송에 계속 나오니까 도지사 후보 정도나 알까, 나머지 후보들은 잘 몰라서 미리 적어 왔다"고 말하며 웃었다.

젊은층 유권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나이를 불문하고 후보 이름과 기호를 기억하는 유권자는 많아야 4명. 나머지는 말그대로 '찍기'를 했다.

환자복을 입고 투표소를 찾은 심봉구씨(37)는 "도지사와 도교육감, 시장 정도는 알겠는데 다른 분들은 시험 볼 때 처럼 찍었다"고 말했다.

초교 3학년인 아들(10)의 교육차원에서 함께 투표소를 찾은 이석민씨(43)는 "아들이 내년 4학년에 진학하면 지방자치에 대해 배운다길래 교육삼아 데리고 왔는데 투표용지가 너무 많아 잘 교육이 됐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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