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 재보선, 거물급들이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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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8 재보선, 거물급들이 움직인다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0.06.0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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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복심’ 이재오 부활할까...민주당 김근태 카드 ‘만지작’
손학규 민주당 구원투수로...엄기영·정대철 등도 하마평
오는 7월 28일로 예정된 재·보궐선거에 정치권의 관심이 뜨겁다. 서울 은평을,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 등 기존의 재선거 지역에다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역 의원들이 지자체장에 출마하면서 의원직을 대거 사퇴, 선거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또 일부 지역은 그간 정치적 유배생활을 하며 정치일선에서 물러났던 거물급 정치인들의 격전장이 될 공산이 커 그들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번 재보선은 MB 3년차 중반 이후, 18대 국회 하반기를 가늠하는 바로미터여서 여야 모두 사활을 걸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민주당의 구원투수로 자리매김한 손학규 전 대표(오른쪽)     © 뉴시스

현재 7·28 재보선이 확정된 지역은 서울 은평을, 인천 계양을, 경기 수원 영통, 강원 원주,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 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 충남 천안을, 충북 충주, 광주 남구 등 9곳이다.

이중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곳은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의 당선무효로 재선거가 치러질 ‘은평을’. 유권자가 20여만 명에 불과하지만, 은평을의 재선거 결과는 나머지 8곳에 비견할 바가 아니다.

이유는 ‘MB 복심’이자 ‘왕의 남자’로 불리는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의 출마설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은평을은 지난 2008년 18대 총선 때부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탄핵 역풍이 불던 17대 총선에서도 건재함을 과시했던 이 위원장이 2007년 대선 당시 깜짝 스타로 떠 오른 문국현 전 대표에게 패해서다.

문 전 대표는 MB와 이 위원장의 숙원사업이었던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토건형 신자유주의라는 딱지를 붙이며 맹공을 가했고 여기에 박사모가 이 위원장을 ‘5적’으로 규정, 낙선운동을 펼치면서 이 위원장은 결국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이 후 친이계는 급속히 구심점을 잃었고, 이 위원장은 친박계와 일부 친이계의 견제 속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다.

친박계는 그동안 정가에 이재오 복귀설이 나올 때마다 사전 차단에 나섰고, 지난해 4월 재보선 참패로 인적 쇄신론이 불거지며 조기 전대론이 나왔을 때도 “이재오 복귀의 연막작전”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 7.28 재보선 은평을의 가장 유력한 후보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     © 뉴시스
또 친이계의 한 축인 이상득 의원 역시 이 위원장과 파워게임을 통해 당 장악에 나서면서 이재오 귀환은 다소 미뤄졌다. 그렇다면 7월 28일 이 위원장은 원내로 복귀가 가능할까.

일단 이 위원장은 재보선과 관련, 묵묵부답이다. 긍정도 하지 않지만 부정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눈여겨 볼 것은 은평을 재선거를 두고 야권은 거물급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는데 반해 한나라당은 거론되는 후보가 없다는 것.

또 한나라당의 은평을 당협위원장 자리는 여전히 공석이다. 이는 이 위원장의 복귀를 위한 배려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이유로 정가에선 이 위원장의 출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지난 10일 이 위원장이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것과 관련,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같은 행보가 재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전 대표에게 보내는 화해의 제스처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이 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표와의 화해 제스처로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정치적 의미보다 역사적 의미로 이해해 달라. 현재 공직자이고 박 전 대표와의 관계 개선은 의도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 추모관 방명록에 낮은 것을 쌓아 높은 것을 이룬다는 의미의 ‘적비이위고(積卑而爲高)’라는 글을 썼다. 이 위원장은 이에 대해 “낮은 것은 가난을, 높은 것은 산업화를 의미한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는 사실상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의 만남을 의미하는 것으로 박 전 대표와의 관계복원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 위원장의 원내복귀가 이뤄질 경우, 오는 6·30 한나라당 전당대회의 판도를 비롯해 한나라당내 세력 개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에 맞서 민주당 역시 거물급 인사들이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가장 먼저 출마 의사를 밝힌 인사는 장상 최고위원. 장 최고위원은 지난 3월 “7·28 은평을 재선거는 MB정권에 대한 4대 심판선거가 돼야 한다”면서 “민주주의·남북관계·서민경제·공교육 정상화 등을 제1의 정책목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일찌감치 출마선언을 한 장 최고위원은 자택과 사무실을 모두 은평을로 옮기며 본격적인 지역다지기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민주당이 그간 역대 재보선에서 상징지역의 경우 전략공천을 해왔다는 점에서 장 최고위원이 최종 공천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밖에 본인들은 일절 함구하고 있지만 김근태, 정대철, 한광옥 상임고문 등이 거론되고 있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역시 김근태 상임고문. 민청련 의장 출신이라는 상징성이 커 반MB구도의 최적 인물이라는 것이다. 실제 김 상임고문의 경우 지난해 10월 재보선에서 은평을 출마 선언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국현 전 대표의 재판이 지연돼 당시 재보선에서 은평을이 제외되자 출마를 접었다는 후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도 “한나라당에서 이 위원장이 나오면 김근태 카드로 맞서 리틀 MB vs 반MB 전략을 쓸 수 있다”면서 “김 상임고문이 갖고 있는 민주투사의 선명성이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이재오 위원장의 맞상대로 거론되는 김근태 전 의원(왼쪽)과 강원도 재선거에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엄기영 전 MBC사장(오른쪽)     © 뉴시스

손학규, 춘천 칩거 끝낼까

 
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경기지사 출마를 위해 의원직 사퇴를 한 수원 영통 보궐선거도 흥미롭다. 지난 2008년 18대 총선 낙선 후 춘천 칩거에 들어갔던 손학규 전 대표의 전략공천 가능성이 점쳐지기 때문.

손 전 대표는 지난 18대 총선에서 패배한 뒤 오랫동안 칩거에 들어갔지만 지난해 10월 수원 장안 재보선에서 정치적 바람을 발휘, 예상을 깨고 이찬열 민주당 후보가 박찬숙 한나라당 후보를 이기는데 일등공신이 됐다.

또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부진하던 경기지사 야권단일화의 중재에 나서면서 꺼져가는 야권연대의 불씨를 되살리는 등 사실상 야권의 구원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일각에서는 손 전 대표의 당권 도전을 점치기도 하지만 그는 지난 5월 당권도전과 관련 “공자말씀이 하루에 세 번 반성하라고 했는데”라며 말을 아꼈다.

이 같은 손 전 대표의 행보는 사실상 7·28 재보선을 염두해 둔 사전 포석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6·2 지방선거에서 손 전 대표가 공을 들이고 있는 경기지사를 포함해 경기 전역에서 민주당이 압승할 경우 중앙정치 복귀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 전 대표에 맞서 한나라당에서는 박찬숙 전 의원에 이어 당협 위원장직을 수행 중인 고희선 전 의원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 역시 손 전 대표가 수원 영통 보궐선거의 후보로 낙점될 경우 중진급 인사를 전략 공천해 거물급간 대결로 몰고 갈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인천시장 선거로 출마한 ‘인천 계양을’ 또한 주요 관심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천 계양을은 한나라당 후보로 김덕룡 청와대 국민통합특보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또 다시 거론되고 있다.
 
김 특보는 지난해 4·29 재보선에서도 인천 부평을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으나 본인이 고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엄기영 전 MBC 사장 계속되는 러브콜
 
강원도는 가장 많은 3곳에서 재보선이 치러질 예정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으로부터 각각 강원지사 후보로 공천장을 받은 이계진, 이광재 후보가 각각 강원 원주와 태백·영월·평창·정선의 지역구 의원직을 사퇴했고, 철원·화천·양구·인제는 지난 1월 이용삼 의원이 타계해 공석이 됐다.

강원도 재보선에서 주목받는 인사는 엄기영 전 MBC 사장이다. 엄 전 사장은 지난 1994년 영월·평창 국회의원 보궐선거 이후 주요 선거 때마다 여야 정치권으로부터 구애를 받고 있다. 그때마다 그는 “정치에 별로 생각이 없다”며 잘라 말했다.

하지만 이광재 의원이 출마하기전 엄 사장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져 강원도 태백시·영월·평창·정선군 보궐선거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충북은 민주당 이시종 의원의 충북지사 선거 출마로 충주시 지역에서, 충남은 자유선진당 박상돈 의원의 출마로 천안시을 지역에서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충북지역 선거 변수는 지난 5월 충주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한 윤진식 청와대 정책실장.
18대 총선에 출마했다가 이시종 민주당 충북지사 후보에게 패했던 윤 실장은 이시종 후보가 의원직을 내놓자 재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충북 지역에 국회의원이 송광호 의원 단 1명밖에 없어 윤 실장의 바람몰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이 충청권 카드로 윤직식 카드롤 내놓자 민주당은 당황한 모습이 역력하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대한민국 정책을 관장하는 정책실장 자리를 비워두는 한나라당의 발상이 어이없고 개탄스럽다”며 “윤진식 정책실장이 선거용으로 징발되는 것은 청와대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고, 모든 선거의 컨트롤 타워가 청와대라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 측도 “윤 실장은 정운찬 총리, 정종환 장관 등과 함께 ‘세종시 수정안 충청 3적’으로 불리는 인물”이라며 “유권자들은 윤 실장을 주적으로 삼아 이명박 정권 심판과 세종시 수호 쪽으로 표를 몰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텃밭인 광주 남구는 강운태 민주당 의원의 광주시장 출마로 보궐선거가 열릴 예정이다. 광주 남구의 경우 한나라당을 비롯 다른 정당과의 대결보다 민주당 내 공천 경쟁이 더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7·28 재보선을 앞두고 이 같은 여야 거물급들의 행보는 전쟁의 서막을 알리는데 불과하다.
어차피 당 공천부터 선거운동, 그리고 당선과 낙선의 과정은 권력투쟁의 산물이다. 또 누군가가 이기면 다른 누군가는 지게 되는, 제로섬 게임이다.

어떤 이가 권력 쟁취에 성공해 대권 행보를 하고, 어떤 이가 권력투쟁 잔혹사의 희생양이 될 것인가. 6월 지방선거 이후 ‘미니 총선’이라 불리는 7·28 재보선이 가져올 또 다른 후폭풍에 정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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