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비판에는 입 닫고 오너만 챙기는 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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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비판에는 입 닫고 오너만 챙기는 홍보실
  • 김인수 기자
  • 승인 2015.11.11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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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홍보실은 총수 치부를 감춰주는 업무에서 해방돼야 한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인수기자)

요즘 기업체의 홍보실이 바쁘다. 회사 챙기랴 총수 챙기랴.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기업에는 대부분 홍보실이 있다. 상투적인 표현으로 홍보실에서는 기업의 대내외 홍보를 맡는다.

홍보실에서 주력을 쏟는 홍보는 자사의 제품을 구매하는 국민들에게 그 제품의 효능과 효과를 알리거나, 이미지 개선이다.

홍보의 대상에는 언론도 포함된다. 언론을 상대로는 자사 제품에 직간접적인 대국민 홍보와 자사에 대한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일을 한다.

물론 기업의 사장과 회장 등 총수에 대한 가림막 역할도 업무 중 하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각 기업체의 홍보실에서는 언론을 상대로 자사 총수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막는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통상적으로 홍보실에서는 자사 총수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가 나오면 해당 신문사 기자나 데스크에 전화를 해서 아니라고 발뺌하면서 항의를 하거나 또는 읍소한다. 이런 일은 언론에서는 비일비재하다. 요즘 흔한 은어로 ‘셀프 디스’를 해 본다. 많은 언론에서 ‘자폭’ 한다며 비난의 화살이 쏟아질게 뻔하지만.

기자도 고의성은 없었으나 A사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 사건과 A사 총수와 묘하게 연관이 돼 있어 총수를 거론한 적이 있다. 당장 A사 홍보실에서 전화가 와서 항의를 했다. 물론 광고를 받고 있는 기업체다.

언론사에서는 광고를 받는 기업체에는 조금이나마 온정(?)을 베푸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기자는 잘못된 부분은 잘못됐다고 표현을 했을 뿐이다. 문제는 자사의 총수를 거론했다는 것을 따지고 들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어이가 없었지만 A사의 홍보실 사람으로서 충분히 항의를 할만했다.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유력 모 신문사의 기자도 한 말이 있다.

“기사를 쓰기 위해 기업체에 자료를 요청했으나 수용이 되지 않을 경우에 그 회사 총수 이름을 제목 또는 기사에 거론하면 금방 해결이 되더라.”

그렇다. 요즘 기업체 홍보실은 자사 총수 가림막에 전력을 기울이는 모양새가 역력하다.

홍보실 담당 직원들은 기자를 만나도 총수에 대한 얘기는 금기시 한다. 그러면서 자사 총수를 잘 봐달라는 부탁의 인사를 한다. 기자도 최근에 이런 경우를 겪었다.

국내 대기업인 B사 홍보직원을 만난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홍보 직원은 기자를 조용히 불러(동행한 기자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 회장님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이름은 가급적 거론을 하지 않으면 좋겠다. 우리 직원들이 난감하다”며 부탁을 했다.

기업체 홍보 직원이 자사의 이미지나 제품 홍보보다는 총수 가림막에 더 힘을 기울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기자들은 홍보 직원들이 총수의 ‘눈치보기’라고 말하곤 한다. 여기에는 ‘자리보존’이라는 암묵적인 의미도 내포돼 있다. 요즘 워낙 재벌 총수들이 검찰과 법원을 제 집 드나들 듯이 들락거리는 모습이 언론에 자꾸 노출될수록 기업에 대한 이미지는 좋지 않아진다.

우리 국민들 사이에는 재벌들은 ‘도둑놈’이라는 말을 흔히들 한다,

이유는 있다. 검찰과 법원을 들락거리는 데에는 무엇인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고, 이런 범죄를 통해 부를 축적했다는 의식이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일반인들보다 중죄를 지어도 이들은 경제 살리기라는 미명하에 각종 기념일에 특별사면으로 풀려나고 있다. 이것 또한 국민들 사이에서는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다.

이런 이미지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홍보관련 인력들이 동원된다. 물론 당연하다. 기업의 이미지가 좋지 않으면 국민들 사이에 외면을 받고 나아가서는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 도산에 이를 수도 있다는 가정도 해 본다.

문제는 총수에만 매달린다는 것이다. 기업 모든 정책을 총수가 좌지우지 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대물림’의 문제다.

만약 이런 대물림이 없다면 기업체의 홍보관련 직원들이 자사 총수 가림막을 위해 온 몸을 불사를지 의문이다. 주인의 바람막이를 하라고 앉혀놨더니 도대체 뭘했냐고 꾸중을 들을 것이다. 결국에는 자리보존도 어렵게 된다. 때문에 홍보직원들이 총수 가림막에 전력을 쏟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나라에서 전문경영인은 마치 ‘머슴’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오너의 방향에 어긋나면 어떤 방식으로든 바로 조치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북한의 문제점으로 세습을 꼽는다. 세습은 각종 폐단을 낳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재벌의 세습과 북한의 세습. 생각해볼만하다.

기업체 홍보 직원들은 자기가 몸담고 있는 회사의 발전을 위한 방향으로 홍보를 해야한다. 총수의 치부를 감춰주는 업무에서 해방이 돼야 한다.

 

담당업무 : 산업2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借刀殺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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