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安-朴연대]문재인은 왜 손학규 손을 안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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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安-朴연대]문재인은 왜 손학규 손을 안 잡나
  • 오지혜 기자
  • 승인 2015.11.20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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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실리없는 '정치적 자살행위'…손 고문과 친노계 간 오래된 악연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오지혜 기자)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손학규 전 상임고문 ⓒ 뉴시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지난 18일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를 제안했다. 이와 관련, 정계에서는 문 대표가 안철수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과 더불어 야권의 강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손학규 전 상임고문에게 손을 내밀지 않은 배경을 두고 말이 무성하다. 20대 총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문-안-박 연대’보다 ‘문-안-박-손 연대’가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문 대표가 정계은퇴를 선언한 원외인사까지 ‘꽃놀이패’로 쓰려한다는 비난 여론과 과거 친노(친노무현)계-손 전 고문 사이의 불화를 의식해 연대 제안을 하지 않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주류는 현재 ‘문-안-박 연대’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이 표면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반대 이유는 당원들이 선출한 현 지도부의 권한을 문 대표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는 것은 당헌·당규 위반이라는 것, 지방자치단체장인 박 시장이 총선에 뛰어들면 정부여당에서 선거법 위반을 거론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문-안-박 연대’로 문 대표가 리더십을 되찾으면서 차기 총선을 앞두고 비주류에게 불리한 당내 구도가 형성될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라는 게 정계의 중론이다. 또한, 비주류 일각에서는 문 대표가 자신의 대권플랜 달성을 위해 안 전 대표와 박 시장을 ‘꽃놀이패’처럼 다루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이 마당에 손 전 고문에게 연대를 제안한다는 것은 문 대표 입장에서 명분도 없고, 실리도 얻지 못하는 ‘정치적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정계은퇴를 선언한 원외인사까지 대권가도에 이용하려든다는 여론의 거센 비난과 직면할 공산이 크다.

더욱이 문 대표가 어렵사리 연대를 제안한다고 하더라도 손 전 고문이 응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손 전 고문은 강력한 대권 잠룡이다. 최근 기자와 만난 손 전 고문의 한 최측근은 "손학규는 대권만 보고 간다"고 말했다. 연대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경쟁자인 문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선택이다. 문 대표가 내민 손을 거절할 공선이 크다. 이렇게 되면 문 대표의 리더십은 또 한 번 큰 타격을 입는다.

이와 더불어, 노무현 정권 시절부터 이어진 손 고문과 친노(친노무현계) 간 ‘불편한 역사’ 때문에 문 대표가 손 전 고문에게 연대 제안을 하지 않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손 연대'를 막고 있는 게 친노계와 손 전 고문 사이의 불화라는 것이다.

20일 <시사오늘> 취재결과 손 전 고문은 친노계가 집권했던 지난 2006년 YS(김영삼 전 대통령) 친목회였던 '민주동지회'에 후원금 300만 원을 건넨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수사결과 무혐의임이 입증됐지만, 당시 정치권에서는 "참여정부가 손학규를 잡으려고 작정했다"는 말이 돌았다.

손 전 고문은 경기도지사를 역임했던 지난 2005년에도 오포 개발 비리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아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았다. 오포 개발 비리 사건은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아파트 인·허가를 둘러싸고 건설사와 브로커, 공무원 등이 금품 로비에 연루된 사건이다. 그러나 이 역시 검찰이 "연관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는 사과와 함께 정정 보도문을 내야 했다.

당시 손 전 고문이 소속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손 전 지사를 둘러싼 의혹이 사실무근임이 밝혀진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만일 청와대 실세 개입을 감추고 호도하기 위해 엉뚱하게 야당 유력 대선예비주자를 흠집 내려한 것이라면 정면대응하겠다“고 내세우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손 전 고문은 친노에 대한 강한 반감을 가진 모양이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요즘 신조어 중에 '경포대'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이란 뜻"이라면서 노무현 대통령을 꼬집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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