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이재오 같은 목표 다른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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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이재오 같은 목표 다른 행보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0.07.08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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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치화’ vs 이재오 ‘탈 정치화’
오는 7.14 한나라당 전당대회와 7.28 재보선을 앞두고 당내 최대 계파를 자랑하는 ‘친박계 수장’ 박근혜 전 대표와 ‘정권실세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정가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간 세종시 수정안으로 인해 정치권 수면 아래로 잠복해 있었던 박 전 대표는 정치적 행보를 강화하는 '정치화'에, 7.28 은평을 재선거에 출마한 이 전 위원장은 중앙정치 복귀 비판에 대한 부담으로 '탈정치'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

박 전 대표는 지난해 9.3 개각 이후 이명박 대통령-정운찬 총리-정몽준 전 대표의 삼각편대 속에 대권 주자로서 입지가 흔들렸지만 세종시 수정안 부결 이후 정치 보폭을 넓히면서 정가의 중심에 우뚝 섰다.

또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 홍사덕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의 만류에도 불구, 세종시 수정안을 두고 반대토론에 나서며 원칙주의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고 이후 트위터를 개설하는 등 소통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그러자 7.14 전당대회에 출마한 친박계 의원들은 너도나도 '박근혜 마케팅'을 이용, 박심(朴心) 구애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이성헌 의원은 지난달 28일 전대 출마를 선언하는 자리에서 "박근혜를 지키겠다"고 말했고 같은 날 전대출마를 선언한 한선교 의원 역시 지난 2006년 천막당사를 언급하며 박근혜 마케팅에 가세했다.

친박계 서병수 의원은 "나는 박 전 대표와 가깝다. 자주 만나서 정치 현안에 대해 논의한다"며 박 전 대표를 선거운동에 끌여 들었다.

급기야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포스트 정운찬'에 박근혜 총리설이 불거져 나왔고 왕의 남자 이재오 전 위원장 조차 "박 전 대표가 원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박근혜 총리론이 급부상하자 전대 경선 중인 한나라당 친이-친박의원들은 계파를 막론하고 박 전 대표를 언급하며 박근혜 마케팅을 활용하고 나섰다. 친이계와 중도파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화합'을, 친박계는 '박근혜 역할론'을 주장하면서.

지난 6일 대구 경북 비전발표회에서 MB복심 정두언 의원은 "현재 당직은 친박계를 안배했지만 정부요직에는 친이계가 다수"라고 지적한 뒤 "야당이나 다름없는 신세인 친박계를 정부요직에 참여시키고 친박계는 이에 응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중도소장파인 남경필 의원도 이날 "대표가 되면 이 대통령에게 이회창이 싫다고 DJ에게 정권을 넘긴 YS의 뒤를 따를 것인지 묻겠다"면서 "박 전 대표도 이번 재보선에서 서울 은평을에 출마한 이재오 후보를 도와야 한다"며 친이-친박간 화해를 주장했다.

친박계 이성헌 의원도 "박 전 대표는 정권 창출의 핵"이라면서 "핵을 내버려두고 딱총을 구하러 다닐 필요가 있느냐"면서 거듭 박 전 대표에게 구애의 손길을 뻗었다.

박 전 대표가 '정치화'를 추구하고 있는 반면, 이 전 위원장은 '탈정치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는 이 대통령이 집권초기 촛불정국을 거치면서 탈정치화 행보에 나섰던 것과 비슷한 행보다.

이 대통령은 정권의 국정사업마다 보수와 진보로 극명히 갈려 대립을 거듭하자 "국책사업 등을 정치논리로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탈정치화를 강조했다.

정치에 혐오증을 가진 국민들은 이를 반겼고 보수진영 역시 MB의 '탈정치화'로 친서민 중도실용 노선이 완성된다고 역설했다.

그래서였을까. 이 전 위원장은 7.28 은평을 재보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당의 도움 없이 혼자서 선거운동을 하겠다. 계파 수장이 되는 일도 없다. 낙후된 은평을 지역을 위해 일하겠다”라고 말하며 중앙정치에서 한 발 물러서 있겠다고 공언했다.

이 전 위원장의 이런 ‘탈정치화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까. 확률은 반반이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탈정치화를 통한 긍정적인 여론을 환기시켰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MB에게 충성하는 인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종시만 해도 이 대통령이 '국회와 국민의 뜻을 존중한다'며 탈정치행보를 보이자 청와대 인사들과 한나라당 친이계 인사들이 앞 다투어 친박계-야당과 싸우면서 세종시 수정안 논란이 여의도와 국회로 넘어왔고 이때부터 세종시는 친이 vs 친박, 야당의 결사항전이 됐다. MB는 탈여의도 정치라는 중도실용 노선의 이미지를 유지한 채.

현재 이 전 위원장에게 이런 핵심인사들이 있을까. 그의 측근들 대다수는 이미 지난 2008년 총선을 앞두고 당 공천에서 탈락해 당내 측근이 많지 않다는 게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한때 친박계의 좌장으로 불렸던 김무성 원내대표 혼자 이 전 위원장의 이 전 위원장의 재보선과 관련한 발언을 하면서 측면 지원을 하는 모습이다.

김 원내대표는  7일 서울시당에서 열린 서울시당위원장 취임식에서 "어제 내가 이 전 위원장에게 당 공천장을 수여하면서 '내가 당신에게 공천장을 줄 줄이야'"라고 말했다면서 "이게 바로 한나라당이 변해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 전 위원장의 당선을 위해 도와 달라"고 말했다.

어차피 정치인들의 속성은 권력 쟁취다. 박 전 대표나 이 전 위원장이 다른 행보를 하고 있지만 결국 목표는 단 하나. 자신이 대권을 잡거나 자신의 계파들이 정치권의 주류가 되기 위한 것임은 자명하다.

정치인 팬덤 현상을 주도하고 있는 박 전 대표와 '정권 실세인 왕의 남자’ 이 전 위원장 중 누가 먼저 정권재창출을 위한 행보에 발을 먼저 들여 놓을까.

결국 공은 국민에게 넘어갔다. 가깝게는 오는 7.28 재보선에서 MB정권 창출의 일등공신인 이 전 위원장이 화려한 원내 복귀가 이뤄질 수 있을지, 아니면 그는 실패하고 박 전 대표가 MB정권 후반기 정가를 장악하면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망론’이 펼쳐지게 될지 정가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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