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무급휴직제, 실효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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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무급휴직제, 실효성 논란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4.26 1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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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이하 무급휴직 공석은 직무대행·업무분담으로 메워야...탁상 행정 지적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정부세종청사 ⓒ 뉴시스

“우리처럼 한 달 벌어서 집세 내고 먹고 살고 하면 남는 거 없는 사람들이 무급으로 1년씩 쉬는 게 말이 되나요. 진짜 쓸데없는 정책이지. 괜히 공무원들 욕만 더 먹게 생겼네요.”

“집에 돈 많은 사람들은 좋겠네요. 없는 사람들 박탈감 생기게 하는 정책 아닙니까?”

“말도 안 되는 정책이에요. 당장 육아휴직만 해도 쓰는 사람 있으면 사무실 직원들이 피해 다 봅니다. 어쩔 수 없는 거 알아도 싫어해요. 인원 보충을 안 해줘서 남은 인원들 업무만 늘어나니까. 저거 쓰는 사람 생기면 어떻게 할 건지 대책은 만들고 시행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정부는 지난 25일 5년 이상 재직한 공무원을 대상으로 직무 관련 연구과제나 학습 등을 위한 무급휴직 제도 시행을 추진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인사혁신처는 무급휴직제가 시행되면 다양한 자기계발을 통해 공무원의 역량을 제고하고 공직 내 학습문화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현장 분위기는 ‘기대’보다는 ‘걱정’에 가깝다. 26일 기자와 만난 한 공무원은 “어차피 우리와는 관계없는 이야기”라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괜히 공무원 욕 먹이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생계를 책임지는 일반적인 공무원이 무급휴직을 신청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운 만큼, 현실적으로 활용하기는 어려우면서 공무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만 강화시키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그의 우려대로, 시민들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거리에서 만난 30대 초반 회사원은 “요즘 세상에 공무원보다 좋은 직장이 어디 있다고 계속 공무원 대우만 업그레이드하는지 모르겠다”며 “공무원을 위한 나라 같다”고 말했다. 한 20대 여성은 “요즘 뉴스를 보면 나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어야 됐나 싶다”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다른 공무원은 “박탈감 생기게 하는 정책”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휴가가 있어도 돈이 없어서 못 가는 게 현실인데,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동료가 저거(무급휴직제) 써서 1년씩 놀고 오는 거 보면 박탈감이 안 생길 수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책을 촉구하는 공무원도 있었다. 그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공무원이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아도, 사실 일손이 엄청 부족해요. 무급으로 쉴 사람도 많지 않겠지만, 누가 쉬기라도 하면 대책이 있는지 모르겠네요”라며 대책 없는 정책 발표를 비판했다.

실제로 인사혁신처에 문의한 결과, 6개월 이상 무급휴직을 신청하는 경우에만 계약직을 채용해 공석을 메우고, 6개월 이하 무급휴직의 경우에는 내부에서 직무를 대행하거나 업무를 나눠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에 따라 최장 6개월 동안 동료 공무원들이 빈자리를 메워야 하는 셈이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지방 국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직을 시작으로 근로자들의 복지가 개선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공무원 조직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시각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공무원들에게 도움이 되면서도 국민들이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 정책을 내놨어야 하지 않나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책은 일반 직장인들에게 박탈감을 주면서 실효성은 떨어지는 전형적인 탁상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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