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빨래>, 사회적 약자 위한 작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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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빨래>, 사회적 약자 위한 작은 위로
  • 서지연 기자
  • 승인 2016.05.29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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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의 따뜻한 관심으로 제2, 제3의 사회적약자 피해자 없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서지연 기자)

▲ 뮤지컬 빨래 포스터ⓒ뮤지컬 빨래

“난 빨래를 하면서 얼룩 같은 어제를 지우고/ 먼지 같은 오늘을 털어내고/ 주름진 내일을 다려요/ 잘 다려진 내일을 걸치고/ 오늘을 살아요.”

빨래는 우리가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묻혀야만 했던 더러운 얼룩을 지워내는 일이다. 빨래가 끝나면 옷들은 잠시 축 늘어져 있지만, 볕 좋은 날을 만나면 이내 다시 서걱거리는 새 옷으로 변신을 한다. 빨래를 하고 나면 덩달아 더럽히고 구겨졌던 마음이 깨끗해지는 기분이다.

뮤지컬 <빨래>는 지난 2005년 4월14일 국립극장에서 관객에게 선보인 이래 현재까지 2000회가 넘는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대본의 한 대목이 실리기도 했다.

작품 배경은 서울의 한 달동네다. 이곳에는 서울의 한 서점에 취직해 고달픈 일상 중에도 꿈을 잃지 않고 사는 강원도 처녀 서나영, 자신과 동생의 학비를 벌기 위해 한국에 왔지만 임금 체불 등 여러 부당한 대우에 시달리는 몽골 청년 솔롱고가 있다. 우연히 만난 둘은 서로의 아픈 처지를 보듬어 주는 사이가 된다.

이밖에도 장애인 딸을 키우는 주인할매와 일찌감치 과부가 된 희정엄마, 필리핀에서 일하러 왔다가 손을 다친 마이클이 등장한다.

기자는 뮤지컬 <빨래>를 보며 최근 서울 강남역 살인사건과 부산의 묻지마 폭행사건이 오버랩됐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피해자가 모두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로 발생한 사건들이다. 여자라서, 외국인노동자라서, 장애우 가족이라서, 과부라서 억압받고 차별받는 얘기인 뮤지컬 <빨래>와 비슷한 양상인 것.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이후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여성혐오 현상의 뒤에는 더욱 광범위한 사회적 소수자·약자에 대한 혐오가 자리 잡고 있다. 여성뿐만 아니라 이주노동자, 장애인, 성소수자 등을 겨냥해 적대감을 표출하는 수위도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 막연한 피해 의식과 이에 따른 왜곡된 분노에서 비롯된 범죄가 대부분이다.

뮤지컬 <빨래>는 이들의 삶의 애환 속에서 인간애가 주는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넘어진 주인공들이 희망을 품고 일어서기까지에는 옆에서 응원해주고 공감해주는 ‘이웃’의 역할이 컸다. 이들은 사회에서 억압받고 핍박받아 움츠러든 삶을 살고 있지만 주변 이웃들의 힘을 받아 다시 일어선다.

사회적 약자가 두려움에 떨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도 범죄인에 대한 강력한 처벌만이 우선이 아닌, 뮤지컬 <빨래>의 주인공들처럼 주변인들과 이웃의 지속적인 관심으로 이겨내 제2, 제3의 사회적약자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담당업무 : 은행, 보험, 저축은행 등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Carpe Diem & Memento M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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