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불면증에 시달렸던 ‘황소‘의 이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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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불면증에 시달렸던 ‘황소‘의 이중섭
  • 박종운 공덕한의원장
  • 승인 2016.06.2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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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운의 한방 인문학 (7)>복부만 제대로 검진해도 불면증 원인 잡아낼 수 있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종운 인천 공덕한의원장)

올해로 탄생 100년을 맞는 화가 이중섭의 대표 작품 ‘황소’는 우리 민족을 상징한다. 사람과 가장 친숙한 동물인 황소를 통해 민족의 기상과 영욕을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황소’를 보면 눈망울이 처량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기개를 느낄 수 있다. 얼마 전 미술품 경매에서 35억 6천만원에 낙찰돼 주목을 받았다.

이중섭은 서양회화 기초 위에 동양의 미학을 실현시켰다. 서예와 같은 일필휘지의 필력이 유화의 붓 자국에 드러난다. 분청사기와 같은 겹쳐진 재료의 은은한 효과가 작품의 표면에 묻어나온다. 순수한 어린이와 같은 장난스러운 ‘해학’이 있는가 하면, 자유롭고 유려한 선조(線彫)의 아름다움에서 일종의 격조가 풍겨 나온다.

이중섭의 개인전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고 있다. 산발적으로 보존되고 있는 그의 원작을 한 자리에 모았다. 대중들이 감상하고 연구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경제적으로 궁핍했던 그는 절망과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고단한 말년을 서울시 성북구 정릉에서 보냈다.

이중섭은 일본인 야마모토 마사코와 결혼했으나 한국전쟁 후 가족과 이별하는 아픔을 겪었다. 40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통영과 진주, 서울, 대구, 왜관 등지를 전전하며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는 말년에 불면증을 동반한 정신적인 질환에 시달렸다. 무연고자로 쓸쓸히 길지 않은 일생을 마감했다.

필자는 가끔 ‘국민화가’ 이중섭을 생각할 때마다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미술계 거장이자 우리 문화유산과 다름없는 그가 요절했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 더욱이 불면증에 시달릴 때 제대로 된 처방과 진료를 받았으면 하는 점이다. 고단한 삶을 마감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번민의 밤을 지새웠을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필자는 30년 넘는 진료 경험을 바탕으로 복진(腹診)과 망진 등 정통 한의학적 진단법을 통해 환자의 질환 원인을 파악한다. 복진은 인체의 전반적인 현상을 간파하는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진단법이다. 복부는 인체의 가늠자다. 복부에 나타나는 현상을 처방으로 연결하면 효과적이다. 복부만 제대로 검진해도 불면증 원인을 잡아낼 수 있다.

최근에는 첨단 기계나 고가의 의료장비가 많아져 데이터를 쉽게 분석하고 저장한다. 진료가 과거보다 더 수월해졌지만 기계나 장비의 의존도가 더 커졌다. 그러나 복진이나 진맥보다 정확도는 떨어진다. 불면증의 정확한 원인과 처방을 받기 위해서는 한의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이중섭 개인전이 눈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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