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5당, ‘한미FTA 비준 거부’…정국 급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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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5당, ‘한미FTA 비준 거부’…정국 급랭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0.11.10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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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야권 “퍼주기식 협상이자 굴욕적 협상” 주장
한미 양국이 기존의 한미 FTA의 협정문을 수정하지 않고 미국이 요구하는 자동차 분야의 추가 협정문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한미 FTA 재협상에 합의한 가운데 이를 두고 민주당 등 야5당이 ‘굴욕적 협상’이라고 반발, 한미 FTA를 둘러싸고 정국이 급속도로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미국 측 론 커크 美 무역대표부(USTR)대표는 어제(9일) 오전 11부터 이틀째 통상장관회의를 열고 한미 FTA 쟁점현안인 자동차 배기가스 등 환경기준 완화를 우리 측이 수용하고 미국은 자국 쇠고기 수입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선에서 협상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각 민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창조한국당·국민참여당 등 야5당 대표는 10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야5당 대표회담을 갖고 한미 FTA에 대한 국회 비준을 거부하기로 합의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정부는 재협상이나 추가협상이란 용어를 피하고 있지만 재협상은 재협상이고 굴욕적 재협상”이라며 “이번 협상에서 자동차는 양보하되 쇠고기는 양보하지 않았다면서 마치 빅딜인 것처럼 선전하는 건 가증스런 사기극에 지나지 않는다”고 MB정부를 힐난했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도 한미 FTA와 관련, “한미 FTA는 양보를 위한 내주기 협상에 불과하다. 이명박 정부의 통상독재로 점철된 이번 밀실 추가 양보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국회 등에서 공개적인 토론이 아닌 밀실에서 추가협상 한,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국민무시 협상”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 10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한미FTA 대응관련 야5당 대표 조찬회동'에서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이번 협상안을 보면 미국의 국익은 있고 우리의 국익은 없는 것 같다. 독소조항과 불평등한 협정내용으로 인해 한미 FTA 자체를 폐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금보다 더 후퇴한 내용을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독소조항을 폐기하는 조건으로 전면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는 “이명박 정권은 미국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들어두고 국익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국민과 모든 야당, 시민단체 등의 공동 투쟁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공성경 창조한국당 대표도 “이명박 정부는 G20정상회의에 맞춰 한미 FTA에 대한 재협상을 밀실에서 진행했다”며 “지금까지의 협상과정을 보면 한미 FTA는 미국을 위한 자유무역협정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성토했다.

야5당 대표 회담 이후 차영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여러 가지 논의사항이 있었지만 한미 FTA 관련 협상내용에 대해 지금 밝혀진 내용으로도 야5당은 비준할 수 없다는 비준불가 입장에 합의했다”며 “정부의 공식발표 이후 야5당은 공동의 실천적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고흥길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한미 FTA와 관련, “크게 보면 한미 FTA가 조속히 양국에서 비준되는 게 양국 간 이익을 위해 중요한 거 아니냐”며 “조그만 것을 줬다, 받았다, 이익이다, 손해다 등 이런 차원보다 한미 FTA를 조금 더 광의에서 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한미 FTA가 G20의 보상용’이라는 야당의 비판에 대해 “야당이 노상하는 얘기라 그렇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우리 정부가 굴욕적인 교섭을 하고 마무리 짓고 이런 단계는 지났다”고 말했다.

한편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야5당 회담에 참여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자유선진당은 원칙과 정도의 경우 어떤 정당과도 언제든지 함께 할 수 있다. 최근 있었던 검찰의 무리한 수사, 국회유린 등에는 민노당, 진보신당과 함께 했다”며 “하지만 한미FTA는 조금 다르다. 어떤 정당은 한미 FTA뿐 아니라 FTA자체를 반대하고 있고 민주당은 당의 일관된 목소리로 모아지지 않고 있어 함께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MB정부는 첫 번째 회담부터 어디서 하는지, 어떤 내용으로 하는지 국민들에게 알려주지도 않고 아무도 알지 못한 상태였다”며 “이명박 정부는 양보가 아닌 조정이란 단어를 쓰면서 말장난을 하고 있다. 한미 FTA는 우리 국익과 한미 양국관계를 저해할 뿐”이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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