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기 다른 관상을 통해 그들의 운명을 내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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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관상을 통해 그들의 운명을 내다보다
  • 박세욱 기자
  • 승인 2009.08.21 1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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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대 인물부터 서양인까지,
정치인, 연예인부터 현상수배범까지...
이 세상에 사람의 생김새만큼 다양하고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또 있을까? 진지한 사회 참여적 성격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굵직굵직한 작품들을 통해 만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준 우리 시대 대표 작가 허영만 화백이 만화 인생 30여 년 동안 천착했던 사람의 얼굴, 사람의 이야기를 관상과 함께 풀어놓은 책 ‘꼴’이 출간됐다.
 

5권의 제목은 ‘뒤통수에도 꼴이 있다’이다. 5권에서는 관상의 기본이 되는, 얼굴 안의 오악(이마, 턱, 양쪽 광대, 코)과 사독(눈, 코, 입, 귀)을 뛰어넘어 몸 전체로 확장된 ‘꼴법’을 알려준다. ‘손가락이 뭉뚝하면서 굵고 짧으면 짠돌이다’ ‘횡포, 즉 옆으로 퍼지면 사납다’ ‘점과 사마귀는 안 보이는 곳에 있어야 제 역할을 한다’ ‘뒤통수에 품(品)자 형으로 세 군데 뼈가 튀어나와 있으면 격이 높다’ 등 몸 구석구석의 형상 또한 관상의 영역에 속함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말의 온화함, 앉은 자세, 기(氣)의 유무, 색의 미묘한 차이 등으로 상을 볼 수도 있다. 관상은 얼굴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뒤통수로도, 발바닥으로도 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허영만의 꼴>을 읽다보면 관상과 관련된 일상용어를 자주 발견하게 되는데, 이 또한 책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예를 들면, ‘횡포’는 가로 횡(橫), 사나울 포(暴)자를 쓰는데, 이 말의 사전적 의미는 ‘제멋대로 굴며 몹시 난폭함’이다. 즉 옆으로 퍼진 사람은 사납다는 것을 그 말 자체로써 알 수 있다.
 
‘노골’이라는 말은 드러날 로(露), 뼈 골(骨)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사전에서는 ‘숨김없이 모두 있는 그대로 드러냄’이라 하고 있다. 즉 뼈가 살 속에 파묻혀 있지 않고 겉으로 유난히 드러난 사람은 매사에 자신을 숨기지 않는 ‘노골적’인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이처럼 관상은 이미 우리 생활에 밀착돼 있는 생활학문이다.
 
작가 허영만 화백. 그는 대한민국 국민 수보다 더 많은 만화 인물을 그려낼 만큼 평생을 만화 그리는 것 외에는 딴 데로 눈 돌려본 적이 없다. 허영만 만화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가 현장성인 만큼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대부분 실존 인물인 경우가 많다. 그만큼 사람의 얼굴, 사람의 이야기는 허영만 화백 인생의 화두이며, 밑천이기도 하다. 그 인물들의 얼굴을 지면에 다시 살려내면서 작가는 어느 때부터인가 고민에 빠지게 된다.
 
30여 년 마음에 가장 큰 의문으로 남았던 사람의 얼굴과 인생에 작가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람의 생김새와 운명에 대해 다루는 관상은 그래서 작가에게 더없이 흥미롭고, 탐구해볼 만한 분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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