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은, 아시아 최초 PGA챔피언십 우승 ‘쾌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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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은, 아시아 최초 PGA챔피언십 우승 ‘쾌거’
  • 김진수 기자
  • 승인 2009.08.21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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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이에서 세계 챔피언으로 등극, 최고의 인생역전 드라마
 
'호랑이 사냥꾼’ 양용은 선수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양용은(37·테일러메이드)의 인기는 국내는 물론 세계 골프계에서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전 세계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토록 전 세계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이유는 거의 무명에 가까운 양용은이 골프의 황제 ‘타이거 우즈’를 꺾고 우승컵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국내 언론은 그의 우승소식을 연신 보도했고, 해외언론 또한 양용은의 우승에 “그는 한국의 새로운 스포츠 영웅”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 골프가 세계무대에선 약채로 평가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우승으로 한국 골프의 위상을 다시 한번 떨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물론 아시아 최초의 PGA 챔피언십 우승이기에 보다 큰 의미를 가지게 됐다.
 

 
‘양용은 우승’ PGA 역사 다시 쓰다

지난 17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채스카 헤이즐틴 골프장에서 계속된 PGA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서 타이거 우즈와 함께 챔피언 조에서 경기를 시작한 양용은은 2번 홀(파4)서 버디를 시도했지만 아쉽게 볼이 홀컵 앞에서 휘어져 나가 기회를 놓쳤다.
 
하지만 그는 3번 홀(파5)서 안정된 드라이버 샷을 선보이며 버디를 잡고 7언더파 단독 2위로 올라섰다. 8번 홀. 타이거 우즈가 보기를 범해 공동 선두로 올라서는 행운을 얻었다. 이어 13번 홀(파3)까지 파 세이브를 이어간 양용은은 14번 홀(파4)서 우승 기회를 잡았다.
 
마침내 14번 홀(파4)에서 이글을 낚아내면서 타이거 우즈를 제치고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그린 밖에서 칩샷을 시도한 것이 홀컵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17번 홀(파3)서 양용은은 파 퍼팅이 실패하며 타이거 우즈와의 두 타 차로 벌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마지막 18번 홀(파4)서 서드 샷을 홀 컵 가까이 붙인 뒤 버디를 성공시키며 승리로 경기를 마무리 지였다.
 
양용은의 경기는 매 홀마다 긴장을 끈을 놓칠 수 없었다. 마치 한편의 드라마와 같았다. 누구보다 가슴 졸이며 지켜본 이들은 양용은의 가족들이었다. 양용은의 경기를 관전하다 양 선수가 14번 홀에서 이글을 잡고 역전을 하자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새벽부터 일어나 경기를 지켜보며 환희의 순간을 함께한 양용은의 아버지 양한준(64.남원읍 남원리)씨는 “용은이에게 정말 고맙고, 자랑스럽고, 고생했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 앞으로 승승장구해서 더욱 훌륭한 선수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어머니 고희순(63)씨는 “용은이가 경기할 때 가족 모두가 많은 신경을 쓴다. 아버지는 수염도 깍지 않을 정도”라며 “원래부터 아주 부지런하고 열심히 하는 아이였다. 잔치라도 해야 겠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또한 이웃주민은 “부전자전이라고 해서 아버지가 뚝심이 강하고 열심히 일하는 것을 보면 양 선수도 그렇게 열심히 운동연습 하지 않았나 싶다"며 양 선수의 우승을 축하했다.
양용은은 고향 이웃주민의 말처럼 뚝심이 강하고 한마디로 열심히 하는 노력파다. 양용은의 별명은 ‘야생마’ ‘잡초’ 등으로 불린다. 그러나 이제는 ‘타이거 잡는 바람의 아들’로 불러야 할 것 같다.
 
1972년 제주에서 태어난 양용은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생활비를 벌고자 친구 소개로 제주시의 한 골프 연습장에서 아르바이트로 공 줍는 일을 하며 골프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골프장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굴착기를 배우라는 아버지의 성화에 건설사에 들어갔지만 사고로 한쪽 무릎을 다치는 바람에 2개월간 병원 신세를 지다 보충역으로 군에 입대했다.
 
1991년 제대한 그는 제주시 오라골프장 연습장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프로 선수들의 동작을 눈으로 익히며 본격적으로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당시 양용은은 조명시설도 갖춰지지 않은 연습장에서 밤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라이트를 끌어다 놓고 연습한 뒤 낮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고단한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버지 양 씨는 “골프는 돈 있는 부자들이나 하는 운동이다. 농사나 같이 짓자”며 골프를 말렸지만 양용은은 하우스용 파이프를 골프채 삼아 몰래 연습을 하곤 했다.    1996년 프로테스트에서 탈락했으나 결원이 생겨 추가 모집에 합격하는 행운을 누렸고, 1997년 투어에 참가할 60명 선발전에서는 60등으로 턱걸이 합격했다.
 
1999년 신인왕을 했으나 상금액이 1800만원에 불과, 셋방살이를 전전했다. 이 때문에 생활이 안돼는 투어프로를 잡시 접고 레슨 프로를 하기도 했다.
 
2002년 SBS 최강전에서는 연장끝에 극적인 이글로 박노석과 최상호를 따돌리고 첫 우승을 차지했고, 2004년 일본에 진출한 뒤 4승을 거뒀다. 2006년 아들 돌잔치를 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가 그때 열린 코오롱-하나은행 한국오픈에 출전해 우승하면서 유러피언골프(EPGA) 투어HSBC 챔피언스 출전권을 따냈다.
 

 
볼보이에서 세계 챔피언으로...

그해 11월 이 대회에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7연승을 저지하고 깜짝 우승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때 ‘타이거를 잡는 야생마’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PGA투어의 문을 두드렸다. 양용은은 2007년 '2전3기' 끝에 PGA 퀄리파잉 스쿨을 통과했지만 성적 부진으로 2008년 예선으로 밀려난 끝에 2009년에야 다시 출전자격을 획득했다.
 
퀄리파잉스쿨 성적이 좋지 않아 대기 선수로 있다가 출전 기회를 얻은 양용은은 지난 3월 열린 PGA투어 혼다클래식을 제패하며 2006년 HSBC 챔피언스 정상에 오른 이후 28개월 만에 다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후 15개 대회만에 PGA챔피언십에서 황제 우즈와 맞대결을 펼친 끝에 운이 아니라 실력으로 보란듯이 정상에 올랐다. 쾌거 그 자체였다. 외신들은 양용은의 PGA 챔피언십 우승에 적잖이 놀란 눈치다. 그것도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와의 메이저대회에서 뒤지다 마지막 라운드에 역전승 이뤄냈기에 더욱 그러했다.
 
미국 프로골프 투어 통산 1승이 고작이었던 무명에 가까운 선수가 PGA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자 해외언론들은 “양용은, 호랑이(타이거 우즈) 길들이다” “메이저 골프대회 최고의 이변” 등 양 선수의 우승 소식을 톱기사로 다뤘다.
 
LA타임즈는 양용은의 우승에 대해 “우즈와 골프팬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며 우승소식을 상세히 보도했다. 또한 LA타임즈는 “세계 110위에 미 PGA 우승경력이 한 번 밖에 없는 골퍼가 우즈를 이겼다”고 전하며 “사실 그는 2006년 유럽프로골프(EPGA) 투어에서도 타이거 우즈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경력이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즈 역시 ‘양용은이 타이거 우즈에게 충격을 선사했다’는 제목 아래 양용은의 우승 장면을 메인화면에 올렸다. 뉴욕타임즈는 “양용은은 메이저대회 최종라운드에서 타이거우즈를 상대로 역전을 거둔 최초의 골퍼”라며 “이번 우승으로 그는 한국인 최초 PGA메이저대회 우승자뿐만 아니라 스포츠 역사상 가장 큰 이변 중 하나의 주인공이 됐다”고 전했다.
 
또한 뉴욕포스트도 양용은의 극적인 역전승을 보도하며 “우즈는 지난 9년간 모든 대회를 통틀어 두 타 이상 앞선 채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했을 때 단 한번도 패배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이 37세의 한국인 골퍼는 모든 관객들이 우즈에게 기대하던 샷을 날렸다”며 놀라움을 전했다.
 
AP통신은 기사 첫머리에 "메이저 골프대회 최고의 이변"이라고 표현한 뒤 "PGA 챔피언십에서 그의 매력적 플레이는 위기 때마다 터져나오곤 하는 우즈의 클러치샷보다 더 인상적이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해외언론들은 양용은의 우승을 이변이라고 표현하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 또한 그랬듯이 현지 갤러리들도 양용은의 우승이 눈앞에서 일어났지만 그들도 믿지 못했다.  양 선수는 무거운 골프백을 머리 위로 들어올리며 승리를 만끽했고, 갤러리들에게 예의를 표하기 위해 천천히 다리를 건너는 등의 제스처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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