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 주재 한국 외교관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한국 내 고급정보를 빼낸 상하이 女 ‘덩신밍(鄧新明·33)’의 정체가 당초 불륜녀→브로커→스파이로 굳혀져가는 양상이다.
덩 씨가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의 방에서 직접 기밀을 빼낸 정황이 포착돼 당초 이권사업을 노린 브로커에서 국가기밀을 노린 간첩 사건으로 궤도 수정됐다. 또 중국 언론 중 <환구시보>만이 이번 사건을 보도한 채 다른 언론 등은 침묵, 중국 측이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일단 이 부분에서 김 전 총영사가 주장한 ‘부총영사 J씨’가 주도한 정보당국의 음해설은 설득력을 잃는다. 덩 씨가 정권실세들의 정보를 캐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접근, 김 전 총영사와 사진을 찍은 뒤 2시간도 채 안 돼 이 같은 일은 벌였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 덩 씨는 외교부 사이트 내부 인트라넷의 패스워드와 아이디까지 빼내 자유롭게 접속 열람했다. 결국 고급정보를 위해 외교관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전방위적인 정보를 수집한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덩 씨는 중국 실세들의 인맥을 앞세워 2008년 국군포로 및 탈북자 11명의 동시송환, 만사형통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위정성(兪正聲) 당서기(부총리급) 면담 등도 주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덩 씨가 지난 1월 중국 공안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은 사실도 밝혀졌다. ‘중국 스파이’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경우 김 전 총영사가 덩 씨의 간첩활동을 몰랐는지, 알고도 묵인했는지가 또 다른 핵심이 될 전망이다. 결국 김 전 총영사가 덩 씨의 첩보활동을 방조했다면 ‘공무상 비밀누설죄’ 혹은 ‘외교상 기밀누설죄’가 적용됨은 물론, 한중 간 외교마찰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 반론도 존재한다. 구성찬 한나라당 의원은 10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스파이 사건으로 보기엔 너무 허술하다. 이번 사건을 자세히 보면 비자대행업체 선정 문제를 놓고 비자 브로커에게 놀아난 외교관들의 한심한 애정행각”이라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