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의 사찰-화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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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의 사찰-화계사
  • 박지순 기자
  • 승인 2009.08.24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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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선원은 한국 불교 세계에 알리는 곳
도시의 소란 피해 고요 속으로 피할 수 있는 명 사찰

화계사가 세간에 널리 알려지는 데는 숭산 큰스님의 공로가 절대적이었다. 지난 2004년 입적한 숭산 큰스님은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서양 불교계에서는 ‘세계 4대 생불’(살아 있는 부처)로 추앙되던 인물이다. 그는 화계사에 국제선원을 운영하며 외국인 스님들을 다수 배출했다.

그 중에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킨 이는 단연 하버드대 출신 현각스님이다. 현각스님이 쓴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숭산 큰스님과 화계사, 국세선원이 세인들에게 회자됐다. 기자도 군 복무 중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를 읽으면서 한 번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화계사와 숭산 큰스님이 어떤 분일까 머릿속에 상상하곤 했다.

화계사 국제선원이 한국불교 세계화에 끼친 영향은 일반인이 알고 있는 것 이상이다. 숭산 큰스님 생존시에 세계 도처에 120여 개의 선원이 세워졌고 국내에는 화계사 국제선원 본원을 위시로 계룡산 무상사와 영주 현정사에도 벽안의 스님들이 한국불교를 배워 본국으로 돌아가 전파하거나 국내에 남아 수도 정진을 계속하고 있다.
 


숭산 큰스님은 득도한 생불로서 추앙되며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내기도 했지만 타락한 현실에 쓴 소리로 참여한 행동가이기도 했다. 미국에 체류 중이던 지난 1982년 전두환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이 세상에 세 끝이 제일 무섭습니다. 그것은 칼끝이요, 혀끝이요, 붓끝이올시다. 그러므로 칼끝에 굴복하지 말고, 혀끝에 놀아나지 말고, 붓끝에 속지 아니하여야 합니다. 대통령께서도 칼끝과 총끝으로 혁명을 하였지요. 그 다음은 그것을 잘 써야 합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뿐 아니라 “대통령이시여, 당신은 ‘나’를 아시오? 무엇이오? 말해 보세요. 모르지요? 자기도 모르면서 어떻게 나라를 다스리겠는가 말입니까. 나 자신을 모르면 어떻게 나라 일을 알아 올바로 정치 할 수 있습니까?”라고 서슬 퍼런 독재자를 무시하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 편지는 당시 안기부(현 국가정보원)에 전달됐고 숭산 큰스님은 입국하는 공항에서 안기부 요원들에게 제자들과 함께 체포당해 곧바로 남산청사로 연행돼 고문을 당하는 고초를 겪었다.

숭산 큰스님의 구도정신이 살아 숨쉬는 화계사를 찾아가보면 바쁘고 소란스럽기만 한 서울 도심에 이처럼 고요하고 한적한 곳이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대중교통과 승용차 모두 이용이 편리한 편이다. 승용차를 타고 오면 일주문을 통과해 화계사의 웅장한 대적광전이 보이는 마당까지 올라갈 수 있다.
 
주차장은 포장을 하지 않아 자연의 흙 그대로이며 삼각산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귀에 선명하게 들린다. 일주문은 전국의 어느 명사찰에 뒤지지 않을 만큼 웅장하고 양 기둥을 떠받치고 있는 돌 해태상의 위용은 화계사에 무게감을 더해준다.
 
▲ 현각스님이 쓴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로 화계사는 대중에게 알려졌다.     © 시사오늘


화계사 경내로 들어서기 전 화계사가 여느 절과는 다른 곳임을 보여주는 간판이 하나 있다. ‘화계사 신도회’라고 적힌 간판이다. 화계사 규모의 절이라면 신도회가 있는 건 당연하겠지만 신도회 간판을 따로 걸고 있는 곳은 거의 본 기억이 없다.
 
화계사 건물 배치는 전체적으로 넓지 않은 공간에 대적광전을 중심으로 대웅전, 삼성각, 명부전, 보화루, 범종각 등의 건물이 아담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대적광전은 사찰 종무소와 식당, 주방까지 갖춘, 위압감마저 들게 하는 초대형 건물이지만 다른 건물들은 규모가 작다. 범종각은 도심의 사찰로서는 꽤 우람한 모습을 자랑한다.

기자가 화계사를 찾은 날은 ‘수요 참선 정진’에 산사의 자리가 좁을 정도로 많은 신도들이 참여하고 있었다. 신도들은 진지하게 공책에 필기를 해가며 강사 스님의 강의를 듣고 있었다. “배우지 못한 것이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를 바꾸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라는 강사 스님의 법문에 법당 안은 적막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피아노와 목탁 소리에 맞춰 찬불가를 부르는 신도들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산문을 나서며 서로 인사를 나누는 밝은 모습에서는 스님의 가르침으로 변화된 자아가 느껴졌다.

화계사처럼 불교 정신에 투철하면서 활력이 넘치는 곳도 드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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