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분당행, 유시민 ‘반색’-박근혜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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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분당행, 유시민 ‘반색’-박근혜 ‘글쎄’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1.03.3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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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분당 출마하자 유시민 ‘단일화’ 압박…박근혜 책임론 덜어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4월 분당을 보궐선거에 출마하자 정치권이 들끓고 있다. ‘손학규 차출론’을 제기했던 문학진 의원은 “당을 위한 충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높이 평가한 반면, 배은희 한나라당 대변인은 “철새 정치인”이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가했다. 그만큼 손 대표의 분당행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도중 탈당했던 손 대표는 이후 같은 해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후보 경선, 2008년 18대 총선 등 연이은 패배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구원투수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오는 4·27 재보선에서 또다시 패배할 경우 사실상 ‘고평가 저량주’라는 낙인이 찍힌다는 점에서 그의 출마는 정치인생 최대의 승부수인 셈이다. 

손학규계인 신학용 의원이 “분당은 사지”라며 손 대표 차출론을 손학규 흔들기로 규정한 이후 몸 사리고 있다는 비판이 봇물처럼 터지자 손 대표는 즉각 ‘선당후사(先黨後私)’를 내세우며 출마 명분을 만들었다. 외부인사 영입이 어려운 마당에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한나라당 텃밭에 출마하며 지더라도 “할 만큼은 했다”라는 일종의 명분을 챙기겠다는 것이다.

당초 오는 4월 재보선의 관전 포인트는 분당이 아닌 경남 김해였다. 한나라당은 리틀MB인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야당은 단일후보를 놓고 손학규 vs 유시민의 구도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후보로 밀었던 김경수 노무현재단 사무국장이 친노의 분열을 우려하며 전격적인 불출마를 선언하자 언론의 관심은 이봉수 후보의 단일화를 외친 유시민 대표에게 쏠렸다.

▲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지난 22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을 방문한 유시민 국민참여당 신임대표와 이야기 나누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손 대표가 분당을에 출마하면서 경남 김해의 야권단일화는 자연스럽게 국민참여당으로 쏠리는 분위기다. 유 대표 역시 30일 MBN <뉴스 M>에 출연, “다음 달 10일까지 김해을 후보 단일화를 마무리 짓겠다. 민주당은 100% 확실히 이기는 경선을 하겠다는 욕망에 사로잡혀있다. 손 대표의 (분당을) 출마 결단도 빛이 바래지 않나 걱정된다”며 먼저 승부수를 던졌다.

동시에 유 대표는 “손 대표의 출마가 빛을 내고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의무감을 가지고 있다”며 당력을 손 대표에게 모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분당을과 강원은 민주당으로, 경남 김해는 국민참여당으로 단일화 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때문에 유 대표에게 4월 김해 재보선은 ‘야권협상력’과 ‘유시민의 표 확장성’을 동시에 평가받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만일 이봉수 야권단일후보 선정→경남 김해 승리로 이어질 경우 유 대표의 대권 가도는 파란불, 그 반대면 사실상 치명타가 불가피하다. 소수당의 한계론이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한편 선거의 여왕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향후 행보도 관심거리다. 손 대표의 분당을 출마 전까지 만해도 민주당은 ‘손학규-최문순-이광재’로 이어지는 삼각편대로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를 꺾는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손 대표의 차출로 인해 ‘최문순-이광재’ vs ‘엄기영-박근혜’의 대결로 굳혀졌다. 결국 ‘박근혜 바람이냐, 이광재 동정론이냐’로 선택의 폭이 좁혀진 셈이다.

박 전 대표는 31일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대해 “신공항은 추진돼야 한다. 국민과의 약속을 어겨 유감”이라며 MB와 대립각을 세웠다. 결국 MB와의 차별화 전략을 세운 박 전 대표가 강원지사 선거를 승리로 이끌 경우 그의 입지는 한층 넓어질 뿐 아니라 역시 ‘선거는 박근혜’라는 인식이 정치권과 유권자들의 뇌리에 박힐 수밖에 없다.

그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 상처는 입겠지만 ‘박근혜 책임론’이 불거질 공산이 거의 없다. 박 전 대표가 강원지사 보궐선거를 진두지휘한 것도, 당 지도부도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안상수 체제’가 직격탄을 맞게 된다. 이 경우 2012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박근혜 대안론’이 급부상하며 친이계의 균열조짐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손 대표의 분당행이 유 대표와 박 전 대표 모두에게 일정공간의 활로를 열어준 셈이다.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되고 누가 쓰라린 패장이 될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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