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칼럼>모두가 납득할 증거 제시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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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성칼럼>모두가 납득할 증거 제시가 먼저다
  • 김동성 자유기고가
  • 승인 2011.04.2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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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농협 사태 '북한 소행 가능성' 소식을 보고

(시사오늘, 시사온, 시사ON=김동성 자유기고가)

북풍이다. 대륙에서 불어오는 자연 바람을 말하는 게 아니다. 북한의 소행을 흔히 일러 말하는 바로 그 북풍(北風)이다. 하지만, 북풍이 전통적으로 정치권과 깊은 관련을 갖는 기존 상식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게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더욱, 이번 북풍의 진원지가 한동안 서버 이상을 겪으며 이용자들을 불안에 떨게 한 농협 사태라는 점에서 관심은 더 크다. 실제로 최근 사건을 조사중인 검찰은 난데없는 발표를 했다.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단서를 달면서도 지난 농협 서버다운 사태가 북한의 소행일 수 있다는 것.

그 이유로 이들은 서버운영 시스템 삭제명령이 실행된 업체의 직원 노트북에서 출처가 의심되는 중국발 IP가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검찰은 이 노트북에 접속 흔적을 남긴 수백개의 국내외 IP를 포착했으며, 이중 중국에서 접속된 여러 개의 IP를 발견해 경로를 역추적 하는 중이라고도 밝혀 귀추를 모았다.

그렇다고 검찰이 이번 사태의 원인을 '북한의 소행'이라고 단정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검찰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검찰이 말한 '모든 가능성'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더욱, 기존 해킹의 흔적이 역력한 상황에서 이렇다할 단서를 찾지 못했던 점에 비춰, 이번 '가능성'은 그야말로,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검찰의 수사가, 더 진행돼 봐야 알 일이지만, 근거에 비해 너무 섣부른 발표가 아니었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농협 서버를 공격한 IP의 경로가 중국발이고, 지난해 7월 벌어진 이른바 '디도스 공격'의 경로와도 유사한 부분이 있다는 점엔 일면, 납득이 간다. 그러나, 북한이 어떤 나라인가? 또 현행 남과 북의 관계가 연평도발 이후 초긴장 상태에 빠져 있는 마당에 검찰의 이러한 부실한 근거로 혐의를 둔다는 것이 과연 적절한 일인가 묻고 싶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줄곧 우리 정부에 대해서는 대립적이고 도발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지난해 초 터진 천안함 침몰 사고 당시에도, 여전히 논란이 분분한 '증거(어뢰)'로 북한을 압박한 사례가 있다. 이일로 인해 터져 나온 사건이 다름 아닌 '연평 포격 도발'이라는 점은 결코 간단치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이번 조사와 관련해 검찰의 소위 '열린(?)' 수사 방식에 딴지를 걸겠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존 언론의 접근법엔 다소나마 문제점이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불분명한 근거와 단순히 가능성만을 갖고 '범인'을 잡을 수는 없다. 더욱, 그 범인으로 추정되는 세력이 국내가 아닌 국외, 그것도 지구상 가장 호전적 입장을 드러내고 있는 북한이라면 더 할 나위도 없다.

가뜩이나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대화마저 단절된 마당에 이번 검찰의 발표는 여러가지 아쉬움을 던진다.

자칫 사건의 규모가 국내를 넘어, 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어야 한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검찰이 확증을 잡아, 별반 '변명'의 여지가 없도록 했어야 했다. 국민의 눈과 귀는 사태의 해법을 더 복잡하게만 할 뿐이라는 점을 조사 관계자들은 상기해야 한다. <월요시사 편집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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