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에 부는 극우 바람…커지는 ‘우려’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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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에 부는 극우 바람…커지는 ‘우려’ 목소리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2.11 18: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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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탄핵 이후 강경파 세력 확대…너도나도 ‘우클릭’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당내 여론과 국민 여론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한국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증폭되고 있다. ⓒ시사오늘 김승종

자유한국당이 ‘전당대회 연기론’을 놓고 갈등에 휩싸였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2월 27~28일로 결정되면서, 2월 27일로 예정된 한국당 전대 날짜를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일단 한국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8일 국회에서 긴급 전체회의를 열고 2·27 전대를 일정 변경 없이 개최하기로 했지만,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김진태 의원을 제외한 당권 주자 6명이 ‘전대 보이콧’ 선언을 하면서 내홍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표면적으로 이번 전대 연기론은 일정을 둘러싼 의견 충돌로 보인다. 그러나 사실 이 논란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따로 있다. 이달 초 <시사오늘>과 만난 경영학 전문가는 “분야를 막론하고 1위와 추격자를 구분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현상 유지를 원하느냐 변화를 원하느냐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본질적으로 선두 주자는 상황 변화에 부담을 느끼지만, 후발 주자는 혁신을 통해 ‘판을 흔드는’ 전략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이 이론을 한국당 당권 레이스에 적용하면, 전대 연기론을 기준으로 황 전 총리와 그 외 후보들이 갈라지는 이유를 유추할 수 있다. 즉, 한국당 당권 레이스의 현재 상황은 황 전 총리가 우세한 가운데 홍준표 전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추격하면서 ‘판을 흔들려 하는’ 구도라는 의미다. 그리고 이 사실은 생각보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도로 친박당’ 감수하는 한국당…왜?

당권 주자 중 한 명인 심재철 의원은 지난 7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황 전 총리는 훌륭한 분이지만, 지금 당대표가 된다면 여당이 우리에게 ‘친박 프레임’을 씌울 빌미만 주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국무총리이자, 대통령 권한대행 역할까지 수행한 황 전 총리가 당권을 잡으면 한국당이 ‘도로 친박당’이라는 오명을 쓸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1월 15일 황 전 총리가 한국당 입당을 선언하자 “황 전 총리는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역임한 핵심 인사로서 국정 농단에 대해 누구보다 큰 책임이 있고, 본인 스스로도 수많은 의혹의 당사자”라며 “보수의 혁신과 개혁을 약속한 한국당의 선택이 도로 친박당이다. 한국보수의 비극이고 씁쓸한 현주소”라고 비판했다.

굳이 이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황 전 총리의 당대표 당선이 한국당에 친박당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울 것이라는 데 이견을 제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럼에도 현 시점에서 황 전 총리는 당권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며, 범(凡)보수 진영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 1위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는 정치인이다.

왜 그럴까. 이유는 단순하다. 친박이 한국당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7일 조사해 10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당 지지자 중 73.0%가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는 23.3%였다. 현 시점에서, 친박이라는 두 글자를 빼놓고 한국당 내 역학구도를 설명하기는 불가능하다.

국민 여론과 당내 여론 반대로…한국당의 딜레마

문제는 아직까지 국민들이 친박에 대해 갖고 있는 비판적 정서가 바뀌었다는 징후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앞선 여론조사에서, 조사 대상을 국민 전체로 확대하면 박 전 대통령 석방에 반대하는 사람의 비율은 61.5%로 치솟는다. 찬성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33.2%에 불과했다. 요컨대, 국민 여론과 한국당 내 여론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당내 여론과 국민 여론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 어떻게 될까. 당내에서 큰 지지를 받는 세력일수록,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소수파’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최근 한국당 행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증폭되고 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지난 8일 한국당 김진태·이종명 의원이 주최한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에서는 “5·18은 폭동”이라거나 “5·18 유공자들은 괴물 집단”이라는 등의 발언이 나와 파문을 일으켰다.

지난 7일에는 유영하 변호사가 “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이 허리 통증으로 의자 반입을 요청했으나 묵살됐다”는 인터뷰를 하자, 친박과 비박을 가리지 않고 박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를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해석하는 일도 있었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마저 “탄핵을 극복하고 새로운 싹을 돋게 해야 할 전당대회에 극복의 대상인 ‘박근혜 대통령’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며 “과거에 매달려 있는 민주당이나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 한국당이나 뭐가 다른가”라고 직격할 정도였다.

이처럼 ‘반공주의’와 ‘친박’으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이자, 한국당 내에서도 자신들이 ‘강경파의 역설’에 빠진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온건파가 대거 이탈한 한국당에서는 강경파가 주류로 자리 잡게 됐고, 당권 후보들은 주류인 강경파의 환심을 사기 위해 극우적 메시지를 쏟아낸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의 정서와 배치되는 극우적 메시지는 온건파의 이탈을 더욱 부채질한다. 이로써 한국당 내에서 극우적 목소리는 더더욱 커진다는 논리 구조다.

비박으로 분류되는 한국당 내 한 관계자는 11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5·18 폭동 발언이나 박 전 대통령 의자 논란 같은 것은 선거를 앞두고 내놓는 전략적 발언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당내 분위기가 어떤지 반영된 발언이라고 봐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우리 당 구조 자체가 더 이상 중도 쪽으로 확장이 불가능한 쪽으로 기울어버린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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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자 2019-02-12 17:58:00
한국당 걱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막나가는 극우 발언이 곧 가짜뉴스 생산의 씨앗이 되는 부분이 많아서 그게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