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지는 나 그리고 보여지지 않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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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지는 나 그리고 보여지지 않는 나
  • 김숙 자유기고가
  • 승인 2009.11.10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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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의 그림으로 푸는 일기
 
“나의 그림은 이슈보다 소박함, 고요함, 순수함이 어울린다”



아직도 나의 방에는 환하게 미소 짓고 있는 결혼식 때의 내 모습을 담은 사진이 걸려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나의 모습이 많이 변하였음을 느꼈고 시간으로 인식되어 날아간 세월을 얼굴에 보이는 주름으로 다시 들추어 보게 되었다. 그리고 내 자신의 속내를 훑어보고 변한 것은 모습뿐만 아니라 삶의 자세도 달라졌다는 깨달았다.

누구나 태어나 행복을 찾는 삶을 추구하지만 유난히 나르시시즘이 심한 나는 내 자신의 행복을 더 열렬히 갈망했었고, 그 가치기준이 옹졸하다고 할 만큼 유치했었다.

그러나 중년의 나이에 다다른 이즈음 다소 그 젊은 시절의 용렬함을 거둘 수 있어 다행이라 여긴다. 이젠 행복을 삶에 대한 마음의 여유와 감사에서 찾고 있는 나를 볼 수 있다.사소한 주변에서 행복이 튀어 나오고, 따뜻한 시선이 행복을 이끌어 내온다.
 
극히 세속적인 것으로부터 마음의 문을 활짝 여니 입가의 미소가 나를 반기고 동행해준다. 길을 나서면 자연의 온갖 형상들이 아름다운 선과 색으로 나를 유혹하여 경이로움에 가슴 벅차게 한다. 살아 숨 쉬고 있음에 감사기도를 드리게 한다. 행복이 한 가득 다가온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도 내 삶의 기준이 변하였듯이 세월을 따라 변화가 있었다.
초창기 한동안은 내 젊은 시절에 보아 온 듯한 시골집과 서울의 언덕동네를 많이 그렸다. 그리고 늘 상은 그저 서울을 벗어나 접할 수 있는 고즈넉한 풍경을 바라보며 경외심에 가슴이 울컥해지는 감격을 그림에 담으려고 노력했고, 그리고 언제나 봐도 아름답고 행복해지는 꽃들을 그렸다.

시간이 흐르며 나의 작업은 풍경과 정물을 중심으로 사실주의 및 자연주의 미학에 충실성을 두고, 마음에서 일어나는 생각을 자연을 빌어 미적감수성을 표현하려고 애썼다. 눈앞에 보여 지는 대상의 본질은 조형적인 색체와 감각으로 풀어나가기를 추구했다. 더불어 나의 정서와 어울리는 적당히 소박하고 평화로우며 들어나지 않는 화려함이 숨어있는 그리고 조금은 따뜻함이 묻어 있는 순수성을 표현하려고 했다.

내 그림의 세계는 내 삶과 진실을 표현하는 일기와도 같은 것이기를 바란다. 그림은 무엇을 그리건 간에 내가 추구하는 삶의 자세와 깊이 내제되어 있는 정서, 나의 향기가 표출되어야 한다고 본다. 나의 그림은 화려한 이슈보다는 소박함, 고요함, 순수함이 어울린다. 나는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따뜻함을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화려하면서 친숙한 꽃들의 향연을 통해 발산되는 에너지를 나만의 표현에 의해 화폭에 창조하고 싶었다. 내 삶을 담아내는 그릇이고 싶었다. 예술을 통해 깊이 사색된 삶을 더 깊이 관조하여 인생의 깊은 정체성까지 이끌어내어 표현하는 것이 궁극의 목표이다.
요즈음은 주로 맨드라미를 소재로 다양한 표현을 해보는 작업을 한다.

서울 외곽의 어느 집 밭에서 본 빨간 맨드라미가 나의 시선을 잡았고, 난 그 뜨거운 빨강 맨드라미에 매혹되어 화폭의 소재로 잡았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뜨겁게 바라보던 나의 가슴에 내제되어 있는 정열을 표현했다. 그리고 꽃에서 보여 지는  빨간색의 화려함보다는 꽃의 내면의 본질인 보여 지지 않는 순수와 고요함을 나타내려 하고 있다.

색채를 밝고 화사하게 사용하여 붉은색의 강한 이미지를 부각하며 또 다른 무채색 느낌의 배경은 꽃의 잔상처럼 그리면서 나 자신의 모습과 대응시켜 보고 있다. 
붉은색에 나의 뜨거운 정열과 배경의 모습과도 같은 심상속의 혼란과 상황적 탈속성을 나타내고 싶었다. 화폭에 들어난 꽃의 본질은 내 가슴이 부여한 생명력을 같고 나의 세계를 표현했으면 한다.
 
그러나 내안의 나를 그리고자 하는 마음은 작업과정 내내 늘 한계가 있고 갈증과 강박 관념을 느끼게 한다. 아마도 앞으로 내가 풀어가야 할 숙제이고 부단히 찾아가야 할 방향일 것이다. 내겐 작가로써 이러한 노력을 할 수 있음 자체가 즐거움이며 행복이다. 또한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늘 숨죽이며 느끼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아마도 내가 그림 작업을 하는 한, 앞으로 또 다른 어떤 소재로 그림을 풀어 가더라도 늘 네게 중요한 것은 조금은 그립고 조금은 따뜻한 살 냄새가 나는 사유의 세계가 자연과 동화된 그림을 그리고자 한다.
 
이제 바라 건데, 또 몇 년의 세월을 흘려보내고 만나게 될 나의 먼 훗날에도 지금과 별 변화 없는 일상을 살아가게 되겠지만 되도록이면 바라보는 눈높이를 낮추어 삶의 저울에 그냥 가볍게 올려놓을 수 있는 나의 나날을 보내고 싶다.

 
<김 숙(金 淑, Kim Sook) 약력>
 
▲ 김숙 화백     © 시사오늘
2009년 SCAF부스개인전(예술의 전당) 11월15일~19일(5일간)

 
개인전-2005년 1회 개인전 (조형겔러리) | 2007년 2회 MIAF 부스개인전 (예술의 전당) | 2008년 3회 부스개인전 (북경 지고 미술관) | 2009년 4회 부스개인전 (북경 관음당 아트페어) | 2009년 5회 개인전 (파란네모 겔러리) | 2009년 6회 SCAF부스개인전 (예술의 전당)
 
단체전-2007년 수채화 3인 초대전 (갤러리 현) | 2009년 KPAM "look hear!"전(예술의 전당) | 2006~2009년 서울아카데미회 정기전 (세종문화회관) | 2009년 MBC미국개국기념 한국대표작가전 (미국 애틀란타) | 2009년 한국수채화협회전 (한전 아트센터) | 2006~2009년 경향신문사초대 판매전 (경향갤러리) 등 기타 단체전 50여회
 
수상-대한민국 미술대전구상부문 입선 (국립현대미술관 2002년, 2006년) | 한국수채화협회 공모전 입선 (세종문화회관, 2002년, 2004년, 2005년) | 단원미술대전 입선 (단원미술관2004년) | 대한민국파스텔협회 공모전 입선 (세종문화회관 2004년) | 구상전 공모전 입선 (국립 현대 미술관 2003년) 등 다수 공모전에서 수상
 
현재-한국미술협회, 대한민국회화제, 한국수채화협회, 서울아카데미회, 한국여류수채화가회, 성동미술협회, 현대감성전, 국제문화플러스 회원, 행주미술대전, 글로벌미술대전, 작은미술제, 평화미술대전 등 운영위원, 경향미술대전 심사위원 및 운영위원, 신사동, 논현동문화센타서양화 강사, 김숙화실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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