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표 ˝김근태, 너무 억울하고 원통˝
스크롤 이동 상태바
장기표 ˝김근태, 너무 억울하고 원통˝
  • 윤종희 기자
  • 승인 2011.12.31 20:4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교폭력 포함한 우리 사회 폭력에 경종 울리는 계기 돼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종희 기자]

▲ 장기표 통일신당(가칭) 공동대표 ⓒ시사오늘
장기표 통일신당(가칭) 공동대표는 고(故) 김근태 상임고문의 타계와 관련, "우리 사회의 폭력에 대한 일대 경종을 울려 폭력을 배격하는 국민적 각성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적었다.

장기표 공동대표는 31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결국 김형은 야만적인 고문으로 죽음을 맞게 된 만큼 김형의 죽음은 야만적인 고문은 없어져야 한다는 고문철폐선언"이라면서 이 같이 밝혔다.

그는 특히 "이 고문철폐선언에는 공권력에 의한 고문만이 아니라 요즘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도 포함되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며 "폭력은 폭력을 당한 사람만의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폭력을 가한 사람의 인격적 파탄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야만 그 자체일 뿐이니 말이다"라고 강조했다.

장 공동대표는 이 글에서 "(김 고문의) 민청련 결성과 선도적 투쟁으로 전두환 정권을 뒤흔들어 놓음으로써 민주화의 초석을 마련한 것과 대공분실에서의 살인적 고문을 폭로함으로써 전두환 정권 종말의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 것은 분명하게 밝혀두고 싶다"고도 굵게 썼다.

-다음은 전문

김근태 형의 타계에 부쳐

김형! 세상사에 역리가 있긴 하지만 김형이 나보다 먼저 죽어 내가 김형 영전에 조사를 바치는 것이야말로 크나큰 역리가 아닐 수 없군요.

아무튼 한마디로 너무 억울하고 원통합니다. 좋은 세상 만들려고 그토록 노력했는데도 이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세상을 보고 있으니 말입니다. 우리 함께 이룬 민주화의 의미가 크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민주화 이후 좋은 세상을 만들지 못했으니 우리의 민주화투쟁마저 그 의미가 크게 퇴색하는 것만 같아 더욱더 억울하고 원통할 뿐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지난 7월 하순경 한진중공업의 김진숙동지를 격려하러 부산으로 갔다가 밤 12시경 서울로 돌아오면서 온갖 세상걱정을 했는데, 그러면서도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해 자괴감을 느낀 것이 오늘 따라 새롭게 다가옵니다. 더욱이 이날의 대화가 김형과 내가 나눈 최후의 대화가 되었으니 가슴이 저립니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김형의 운명 소식이 알려지자 수많은 동지들과 국민들이 빈소로 달려와 애도의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면서 김형이 이룬 크나큰 업적을 우리 국민들이 결코 잊은 것이 아님을 알고서 적이 위안이 되더군요. 김형! 김형은 참으로 크나큰 일을 이루었습니다. 학생운동, 노동운동, 통일운동, 재야민주화운동 등과 관련한 숱한 일들이야 언급할 수조차 없지만, 특히 민청련의 결성과 선도적 투쟁으로 전두환정권을 뒤흔들어놓음으로써 민주화의 초석을 마련한 것과 대공분실에서의 살인적 고문을 폭로함으로써 전두환정권 종말의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 것은 분명하게 밝혀두고 싶군요. 결국 우리나라의 민주화는 김형의 투쟁과 희생 위에서 이루어진 것임을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김형! 나는 평소에도 죽음은 삶의 총화라고 생각하는 터에 김형의 죽음을 보면서 이를 절감하게 됩니다. 결국 김형은 야만적인 고문으로 죽음을 맞게 된 만큼 김형의 죽음은 야만적인 고문은 없어져야 한다는 고문철폐선언이 되겠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고문철폐선언에는 공권력에 의한 고문만이 아니라 요즘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도 포함되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그렇습니다. 김형의 죽음은 우리 사회에 폭력에 대한 일대 경종을 울려 폭력을 배격하는 국민적 각성의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폭력은 폭력을 당한 사람만의 신체적 ‧ 정신적 고통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폭력을 가한 사람의 인격적 파탄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야만 그 자체일 뿐이니 말입니다.

김형! 이런 너스레가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역시 김형의 타계에 가장 큰 충격을 받을 사람은 부인과 아들딸일 수밖에 없습니다. 운명 전날 숨을 몰아쉬는 김형 옆의 부인의 낙담한 모습을 보면서 아무말도 덧붙일 수가 없더군요. 어제 김형 영전에 재배하고 상주께 인사하는데 병준이가 아버지 친구 왔다고 한 발 앞으로 나와 내 손을 잡을 땐 더욱더 할 말이 없더군요. 또 국태형 형수께서 ‘잘 계시지요’라고 말씀했는데, 그 말씀 속에는 시동생 친구에 대한 연민의 정까지 담겨 있어 누가 누구를 위로하는지 알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김형 가족들의 따뜻한 성품들은 온전히 김형의 성품 그대로여서, 역시 큰 인물은 다르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김형! 오늘 비록 답답한 구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역사는 전진하는 것이고, 오늘 비록 우리가 노력한 만큼 좋은 세상이 되지는 못했을지라도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없듯 세상은 반드시 좋아질 것이니 말입니다. 김형 영정의 환한 모습은 바로 이러한 희망과 낙관을 말해줄 것입니다.

김형! 어차피 한번 나면 한번 죽는 법, 무슨 회한이 있겠습니까. 아무 회한 없이 편히 쉬소서. 편히 쉬소서.

2011. 12. 31.

장   기   표
 

담당업무 : 大記者
좌우명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밝음이 2011-12-31 23:40:51
모든 국민이 바라는 것이죠... 좋은 세상...
http://youtu.be/zXKV78VER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