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 퓨전사극과 通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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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 퓨전사극과 通했다
  • 김숙경 기자
  • 승인 2012.01.18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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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의 남자’에서 ‘해를 품은 달’까지 시청률 품에 안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숙경 기자]

퓨전사극의 흥행열풍이 안방을 점령했다. 지난해 드라마 가운데 단연 화제를 모은 작품 역시 퓨전사극이다. 조선판 로미와 줄리엣의 사랑을 그린 KBS 2TV '공주의 남자'와 ‘뿌나앓이’를 양산하며 신드롬을 일으킨 SBS '뿌리 깊은 나무'는 시청률 20%대를 기록하며 인기를 입증했다.

여기에 MBC ‘해를 품은 달’이 가세하며 흥행불패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해를 품은 달’은 방송 3회 만에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며 침체기를 맞은 MBC 수목극의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공주의 남자’는  조선 시대의 대표 사건인 ‘계유정난’을 ‘관련자들의 2세’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해 호평을 받았다. 또한 극중 갈등이 고조될 때마다 긴장감과 몰입을 절정으로 끌어올려주는 배경음악도 극의 몰입도를 배가시켰다.

이정명 작가의 베스트셀러 ‘뿌리 깊은 나무’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는 한반도 역사상 가장 융성했던 세종 시대를 새롭게 재해석해 훈민정음 반포 전 7일간 경복궁에서 벌어지는 집현전 학사 연쇄살인사건을 다뤘다. 특히 임금 세종을 둘러싼 역사와 정치는 물론 한글창제 비밀조직과 이를 반대하는 반대파의 대결 등 극적 긴장감을 더하며 사극 열기에 빠져 들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지난해부터 안방극장에 불어 닥친 사극의 열풍은 '해를 품은 달'을 통해 그대로 이어지며 그야말로 안방극장은 퓨전사극으로 물들로 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해를 품은 달’은 실존하는 왕의 한 시대를 그리는 것이 아닌 가상의 왕이 살아간 시대를 그린다. 특히 궁중 내 왕권을 둘러싼 음모와 배신,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청춘들의 고뇌와 로맨스를 담아 폭넓은 시청층을 사로잡으며 ‘괴물사극’의 등장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퓨전사극이 안방극장을 사로잡는 이유는 무엇일까. 퓨전사극의 첫번째 인기요인은 역사 속 사건과 실존인물을 새롭게 해석하고 재구성해 흥미를 유발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공주의 남자’는 계유정난 등 조선시대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최대원수로 꼽히는 수양대군과 김종서의 자녀들이 비운의 사랑에 빠지는 판타지 멜로를 선보여 몰입도를 높였다.

'뿌리 깊은 나무'는 한글창제 과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상황을 추리극 형식으로 풀어내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해를 품은 달’ 역시 마찬가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했지만 ‘가상’이라는 역사적 틀 안에서 한층 자유롭고 극적인 표현으로 역사적 판타지를 자극하고 있다.

 
현대적 감각과 화려한 영상미도 인기요인 중 하나다. 사극의 대사가 어렵고 진부하다는 생각은 이젠 편견이 됐다. 정통사극에서 쓰이던 딱딱한 고어체와 문어체 대신 현대적 감각을 입힌 어휘와 표현으로 한층 친근해졌다. ‘사극은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니 흥미 있는 소재와 내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드라마 시청의 중심축인 여성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다양한 볼거리 역시 퓨전사극 열풍에 한몫했다. 정통 사극의 경우 실내 세트장에서 촬영을 하거나 야외 촬영이라 해도 한국 민속촌의 공간적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때문에 많은 사극들의 공간은 엇비슷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퓨전사극은 시대적 배경을 강조하는 세트장의 건립과 야외촬영 등 한정된 공간을 벗어나 현대극 못지않은 다양한 컬러와 영상미로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또한 소재의 다양성과 장대한 스케일도 폭넓은 시청층을 사로잡는 요인 중 하나다. 단순고정된 역사적 이미지가 아닌 당시 상황과 분위기만 배경에 맞게 설정하고 극의 내용은 현대인에게 맞게 설정을 하기 때문에 부담 없이 사극을 즐길 수 있다.

퓨전 사극열풍은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가공해 영상으로 옮기는 것이 아닌 문화사의 다양한 측면을 반영하며 시대를 대변하고 있다. 때문에 ‘사극의 문화사’의 측면에서 열풍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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