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는 영웅되고 김희철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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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는 영웅되고 김희철은 왜…?
  • 윤진희 기자
  • 승인 2012.03.26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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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 경선에 항의한 사람에게 돌아온 건 또다른 차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희 기자]

이정희 의원이 서울 관악(을) 출마를 사퇴하자 야권연대 지도부들의 찬사가 이어진 반면  같은 날 무소속 후보 등록을 한 김희철 의원은 민주통합당의 냉대를 맞으며 낙동강 오리알 신세를 면치 못했다.

이정희 의원이 관악(을)출마를 포기한 날은 23일 오후. 이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경선과정 중 가장 먼저 큰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저이다. 정권교체가 아니면 민주주의도 경제정의도 그 어떤 것도 이뤄낼 수 없다. 갈등을 없애는데 헌신하며 전국에서 야권단일후보를 당선 시키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 의원은 사퇴할 뜻이 없다는 입장을 줄곧 전해왔다. "빌미를 준 제 잘못이 크다. 잠들기 어려운 밤이다" 괴로운 심경을 드러냈지만 출마의지를 고수했다. 그리고는 "사퇴가 가장 편한 길이다. 그러나 상처 입더라도 일어서려 한다. 야권연대가 완성되고, 승리하도록 용서를 구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던 이 의원이 돌연 사퇴입장을 밝힌  것은 야권연대 지도부들과의 잇따른 만남을 가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전 날 문재인 상임고문이 이 의원을 만났다. 문성근 공동대표 역시 2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그 당대표의 행보이기 때문에 옆 당에서 얘기하는 것은 예의가 어긋나는 것 같다"면서도 "야권연대가 깨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만약에 깨지면 역사에 어마어마한 무거운 책임을 진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막판에는 한명숙 대표의 설득이 통했다고들 얘기했다.

기자회견 당시 이 의원은 울지 않았다. 눈물을 삼키는 것이 역력한 모습이었다. 이로써 파국으로 치닫던 야권연대가 전열을 가다듬을 수 있게 된 가운데, 야권연대 지도부들은 이 의원의 결단에 일제히 찬사를 쏟아붓게 된다.

문성근 최고위원은 "결단을 내려 주신 이정희 대표께 경의를 드린다. 그 깊은 고뇌를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상임고문은 "이정희 대표가 야권연대를 구했습니다. 스스로를 희생한 아름다운 결단입니다. 통합진보당 뿐만 아니라 야권연대 전체를 살렸다"고 전했다. 또 천정배 의원은 "이정희 대표는 내 책의 일부다. "흔들려 다시 피는 시간"을 그는 나와 함께 했다. 집회, 토론에서 동행해왔던 그가 오늘 혼자 마이크 앞에 섰을 때 흔들리는 나를 보았다"고 위로했다. 심상정 후보는 "이정희 대표의 사퇴는 야권연대의 성공을 위해 십자가를 짊어지는 고뇌의 결단이었다"고 밝혔다.

ⓒ뉴시스

반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 김희철 의원은 민주통합당의 냉대와 외면을 받고 있다. 김 의원은 불공정 경선을 제기한 날부터 줄곧 탈당시사를 밝혀왔다. 그리고는 21일 끝내 탈당계를 제출했다. 또 후보등록 마지막 날인 23일 오전 무소속 출마를 했다. 

그런 와중에도 박지원 의원에게 "살아돌아가겠다"라고 문자를 보내며, 총선에서 승리해 당에 복귀하겠다는 뜻만큼은 분명히했다.

그러나 박지원 의원은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고 전하며, 김 의원을 외면했다.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김 의원 탈당에 대해 당황스럽고 유감이라며 비판했다.

김 의원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도 "제가 탈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정희 의원이 출마의지를 강행했기 때문이다"며 "그렇지만 당에 대한 마음은 한결같다. 당선해서 다시 당에 복귀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비록 당이 저를 도와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다해도 원망 않는다"고 전했다. 또 이 의원에 대해서는 기존에 가졌던 좋은 이미지가 있었는데, 이번 일로 실망이 크다며 토로했다.

김 의원은 "이 의원과는 용산참사현장에 함께 참여했을 때만해도 좋은 인상이었다"며 "그러나 이번 경선과정을 통해 도덕적이지 못한 것을 대수롭게 여기는 점에 실망했다"고 전했다. 이어 "민주당의 당 대표 사진을 홍보에 이용한 것부터 여론조사를 조작한 사실까지 다 드러났다. (이 의원이)사상 초유의 사태를 촉발시켰는데도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이런 모습을 보면서 국민과 관악구민 모두 상심이 컸을 것"이라고 말하며, 이 의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리고 자신은 지역민심의 뜻에 따라 출마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현재 관악(을)은 3파전이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희철 의원, 야권연대 단일후보인 통합진보당 이상규 후보, 그리고 새누리당 오신훈 후보이다.

갑자기 이름을 올리게 된 이상규 후보에 대해 이정희 의원은 "제가 야권연대 완성 위해 사퇴했고, 한명숙 서울시장후보단일화해 끝까지 저와 함께 애쓴 민주노동당 서울시장후보 이상규가 야권연대 성공위해 가장 열심히 뛸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최근 관악(을)지역 여론조사에서 무소속 김희철 의원과 통합진보당 이상규 후보가 접전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겨레신문이 의뢰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지지율조사에 따르면 김희철 후보가 28%, 이상규 후보가 22%를 나타났다. 이상규 후보가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야권연대의 '버프'를 받고 있다는 점이 김희철 의원을 맹추격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한편 이번 관악(을) 논란을 지켜보는 누리꾼들은 씁쓸하다는 의견들이 많다.

누리꾼들 의견 중에는 "진보의 핵심은 도덕성이다. 이정희 의원은 진작에 사퇴를 해야 마땅한데, 뒤늦게서야 사퇴해놓고 영웅대접 받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 "이 의원이 사퇴 했으면, 재경선을 거쳐 새로운 후보를 뽑았어야했다. 그런 과정없이 이상규씨를 단일후보로 내세웠다", "이번 관악(을)경선의 최대 피해자는 뒷방 늙은이처럼 전락한 김희철 의원이다." 등이 있었다.

이 가운데, 김 의원 측의 한 인사는 "불공정한 경선을 항의한 김 의원에게 돌아온 건 또 다른 차별"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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