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의전 박물관, 문화재 보존 약속은 지켜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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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의전 박물관, 문화재 보존 약속은 지켜져야…
  • 강정화 기자
  • 승인 2012.05.22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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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사정 등으로 2년간 방치, 우여곡절끝에 9월 경 개관 예정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 강정화 기자]

지난 2008년 ‘문화재 보존’과 ‘지역개발’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며 떠들썩하게 홍보됐던 종로역사문화(육의전)박물관이 2012년 현재 용두사미 모양이다. 서울 탑골공원 옆 육의전 터에 박물관 형태로 보존되기로 했던 육의전 유적지는 4년이 지나도록 답보상태에 있는 것. 당초 육의전 보존사업 예상 기간은 1년 6개월 이었다. 

▲ 육의전 박물관 설계도 ⓒ시사오늘
2008년 초 서울 탑골공원 옆의 건물 신축 부지에서 조선시대 육의전 유적이 발견됐다. 건축주인 영동시티개발(대표 이영길)은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육의전 박물관 건립 위원장·육의전 박물관 공동관장)과 함께 유적이 발견된 빌딩 지하에 일종의 ‘유적 박물관’ 형태로 육의전 유적을 보존키로 했다.

육의전은 조선시대 국가가 공인한 상점으로 태종 10∼14년(1410∼1414년) 서울 중심가에 대규모의 시전(상설점포)과 행랑(가게건물)이 있었다. 시전행랑이 있던 곳은 광화문에서 동대문까지. 이곳에 시전행랑이 끊이지 않았던 만큼 작은 규모라도 육의전 유적의 보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줄곧 있었다.

이에 빌딩 건축주인 이 대표와 황 소장은 2008년 5월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육의전터 보존 방안을 공개했다. 두 사람은 육의전의 시전행랑 유적은 새로 지어지는 빌딩의 지하 1층에 보존하고, 윗부분은 유리로 덮어 일반인들이 관람할 수 있게 하기로 결론지었다. 

이 유적 박물관은 종로 일대 운종가의 역사를 설명하고 서울의 발전과정을 시대별 지도로 보여주며, 현장의 토층도 그대로 전시하는 박물관으로 꾸밀 계획이었다. 박물관이 위치 할 건물의 이름도 당초 예정한 ‘영동빌딩’에서 역사성에 걸맞게 ‘육의전빌딩’으로 하자는 황 소장의 건의가 받아들여 졌다.

박물관은 15~16세기 유물과 유구를 같이 전시하기 위해 평균보다 높은 6.5m로 진행됐다. 반면, 지하 2층과 3층은 임대공간과 기계시설을 둔다는 계획이어서 엄밀한 의미의 보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5월 초 본지가 현장을 확인한 결과 육의전 빌딩 지하 1층은 박물관 개관 사업이 지연된 채 공사장은 허술하게 관리돼 있었다. 건물 입구 및 지하 1층에는 박물관 개관의 지연 안내도 없었다. 박물관 위치를 묻는 질문에 빌딩 청소용역 직원도 “잘 모른다”라며 말을 흐렸다. 
 

▲ 지난달 확인한 육의전 빌딩 지하 박물관 예정지. 육의전 유적 보존에 맞춰 진행된다던 박물관 공사가 4년째 기억속에 묻혀있다. ⓒ시사오늘

영동시티개발 관계자는 “개발자 부담으로 인한 자금사정과 전시업체(인서울)의 문제로 공사가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계 및 관련업계 일각에선 보존처리, 전시업체의 영세성뿐만 아니라 건축주의 의지와 개발자 부담이라는 자금요인이 컸을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당초 2009년 말 완공 예정이었던 육의전 박물관은 2년이 넘는 시간을 뒤로 하고 이달 16일에 다시 공사를 재개한 것으로 보인다.  황 소장에 따르면 건축주와 재협의 해 육의전박물관 건립 추진계획을 보완하고 종로구청과 문화재청에 다시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까지 공사는 2011년 6월 이후 거의 진행이 정지된 상태였다.

종로구청 문화재관리 담당자도 “보존처리 업체(한림보존테크)를 통해 유구 보존처리 및 이전과 전시 마무리를 하고 있으며 늦어도 올해 9월에 개관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한편, 종로역사문화(육의전)박물관은 종로 일대 유적 보존에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는 평가가 있다. 앞서 2004년에 종로1가 청진6지구를 재개발하는 과정에서 탑골공원 옆 육의전 유적에서 확인된 것과 비슷한 형태의 시전행랑 유구가 대규모 발견됐지만 보존하지 못하고 지금은 초대형 건물이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르메이에르 종로타운빌딩이 들어선 종로1가 청진6지구의 전례가 있는 만큼 서울시나 문화재청 경관심의분과에서도 건물을 짓지 못하게 하는 ‘완전 보존’으로 결론을 내리기보다 개발과 보존을 만족시키는 새로운 방법의 모색이라는 안팍의 평가가 있었다.

육의전 빌딩 부지를 발굴조사한 김홍식(명지대 교수) 한울문화재연구원장도 “조선시대 경상(京商·서울지역 상인) 유적은 종로뿐 아니라 동대문 밖 창신동에서도 발견되고 있는 만큼 보존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유전(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씨는 당시 “문화재청은 친기업적인 정부가 들어서는 이때를 기회로 삼아 유적 곳곳이 파헤쳐지고 아파트가 들어선 풍납토성의 재판이 되지 않도록 앞을 내다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씨는 또 “서울시도 많은 비용을 들여 한강을 개발하고 공원도 늘리는데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시전행랑의 보존은 사대문안에 역사문화공간을 늘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언론을 통해 덧붙였다.

황 소장은 “여러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4년간의 관심과 노력을 통해 결국 오는 9월 개관을 앞두고 있어 기쁘다”며 “문화유산 관리 정책상 처음으로 ‘개발과 보존’ 이라는 두가지가 통하는 방법을 고안하고 실현할 수 있어 가슴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2012년 현재. 서울 청계천 광통교 일대에서 종로구청 주최로 매년 ‘육의전 체험축제’를 개최한다. 단순한 지자체 행사로 끝나지 않고 제대로 된 문화유산을 가꾸기 위해선 종로역사문화(육의전)박물관이 조속히 마무리 돼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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